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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골때녀', 폐지 아닌 교체…신뢰 회복 자신있나 [종합]

기사입력2021-12-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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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골때녀'가 자책골을 넣었다. 경기 편집을 조작한 거짓 연출로 시청자들을 기망했다. SBS는 거듭된 사과와 제작진 교체까지 약속했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27일 SBS는 공식 입장을 통해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의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전했다.

'골때녀'가 훼손한 초심은 지난주 방송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FC구척장신(이현이, 송해나, 아이린, 차수민, 김진경, 차서린)과 FC원더우먼(송소희, 치타, 박슬기, 김희정, 황소윤, 요니P)의 경기에서 편집 흐름 조작이 일어난 것이다.

방송에서는 FC구척장신이 전반전 3대 0으로 앞섰고 후반전에 들어서 FC원더우먼이 4-3까지 추격, 접전 끝에 6-3으로 구척장신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4대 0이 표시된 점수판을 포착하는 등 조작 정황을 추리했다. 전반전의 골을 후반전에 넣은 것으로 둔갑해 경기의 긴박감을 살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결국 편집 조작의 꼬리가 잡히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SBS는 문제가 된 방송분 다시 보기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SBS는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비판은 다발적으로 이어졌다. 문제가 된 방송 다음 날 박슬기가 조작된 편집으로 인해 억울하게 악플 테러를 당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부 시청자들은 제작진에게 박슬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출연진을 향한 사과 요구도 있었다. 경기 해설을 맡은 배성재와 이수근은 조작된 편집에 따라 해설을 했기에 조작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SBS는 "두 사람은 이번 일과 무관하다"며 "전적으로 제작진에게 책임이 있다"고 해명했다.


배성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방송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후 녹음된 내 목소리가 편집 조작에 사용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해명했다. 그는 뇌를 거치지 않고 읽은 건 내 뼈아픈 실수"라고 거듭 사죄했다.

반면 감독을 맡은 김병지는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골때녀를 예능이 담겨있는 스포츠로 봤다. 편집에 의해 재밌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조작은 인정 못 한다. 없는 걸 있는 걸로 만든 건 아니다. 편집에 관해서는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김병지의 발언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골때녀'가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예능이라는 것이다. 스포츠는 공정과 진정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라는 연출의 안일함에 팬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공정에 민감한 시청자들의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일부 시청자들은 제작진 교체 결정에 "왜 폐지가 아닌 거냐"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시청자뿐만 아닌 몸을 불사르며 축구에 열정을 불태웠던 출연진 전체의 명예까지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이번 편집 조작 사태는 지난 방송 한 번뿐만이 아니었다. SBS는 "'골때녀' 시즌1,2 일부 회차의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실토했다. 문제 인식 없는 관행적인 연출이었다는 뜻이다. "새해에는 더욱 진정성 있는 스포츠 예능으로 거듭나겠다"며 환골탈태를 약속한 SBS에 시청자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폐지가 아닌 제작진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 든 SBS가 과연 자책골을 만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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