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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위태로운 '설강화', 역사왜곡 오명 범벅하고 출발선

기사입력2021-12-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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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에 선 자세가 위태롭다. 역사왜곡 논란이라는 치명적인 오명이 떨쳐낼수록 들러붙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시작 전부터 실체 없는 비난과 합리적 의심이라는 갑론을박이 뒤엉켜 난감한 처지에 빠진 드라마 '설강화'의 이야기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절찬리 방영 중인 작품보다 들끓는 화제성이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오는 18일 첫 방송을 확정 지은 JTBC의 새 주말드라마 '설강화'(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를 향한 역사 왜곡, 미화, 폄훼 따위의 의심의 눈초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언론 매체가 이와 관련된 이야기뿐이다.

'설강화' 논란은 지난 4월부터 계속됐다. 이즈음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마찬가지의 역사왜곡 논란으로 폐지되며 대중의 인식과 보는 눈이 높아졌다. 픽션이나 어설픈 연출로 인해 기울임이 생기는 순간 중요한 우리네 역사를 기만하는 행위가 된다는 철저한 안목이 생긴 것. 이때 '설강화'의 미완성 시놉시스가 유출됐고, 왜곡과 미화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우선 '설강화'의 소개를 보면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 분)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초(블랙핑크 지수 분)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라 설명됐다. 대쪽 같은 성격의 안기부 대공수사 1팀장 고집불통 외골수 이강무를 연기하는 배우 장승조도 함께한다.


대중은 이들이 택한 시대적 배경인 1987년에 주목했다. 우리나라의 1987은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치열했다.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 사건, 고(故) 이한열 열사의 사망 등의 굵직한 역사가 존재한다. 6월 민주항쟁도 벌어졌다. 이때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많은 이들이 간첩으로 몰려 고문당하고, 사망했다.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주체는 안기부였다.

당초 유출된 '설강화'의 시놉시스와 역할 설명 곳곳에는 폄훼의 여지가 다분한 대목이 존재했다. 여주인공의 이름이 민주화운동가 천영초 민주투사와 같아 폄훼라는 비난을 샀다. 메인 역할의 간첩 설정, 서브 역할의 '대쪽 같은' 안기부 설정은 미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결국 JTBC는 설정의 일부 공개를 감행하며 해명에 나섰다. 민주화 운동 폄훼에 대해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캐릭터가 등장한다"며 "모티브는 1987년 대선정국이다. 군부정권, 안기부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간첩, 안기부 미화에 대해서는 "정부나 조직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부정한 권력욕, 이에 적극 호응하는 안기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부각하는 캐릭터들"이라며 "안기부 직원을 '대쪽 같다'고 표현한 것은 동료들에게 환멸을 느낀 뒤 해외파트에 근무한 안기부 블랙요원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천영초 운동가와 역할명이 겹치는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변경을 약속했다. 이후 영초는 영로로 바뀌었다. 또 JTBC는 많은 이들의 합리적 의심에 대해 "허위사실을 기정사실인양 포장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라는 강력한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구구절절 설명에도 여론은 식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설강화 촬영 중지'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민주화 운동을 모욕하고 안기부를 미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주장했고, 해당 청원은 무려 22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방송사의 편성과 관련해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법률에 의하지 않은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나친 역사왜곡 등 방송의 공적책임을 저해하거나 심의규정을 위반하는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심의 대상이 된다"고 답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논란은 계속됐다. '설강화'가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시작할 때마다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 온라인커뮤니티는 같은 논조로 들끓었다. 서울지하철 가산디지털역에 드라마 '설강화' 광고가 게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광고를 내리라는 민원을 넣는 방법이 삽시간 공유되는 수준이었다. 점입가경, 종로3가역에 걸린 광고는 기름을 들이붓는 모양새였다. 6월 항쟁의 중심지에 관련 논란에 둘러싸인 작품을 광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본 리딩도 문제였다. 재독교포 출신의 명문대 대학원생으로 표현된 메인 남주 역할 정해인에 대한 설명은 '동백림 간첩 조작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앙정보부가 서유럽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과 유학생 가운데 194명이 동베를린(동백림) 북한 대사관에 들어가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발표했으나, 대법원이 단 한 명도 간첩죄를 인정하지 않았던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이다.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국이다. 정확히 말해 실체는 없다. 아직 그 누구도 '설강화'를 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단, 합리적 의심인 것도 사실이다. '설강화' 측의 설명대로 누군가 악의를 품어 작정하고 여론을 호도하기 시작했을리 만무하다. 의견이 모여 여론이된 셈이다. 의심의 여지가 분명하게 다수 존재하고, 이를 본 예비 시청자들이 저마다의 판단을한 상황이다. 시청자에겐 목청 높여 의견을 말하고 비난할 권리가 있다. '창작자를 위축시키지 말라' 엄포를 놓기 전에 소비하는 시청자가 있기에 창작자가 존재한다는 근간을 재차 되뇌어야 마땅하다.

iMBC 이호영 |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JTBC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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