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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 '세상을 나만의 필터로 보는 감수성, 그걸 소재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인터뷰M]

기사입력2021-11-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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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자기 기록용 영화 '로그 인 벨지움'으로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스크린을 찾은 유태오를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 '여배우들'을 시작으로 '러브 픽션'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레토' '아스달 연대기' '버티고' '머니게임' '보건교사 안은영' '새해전야'에 이르기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유태도는 지난해 영화 '버티고'로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이후 애플TV 'Dr.브레인'과 영화 'Past Lives' 까지 매체와 국경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렇게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인줄 알았는데 이번에 직접 감독하고 출연까지 한 영화를 공개했다. 그 동안 예능 방송을 통해 요리도 하고 꽃꽂이도 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니리 키의 남편으로의 부캐들을 보여왔지만 영화 감독의 재능까지 가지고 있을 줄이야!

2년 전 해외 드라마 촬영을 위해 벨기에에 갔다가 갑작스럽게 코로나 팬데믹이 선언되고, 해외의 배우, 스태프 모두 뿔뿔이 흩어졌지만 비행기 길 마저 막힌 유태오는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혼자서 호텔에 고립되어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립의 시간을 겪어본 이들은 많겠지만 다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을까? 난생 처음 겪는 당황스러운 시간에 더듬어 생각해보면 우리는 작년 초 많은 공포감도 느꼈었다. 해외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도 들리며 과연 그 시기를 어떻게 살아서 버텨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생각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시기에 유태오는 홀로 타지의 호텔에서 자신의 기록을 위한 촬영을 했다. 극도의 불안감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먼 훗날 "내가 저랬었구나"라고 되새길 수 있게 사적인 모습들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고 한다. 처음부터 극장 개봉을 염두에두고 촬영한 것은 아니지만 유태오의 성실한 일상의 기록은 이렇게 관객들을 만나며, 코로나 초기 우리의 시간들을 되돌아 보게도 만들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가졌던 유태오는 "긴장이 되어서 말을 또박또박 하려고 노력했지만 말이 입에서 나오는지 코에서 나오는지 정신이 없다라. 진심을 표현하면 그게 통한다고 생각해서 당시에 열심히 했다"며 신인 감독다운 첫 작품 공개 소감을 밝혔다.

영화 속에서 독일어, 영어, 한국어 3개국어를 사용하며 자기 자신을 인터뷰한 유태오는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며 정체성을 재정립해간다.


자신이 가진 선천적인 재능인 다개국어 능력을 현재, 과거, 미래 또는 기-승-전-결의 영화적 구성으로 활용할 정도로 유태오는 자신의 모든것을 아낌없이 끄집어 내어 영화의 소재로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두루말이 휴지의 한 칸만 떼어 내 사용하거나, 샤워하면서 몸에 썼던 비누거품을 활용하여 빨래를 하는 모습 등 사소한 사생활의 모습까지 담아내며 최대한 환경 문제를 인식하며 살려고 하는 자신의 생활태도도 담아냈다.

충실하게 자신을 기록하는 한편 유태오는 영화 설정중 하나인 질문을 던지는 또다른 자아를 위해 방 앞에 방울 토마도와 바나나를 두는 등 영화적인 설정도 가미하며 신비로운 설정을 더하기도 했다.

그렇게 유태오는 자신의 상상력과 감수성에만 의지한 채 혼자서 기획, 구성, 촬영, 출연을 하며 낯선 나라의 호텔에서 3주를 보냈고, 80시간 정도의 촬영 분량을 외장하드에 담아 간신히 귀국한 이후 무려 6개월 정도는 이 영상을 꺼내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의 자신의 모습을 좀 더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보고 싶었으며, 그 과정을 거친 뒤 편집을 하며 의도대로 영상이 만들어지는지를 확인하려 했다며 유태오는 객관적인 자기 검열의 시간을 이야기했다.

유태오의 영화 '로그 인 벨지움'에는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다. 화면 속 유태오는 갑자기 자아분열을 해 또 다른 자아와 진지하게 대화를 하기도 하며, 아무도 없는 거리로 뛰쳐나가 춤을 추기도 한다. 팬데믹 상황의 벨기에 사회의 현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혼자서 뚝딱뚝딱 요리를 하기도 한다. 다양한 시도를 한 영화에서 했던 유태오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관객을 잘 설득해 같이 몰입되길 바랬다. 자연스럽게 설정의 전환이 이어지길 바랬고 그런 장면들이 유연하게 나와서 뿌듯했다"며 감독으로서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유태오는 "영화의 정해진 공식을 적용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어떻게 관객들에게 어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쉽게 영화를 설명하자면 에세이 같은 영화다. 현실을 바탕으로 상상을 가미한 영화다."라고 자신의 영화를 설명했다.

그러며 "외로워도 성실하면 아름답다는 리뷰를 봤는데, 그 말이 제 감수성과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기억에 남는 첫 리뷰였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평을 이야기했다. 또한 "어떤 어려운 상황이건 고립된 상황에서라도 자신에게 의지해서 성실하기만 한다면 뭔가 좋은 결과를 낼수 있거나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면 좋겠다"며 영화의 관전 포인트도 밝혔다.

늦더라도 천천히, 단단하게, 오래 가는 걸 좋아한다는 유태오는 배우로 작품 활동이건 감독, 작가, 뮤지션 등 다양한 직업으로 표출될 수 있는 자신의 메인 감성을 '스토리텔링'이라고 이야기했다. "저는 흔히 아는 규정에 대해 '왜 그걸 당연하게 여기지?'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세상을 다른 필터로 보는 주관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의문이 들고 그 의문에 대해 어떤 감수성을 느낄때 그걸 스토리텔링으로 미디어와 접목해 뭔가를 만들려고 한다"며 유태오의 또 다른 감수성 세계를 궁금하게 했다.

팬데믹 선포로 벨기에 앤트워프 낯선 호텔에 고립된 유태오가 영화라는 감수성이 통한 가상의 세계에서 찾은 진짜 유태오의 이야기 '로그 인 벨지움'은 12월 1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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