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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D.P.', '모가디슈'로 입증, 콘텐츠는 사회를 투영하는 거울

기사입력2021-09-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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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현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이런 말들을 우리는 가끔 한다. 현실이 너무 말이 안된다고 느껴지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사건이 휘몰아 칠때 말이다. 역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너무 현실적이다' '지금 내 이야기 하는 줄'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정의를 기대할수 없고 선의가 불의를 이기지 못하고 관습이 악습으로 이어져 오는 모습을 매체를 통해 다시 보는 심경은 유쾌하지 않다.

iMBC 연예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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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를 봤을 때다. 긴박한 상황에서 소말리아를 탈출하는 인물들을 보며 '저게 실화라고? 와 진짜 영화 같은 상황이었네'라고 감탄했었다. 그러며 한편으로는 '오래 전 일이니 저런 지경이었겠지'라는 생각도 하며 여전히 비현실적 상황 속 남과 북의 생사를 건 대 통합에 판타지스럽다는 감상을 갖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 '모가디슈'를 만들면서 "때로는 실제 사건이 너무 영화 같을때가 있다. 이 사건이 그랬다. 실제로 있었던걸 그대로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믿어줄까? 너무 가짜같은 현실이어서 설득력이 있을까 싶었다."라며 오히려 영화적 재미를 위해 많이 압축하고 생략해야 했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기억될 것 같던 '탈출'은 이내 현실에서 재연되었다. 아프간 사태가 벌어지고 비행기 바퀴에 매달린 수 많은 사람들, 공항 담벼락에서 아이라도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에서 총탄을 피하기 위해 두꺼운 책과 모래주머니를 차에 두르고 모가디슈 도로를 달리던 영화속 한 장면이 고스란히 겹쳐 보였다.


영화 '모가디슈'에서처럼 한국 교민들과 한국을 도왔던 현지 조력자들은 무사히 아프간을 탈출했지만 아프간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일 매일이 영화 '블랙 호크 다운' 같은 상황일 것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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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물 'D.P.'가 공개되었다.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의 시선으로 탈영병의 사연을 쫓았던 시리즈를 보며 기자는 "너무 옛날 옛적 군대 이야기 아냐? 요즘 군대 좋아졌다는데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을 가족에게 했다. 그러자 "뭐래? 완전 공감되는데? 군대는 하나도 안 달라졌어. 부사관 성추행 사건에 군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요즘도 뉴스에 나오고 있는데"라는 반박이 쏟아졌다.

그랬다. 연일 뉴스에 나오는 군인들의 성폭행, 성추행 사건에 대한 군 간부들의 대응을 보면 'D.P'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였다.

군대를 다녀오지 못하고, 군대를 알지 못하는 여성의 시선에서는 극단적인 몇몇 사례를 보여주는 것 같았지만 군대를 경험했던 남성의 시선에서는 'D.P.'가 너무나 현실적이라는 반응이다. '군 트라우마가 다시 생각났다' '나도 방관자였다' 'CCTV보는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피드백이 쏟아져 나왔고, 오죽하면 시리즈 공개 이후 언론사들은 '드라마 보다 더 한 현실, 후임병에게 몹쓸짓' '드라마는 순한맛, 현실은 매운맛' 등 지금도 진행중인 군 가혹행위에 대한 고발을 연일 기사화 하고 있다.


'D.P.'는 요즘의 우리에게 상당히 많은 메시지를 안겨주는 시리즈다. 조직 안에서의 괴롭힘 역학에 대해 개인대 개인, 계급대 계급의 관점에서도 세밀하게 다루면서 왜 나쁜걸 알면서 멈추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까지 던지고 있다. 사병들 사이에서는 이런 괴롭힘이 큰 이슈라면 군 자체에서는 '기강'의 명분아래 인권이 묵살되고 권력의 잇속을 챙기는 쪽으로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문제도 'D.P.'는 다루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시의성으로 인한 사회적 공감을 의도하고 공개일을 정한건 아니다. 하지만 우연치고는 참으로 기가막히게 시의적적한 타이밍에 공개되면서 관객의 반응, 시청자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며 사회적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거나, 드라마를 만들면서 연출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문화 콘텐츠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거울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의 현실은 영화보다 더 참혹하고 안타깝다. 'D.P.'의 마지막 시리즈가 나올때 쯤에는 "저건 정말 2021년에나 있었던 일이지. 요즘은 저런 걸 찾아 볼수가 없어"라는 말을 누구나 할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모가디슈' 같은 현실이 지구상 어디에서도 다시 재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데,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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