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산골 산촌집에서 삼시세끼를 만들어 먹는 장면 하나하나가 인상 깊어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방송 직후에는 주말에 100명도 넘는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했단다. 평생 매화골에서 농사만 짓고 살던 김연달(71), 설기조(72) 씨는 갑작스런 유명세가 조금은 힘들었다는데... 그렇다고 대대로 맨몸으로 들어와 일군 터전과 고향집을 함부로 팔고 나갈 수도 없었다고. 작년, 드디어 매화골 처갓집은 새 주인을 맞았다. 부부의 육남매 중 막내딸 김정임(39), 막내사위 윤성용(39)씨.
매화골 처갓집의 새 주인이 된 백년손님. 성용 씨는 이십대 때부터 부지런히 택배일과 개인 운송일을 하며 도시에서 기반을 닦았다. 그러면서 꾼 꿈이 귀농. 그래서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아낌없이 투자해 독채 민박을 짓고, 아내가 태어난 처갓집을 고쳐 들어왔다. 다섯 살 범(5)이는 병설유치원 귀한 학생이 됐고, 개두릅 부침개를 잘 먹는 둘째 현진(2)이는 산골 아기가 다 됐다. 매화골 산골집의 새주인 윤서방, 계획은 많으나 현실은 초보 농부다. 그런 백년손님의 농사 선생님은 바로, 장인어른. 고향집을 사위에게 물려주시고 제천으로 나가셨지만, 농번기가 됐으니 장인장모님은 수시로 정선 고향집으로 오신다. 씨 뿌리는 것부터, 산에는 어떤 나물이 있는지... 오늘도 윤 서방은 슬기로운 산골생활을 배우는 중이다.
비탈진 돌밭을 일궈 콩이며, 무, 배추, 옥수수 농사를 지었던 장인, 장모님은 열여덟 열아홉에 결혼해 1남 5녀를 낳았다. 자식들은 당신네처럼 산골에서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엄마랑 떨어지기 싫다며 우는 어린 막내딸까지 일찌감치 제천에 방을 얻어 유학 보냈다. 그저 자식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향땅을 일궈 공부도 시키고, 결혼도 시켰다. 잘 자란 육남매는 환갑때는 ‘최고 부모님상’까지 만들어줘 살아온 인생이 뿌듯한데, 그렇게 청춘이 깃든 고향집 전경을 TV에서 처음 봤을 때 너무 아름다워 놀랐단다. 그 집을 막내딸과 사위가 지켜주고 있으니 고맙고 대견할 따름이다. 제천 집에 나와 있어도 마음은 늘 고향집을 향하고, 그래서 부부는 다시 또 정선행 기차에 오른다.
매화골 윤서방네, 청보리는 날로 짙어가고, 작약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집 뒤만 나가도 두릅, 곰취, 참나물... 지천에 산나물이다. 직접 내린 커피 한 잔 들고 문 밖만 나와도 풍경 맛집, 윤 서방은 날마다 ‘삼시세끼’를 찍는다. 어른들이 산골집에 오시면 제천에 사는 딸들도 모여들고, 빗소리만 듣고 있어도 좋은 집에서 딸들의 잔치가 시작된다. 참나물에 김치를 쭉쭉 찢어 올려 메밀전을 부치고, 가마솥 뚜껑에는 지글지글 고기와 김치를 얹어 옛 추억을 나눈다. 강원도 푸른 자연이 품은 매화골 외딴 집- 그곳에 가면 윤 서방이 지키는 따뜻한 고향집이 있고, 100년을 이어온 삶은 그렇게 또 흐르고 있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KBS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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