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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경주 감포 해녀모녀 '세 여자 이야기'

기사입력2021-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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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가 펼쳐진 경주 감포의 어느 마을, 물질 실력 좋고 다정하기로 소문난 해녀 모녀가 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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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21일까지 방송되는 KBS1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에서는 21년 차 해녀 이정숙(52) 씨와 딸에게 물질을 가르쳐 준 김순자(74) 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역 수확 철을 맞아 분주한 마을, 정숙 씨와 순자 씨 모녀도 지난겨울 정성껏 닦아 둔 바닷속 돌에서 미역을 따온다. 오늘도 두 여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미역을 따러 파도치는 바다로 향한다.

딸 정숙 씨는 갓 스물에 사랑하는 이를 만나 고향을 떠났었다. 도시로 나가 남편과 함께 건강식품 사업을 키워가던 중, 부도를 맞은 부부는 오갈 데가 없었다. 그때 엄마 순자 씨가 “바다에서 쉬어 가라”며 딸네 가족을 품어주었다. 돌아온 고향에서 정숙 씨는 포장마차부터 시작했고, 남편 대엽 씨도 멸치어장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지만 삼 남매 키우기엔 빠듯했다. 그 때 순자 씨가 딸에게 물질을 가르쳤다. 땅에서 밭을 빌려주듯, 순자 씨가 가진 미역 돌에 딸을 불러 일당도 줬다. 엄마 덕분에 캄캄한 바닥을 찍고 다시 눈부신 수면 위로 올라온 정숙 씨. 이제는 청출어람, 바다를 안방처럼 누비는 베테랑 해녀가 됐다.

정숙 씨의 엄마, 순자 씨가 처음 해녀로 나섰던 건 40여 년 전. 술 좋아하던 남편 대신 집안을 건사하려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야속하게도 남편은 20여 년 전 배 사고로 먼저 떠나버렸다. 누군가는 남편 앗아간 바다가 무섭지도 않냐 물었지만, 순자 씨는 자식 넷을 먹여 살리려 악착같이 잠수복을 입었다. 맏딸 정숙 씨가 감포에 와 처음 물질을 배울 땐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물질 1등, 금슬 1등으로 잘 살아가는 딸이 고맙기만 하다. 그 딸과 사위 울타리 삼아 노후를 보내나 싶었는데, 순자 씨는 지난해부터 친손자 윤영이(8)를 돌보게 됐다. 윤영 아빠인 막내아들은 배 타러 나가 얼굴 보기 힘들고, 베트남에서 온 며느리도 공장 일 다니느라 바쁘니 순자 씨가 어린 손자의 부모이자 친구가 되어준 것. 힘들 법도 한데, 손자 재롱 보는 재미에 울적할 여가도 없단다.


김순자와 이정숙, 함께 바다를 누비는 두 여자를 기록하는 또 한 여자가 있다. 미역 철마다 친정에 와서 일을 돕는 정숙 씨의 맏딸, 정지윤(30) 씨다. 작년에 결혼해 한창 신혼이지만, 엄마 곁에 와 일손을 돕고 있다. 엄마가 세찬 파도와 맞서고 오면 따끈한 커피를 타서 나르고, 갓 딴 미역을 정갈하게 손질하고 해풍에 널어 말린다. 게다가 애써 따온 미역 제값을 받게 해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도시재생 관련 단체에서 기획 일을 했던 몸, 경력을 살려서 미역 포장과 디자인도 공들여 해드렸다.

이제 지윤 씨 나이 서른. 엄마가 감포에 다시 내려왔을 때 즈음이 되고 보니, 남다른 삶의 이야기를 품은 할머니와 엄마가 다시 보였단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글로 기록하고 있다. ‘땅에서는 딸이자, 마누라, 그리고 세 자식을 키워낸 엄마이고, 바다에서는 인어공주인 우리 엄마’ 그리고 ‘잘생긴 농어’를 만났다는 할머니의 생생한 바닷속 이야기들이다. 지윤 씨는 할머니에서 엄마로 이어지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기록하며, 그녀들의 시간을 걸어본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KBS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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