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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즐겁다' 이지원 감독 "아이들 영화지만 어른을 위한 영화" [인터뷰M]

기사입력2021-05-0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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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로 우리 주변의 아이들을 보는 시선에 좀 더 세심한 필터를 끼울 수 있게 해준 이지원 감독을 만났다.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이지원 감독의 따뜻한 심성이 물씬 느껴졌다.

iMBC 연예뉴스 사진

9살 ‘다이(이경훈)’가 엄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졌음을 알고 친구들과 함께 어른들 몰래 떠나는 여행과 마지막 인사를 담은 전지적 어린이 시점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이지만 이 영화 속 아이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만으로도 어른보다 더 반듯하고 성숙해서 영화를 보는 어른들에게 많은 반성을 하게 했다. 이런 어린이 배우들의 연기 비결에는 3개월 동안 300여명의 어린이 배우들과 진행했다는 오디션이 있었다.

이지원 감독은 "어린이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계획이 있었다. 때문에 실제 캐릭터와 성격, 성향이 비슷한 배우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라고 이야기했다.

시나리오를 주지 않고 상황만 만들어 준 상태에서 펼쳐진 어린이 배우들의 연기는 그래서인지 훨씬 자연스럽고 생동감이 넘쳤다.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 오디션부터 세심하게 신경을 쓴 이지원 감독은 "지정대사, 자유연기와 같은 연기적 스킬을 뽐내는 방식은 지양했다. 대신 캐주얼한 인터뷰나 연극놀이, 간단한 상황극 위주의 오디션을 진행했다. 배우들이 오디션 장에서 경직된 상태로 하는 연기보다 최대한 편안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었고 이런 방법들은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라며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의 특별한 캐스팅 과정을 이야기했다.
성인 배우의 오디션과 달랐던 방식의 이유에 대해 이지원 감독은 "딱히 성인과 어린이의 차이때문에 오디션 방식을 달리 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을 보기 원하는지. 어떤 방식을 선호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오디션은 정해진 대사와 본인이 가진 또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는 연기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우리 영화의 오디션은 그것보다는 배우가 가진 평소의 모습, 내재되어 있는 본연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영화에 아이들의 자유롭고 천연덕스러운 모습이 잘 담기게 된 이유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수는 없을 것 같다.


iMBC 연예뉴스 사진

9살 '다이'를 연기한 이경훈 배우는 똥그란 눈에서 많은 생각들이 읽어지는 인물이었다. 시나리오 없이 상황 설명만으로 영화를 찍었다는 이지원 감독은 이경훈 배우와 어떤 이야기를 통해 이런 연기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이경훈 배우와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는 다이라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이라는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표현하더라도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아이다. 다이는 왜 그럴까? 에 대한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고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리고 실제 이경훈 배우는 어떤 경우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며 캐릭터의 특징에 대해 어린이 배우 스스로가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에서 끄집어 낼수 있도록 대화로 유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 한 가지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이에게 엄마는 가장 사랑하는 대상이자 가장 친한 친구다. 그런데 전학을 오게 되고 민호와 유진이라는 친구들이 생기면서 또 다른 세계가 열리게 된다. 엄마를 보기 위해 병원에도 가야하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도 너무 좋은 아이. 그런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라며 다른 아이보다 훨씬 성숙해 보이면서도 한켠으로는 역시 9살 아이다운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을수 있었던 깊이있는 눈빛 연기의 비결을 이야기했다.

이경훈 배우와의 대화를 통한 디렉션 일부를 들었지만 영화 전체를 많은 어린이 배우들과 이렇게 작업한다는 건 쉬운 방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자신만의 특별한 교감법, 대화법이 있냐는 질문에 이지원 감독은 "저만의 방식은 잘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촬영하면서 저만의 철칙은 있었다. 최대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 이야기를 들을 때나 말 할 때 항상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할 것. 이것만은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라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다."라고 자신의 원칙을 이야기 하며 "그리고 교감하는 대화법이나 설명들은 연기 커뮤니케이터인 신지이 배우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며 '연기 커뮤니케이터'라는 생소한 영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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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아이들은 즐겁다'가 더욱 감동적인 이유는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시선에는 편견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특이한 가족을 설정한 이유에 대해 이지원 감독은 "이 영화는 세상이 정해놓은 혹은 규정해 놓은 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틀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처럼 받아들여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라며 의도했던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이는 흔히 이야기하는 '정상가족'을 원하는 아이다. 엄마, 아빠 모두 존재하고 집에 오면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가족의 모습. 하지만 그렇게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병원에 있는 엄마의 존재를 친구들에게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생기면서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다이의 그런 생각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화분을 들고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그 화분이 깨짐을 통해 다이는 드디어 틀이 중요한 게 아니구나! 라는 것을 깨닫고 성장하길 원했다. 후반부에 다이가 꽃을 땅에 심어주는 장면을 통해 틀에서 벗어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도리어 더 자유롭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사회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더라도 본질이 변하지 않음을, '다이' 뿐 아니라 '민호'와 '유진'을 통해서 사회의 규정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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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감독은 "어린이 배우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휠씬 더 프로였다. 나이만 어렸을 뿐 이미 그들은 배우였고 프로였기 때문에 매순간 그들의 연기를 보며 즐거워했다."라며 어린이 배우들의 연기가 기대를 뛰어 넘어 감동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아지트 장면을 찍을 때(진짜 오랜 시간 자기들이 사랑해 온 공간처럼 너무 해맑고 즐겁게 노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영화에 빠져 들게 하는 순간였다고 생각한다), 유진 할머니 장례식장에서의 유진의 모습. 망가진 꽃을 땅에 심어주는 모습 (다이의 선택과 그 마음이 너무 예뻤다. 꽃을 심는 순서나 행동은 계산 된 것이 아닌 이경훈 배우가 느끼는대로 했다),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다이, 그리고 엔딩 장면에서 자유롭게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 등이 있다."라며 어린이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했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는 웹툰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원작도 높은 평점을 받으며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는데 이지원 감독은 "원작의 가장 큰 미덕은 보편적이면서도 울림이 큰 감정을 일상 속에서 담담하게 표현해내는 것에 있다고 생각했고 저 또한 그 미덕을 잘 가지고 오고 싶었다."라며 웹툰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이어 "웹툰과 달리 120분 정도의 물리적 시간 안에 이야기를 담아야 하다 보니 이야기를 압축할 필요가 있었고 자연스레 조금 더 주인공인 다이 위주의 이야기가 되었다. 다만 그럼에도 다이를 둘러싼 관계나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라며 웹툰을 영화화 하면서 좀 더 중점을 둔 부분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영화의 상황들은 대부분 제가 새롭게 만들었고 몇몇 장면들은 원작의 감정이나 정서를 참고해서 만들었다. 예를 들어, 냄새 장면이나 아지트 장면들이 그렇다. 후반부의 여정은 기획 단계부터 염두해 두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만들 경우, 원작의 미덕을 잘 가져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영화만의 개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영화만의 색깔을 잘 보여줄 수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새롭게 만들었다."라며 원작과 달리 영화의 장르에서 새롭게 설정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지원 감독은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는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경계했던 부분에 대해 "재미를 위해 아이들을 도구로 이용하는 느낌이 들면 안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시나리오 단계에서도 섣불리 아는 척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저 또한 아이였던 적은 있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아무리 아는 척 해봐야 그야말로 척이니까.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아이니까 이럴 것이다’라는 판단을 경계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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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작업을 하고 나서 새삼스럽게 느껴진 것은 무엇일까? 이지원 감독은 "아이들은 생각보다 아이 같고 생각보다 어른 같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섣불리 판단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더라. 어떤 상황에서의 반응은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보다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라고 접근했다. 누군가에게 작은 일이 누군가에게 큰 일이 될 수 있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그들의 세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고 생각했다."라며 나이의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개별 인격으로, 저마다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며 이야기했다.

이지원 감독은 영화를 볼 예비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그들이 처한 환경과 상관없이 친구들이나 가족의 모양과 상관없이 모두가 소중하고 귀하고 즐거워야 마땅한 존재니까. 그리고 그런 세상은 어른들이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이 영화를 보시고 내 주변의 아이들을 돌아 봤으면 좋겠다. 그런 다음 나는 어떤 어른인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가 된다면 너무 행복할 거 같다."라며 영화를 소개하며 관람 포인트를 이야기했다.

9살 ‘다이(이경훈)’가 엄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졌음을 알고 친구들과 함께 어른들 몰래 떠나는 여행과 마지막 인사를 담은 전지적 어린이 시점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는 5월 5일(수) 바로 오늘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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