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태는 13일 진행된 JTBC 금토드라마 '괴물' 종영 인터뷰에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작가님이 대본을 너무 잘 써주셨고, 감독님도 특유의 섬세함을 가지고 계셨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행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뜨거운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허성태는 '괴물'에서 문주 드림타운 개발 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창진 역을 맡았다. 문주 시의원 도해원(길해연)과 경청장 유력 후보 한기환 차장(최진호)과 '개발'이라는 목표를 위해 악행도 서슴지 않으며 방송 내내 긴장감을 유발했다.
허성태는 이창진 캐릭터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진 인물이고, 키를 쥔 인물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다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을 전부 알지는 못했다며 "마지막에는 죽을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시작을 했었다.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끝내 살아남았다. 비굴하지만"이라고 했다.
내용이 워낙 탄탄해 대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밝힌 허성태는 러시아어 대사만큼은 잘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상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을 러시아어로 툭툭 내뱉는 모습이 캐릭터의 개성을 돋보이게 했던 것.
허성태는 러시아어 소화 과정에 대해 "사전 미팅 때부터 감독님, 작가님이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했다는 걸 알고 계셨었다. 그걸 추임새처럼 쓸 수 있겠냐고 제안을 해주셨고,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글로 대사를 써주시면 서울에서 통역 일을 하는 분이 검수를 해주시고, 발음을 녹음해서 보내주시기도 했다"고 했다.
"분위기를 좀 재밌게 만들어준 것 같다"고 결과물에도 만족을 표한 허성태는 "러시아에서 쓰는 현지의 언어 같은 것. 거기서 쓰는 단어와 표현들을 가지고 와서 썼다. SNS에 러시아 분들이 오셔서 잘 표현해줬다고 해주기도 했다. 심한 욕이 아니라 평소에 쓰는 거라 더욱 친근했던 것 같다. 두꺼비 같이 생긴 사람이 쓰니까. 자기들도 재밌어했던 것 같다"는 일화를 덧붙이기도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하며 체중을 증량한 것 역시 욕심 가득한 이창진의 성격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당시 15kg를 찌웠다는 허성태는 '괴물'과 촬영이 맞물리자 드라마 내내 증량한 체중을 유지했고,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야 7kg을 감량했다고 설명했다.
체중을 증량하고 유지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웠다"는 허성태는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기도 했었다. 한 달 만에 급하게 찌웠고, 그렇게 1년을 지내보니까 몸도 안 좋아지고 그렇더라. 정말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며 찌워야 했다. 치킨에 맥주를 먹으면 보기 싫게 찌기도 한다. 운동도 많이 했다. 왼팔과 오른팔이 달랐는데, 똑같아지는 경험을 작년에 처음 해봤다. 하면 되는구나 싶더라"고 했다.
현실감을 살리기 위한 부단한 노력 끝에 입체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악역 이창진이 탄생할 수 있었다. 허성태는 이처럼 개성 넘치는 악역을 다수 연기한 것에 대해 "공교롭게도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었다.
다만, 이유 없는 악역은 싫다며 그만의 악역론을 펼치기도 했다. "대부분의 역할이 나름의 서사가 있는 악역이었다"고 말한 허성태는 "그냥 이유 없는 악역은 내가 봤을 때도 재미가 없다. 그런 것은 고사했던 것도 있고 그렇다. 그냥 깡패 이런 건 재미가 없다. 보시는 입장에서도 입체적인 악역들이 재밌는 것 같다. 그런 것은 내가 염두에 두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목표 또한 거창하지 않았다. 그는 "목표는 없고,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로 기억을 해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남겼다. 그러면서 "내 냄새가 묻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또 진실성 있는 연기로 보일 거니까. 대단한 사람이 연기하는 게 아니다. 나도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고, 그래서 사람 냄새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iMBC연예 장수정 | 사진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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