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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신들린 아이라고 무서워 마세요~

2009-08-25 10:40
심은경, 신들린 아이라고 무서워 마세요~







얄미운 같은 반 남자애에게 하이킥을 날리는 태권 소녀(단팥빵), 소리에만 빠져 집안 살림은 나 몰라라 하는 아버지를 찾아 기생집으로 쳐들어가는 소녀(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부모 없이 시정을 떠돌면서도 밝고 명랑한 소녀(태왕사신기), 천하의 서태지에게 “근데 아저씨 누구에요?”라며 굴욕을 안겨주던 소녀. ‘말괄량이, 왈가닥, 해맑음’ 하면 떠오르던 한 소녀에게 ‘신’이 들렸다. 다른 친구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자랄 때 소녀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대중 앞에서 차근차근 성장했다. 유독 하얀 피부와 동그란 눈망울, 활짝 웃으면 장난기가 묻어나는 중3 소녀 심은경은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아역으로 나올 때마다 “아~ 쟤? 연기 참 잘해”라는 감탄사를 받았고 어느 역할, 어느 장소에 갖다놔도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익숙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몇 안 되는 아역이었다. 





 


3월부터 MBC <태희혜교지현이>(이하 태혜지)에서 성실하고 밝은 ‘심은경’으로 출연하고 있는 심은경을 만난 날은 <태혜지>의 마지막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아직 끝났다는 실감이 안 나요. 다음 주 월요일이면 또 촬영하러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정든 사람들이랑 헤어질 생각하니까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구요.” 10대 소녀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아이돌들이 총 출동하는 시트콤에 출연하는 심은경에게 시트콤은 그저 연기를 하는 ‘숨’과 같은 장소일 뿐이다. “잘생긴 오빠들이나 아이돌 오빠들도 많이 나와서 친구들이 부러워하죠. 특히 샤이니 태민이 오빠가 출연하고 나서는 친구들이 태민 오빠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사실 <태혜지>와 <불신지옥>은 촬영 기간이 겹친다. 웃음이 넘치는 시트콤 촬영장과 시종일관 어두운 인상으로 침대에 웅크리고 있는 <불신지옥>의 소진이를 오간다는 것은 어땠을까? “힘들기도 하지만 제가 영화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시트콤 연기가 저랑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였어요. 시트콤에서는 저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영화에서는 캐릭터 소진이에 맞게 연기를 하니까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어요.” 한마디 한마디를 골똘히 생각하며 힘주어 대답하는 심은경의 머릿속은 똘똘한 인상과 잘 맞물린다. “시나리오 처음 읽었을 때, 아 이건 정말 힘들겠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한테 뺏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신지옥>은 현재 <장화홍련> 이후 최고의 한국 공포영화라는 찬사 속에서 상영 중이다. 종교적인 소재를 가지고 자극보다는 심리적 공포를 표방하는 작품이기에 ‘대박’ 행렬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이용주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영화 스토리 라인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신들린 소녀 ‘소진’은 심은경이 생각하기에 ‘슬픈 소녀’다. “저는 광기에 가득 찬 강렬한 인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오히려 차갑고 위엄 있는 모습을 원하셨어요. 그 편이 관객들에게 더 무섭게 다가갈 거라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다 찍은 영상을 보고 저도 같은 생각을 했고요.” 접신 장면을 찍을 때 기절까지 한 심은경이 다시 자신으로 돌아오지 못할까 봐 감독이나 어머니 모두 걱정했다고 한다. “접신 장면이 저도 제일 힘들었어요. 밤샘 촬영이었고 집중을 하고 찍어야 해서 많이 날카로워 있었어요.”

 


보통의 아역배우들은 다음 역할을 어머니가 정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심은경은 거의 자신의 결정으로 작품을 선택한다. 그래서 다음 작품을 물었더니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밝고 명랑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미 연기파 배우라 불러도 될 것 같은 심은경이 가장 닮고 싶은 배우는 의외로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다.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를 보면서 감명 깊었어요. 그분처럼 몰입해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신들린 소녀에 이어 희대의 악당 역을 하다 자살한 히스 레저를 닮고 싶다니, 평소의 이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학교에서는 엄청 평범한 학생이에요. 다들 제가 인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이제 고등학교도 가야 해서 공부가 제일 큰 고민이에요. 상반기에 너무 바빠서 공부를 많이 못했거든요. 이젠 학업에 집중해야죠.”







제2의 문근영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심은경에 대한 찬사는 영화감독들로부터 시작됐다. 얼마 전 심은경과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 트레일러 촬영을 마친 김지운 감독 역시 심은경에게서 문근영의 총기를 보았다고 했다. 아역들의 최고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문근영이 연상된다는 평가를 듣는 이 열다섯 소녀는 의외로 담담하다. “일단은 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리고, 주목받고 있으니까 더 열심히 다른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시간이 나면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는 심은경은 영화감독이 되어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연기공부를 체계적으로 해서 후배들에게 가르쳐 주는 교수도 되고 싶다고 한다. “태왕사신기 수지니가 저랑 제 성격이랑 제일 닮았어요. 처음에는 낯도 가리지만 친해지고 나면 장난도 잘치고 털털하거든요” 조곤조곤 꿈과 목표, 하고 싶은 연기를 말하는 소녀는 벌써 다 자란 어른 같다가도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을 털어놓는다. 대단한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도 아니고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인 소녀. 대단한 연기력의 그 아이, 만나보니 평범하더라.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벌써부터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실을 가진, 부끄러움도 생각도 많은 이 아이의 해맑은 미소는 쉬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아이의 몇 년 후가 더욱 기대된다. 생각도 얼굴도 예쁜 심은경은 분명 제 2의 문근영이 아니라 제 1의 심은경이 될 테니까.  김송희 기자 | 사진제공 TVian | 사진 노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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