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채널A 보컬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컬플레이'에 출연한 김영흠의 일화다. '삑사리의 예술'이라는 표현이 제격인 상황이었다. 이는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영화 중 예상치 못했던 돌발적인 요소들이 모여 추후 예술로 승화되는 상황을 수식한 표현이다. 힘을 풀고 가사와 음률에만 집중해 기타를 뜯으며 삑사리 정도는 우습게 노래하는 김영흠의 음악이 그렇다.
iMBC와 만난 김영흠은 당시를 떠올리며 "삑사리가 노래처럼 들렸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나는 삑사리를 내고서 '큰일 났다'고 생각해 고개를 떨구고 내 뺨을 친 것이다. 안도한 게 아니었다. 당황했는데, 그런 말씀 해주셨더라"며 웃었다.
김영흠은 재미로 노래한다. 기타 치며 목청을 높일 때에 스스로가 재밌지 않으면, 청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나름의 철칙을 지니고 있다. 그는 "당시 김영흠이 강산에 선배님의 '명태'를 선곡하기도 했다. 가사가 정말 재밌고, 신나잖나. 매콤하다"라며 "'보컬플레이' 당시 가장 재밌던 무대는 나상현, 임지수와 함께 부른 'Tears'였어요. 준비 과정이 정말 재밌었거든요. 탁성에 거친 창법이라, 다른 가수들과 협업을 해본 경험이 적은 편이다. 나도 누군가와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가족사진' 무대도 엄청난 화제를 이끌었다. 그는 무대에서 오열하면서도 목소리에 실린 감정은 완전히 절제해 완창 했다. 해당 클립 영상 댓글란은 모두의 일기장이 됐다. 많은 이들이 각자의 사연을 읊으며 가족과의 추억을 적었다. 김영흠은 "아주 신기한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무대 아래에서 VCR 속 내 모습을 보고서 과거가 떠오르고 부모님이 떠올라 울컥했다. 울음이 새어 나와 노래에는 조금 방해되기도 했다. 특히 어머니가 무대 아래에서 울고 계신 모습을 봐버린 게 가장 컸다"며 "나도 아직 내 영상을 종종 찾아본다. 댓글을 보니 기분이 묘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만든 노래도 아니고, 원곡자도 아니지만, 모두들 공감하며 들어주셨다. 어떤 가수라도 자신이 부른 노래에서 누군가 위로를 받는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낄 것"이라며 "본인들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더라. 아프고 지우고픈 이야기도 하더라. 나의 목소리로 인해 과거의 추억, 기억, 감정을 되뇌고 울고 웃으며 표현해주더라. 감사하고 또 뿌듯하다"고 전했다.
'보컬플레이' 이후 김영흠은 다시 배곯아가며 노래하는 서울예대 학생의 일상을 살았다. 이후 올해 방송된 Mnet '보이스코리아'에 등장했다. 이번에 그가 고른 곡은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였다. 1997년생이 부르는 1991년도의 옛 노래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영흠은 "프로그램 제목대로 목소리로만 승부를 보고 싶었다. 조금 더 진중하게 저의 목소리를 더욱 부각시키고 싶었다. 평소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였다. 기왕 출연하는 거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행복하게 부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영흠은 '올턴'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보아, 성시경, 김종국, 다이나믹듀오 4팀의 심사위원이 서로 그의 코치진이 되겠다며 다퉜을 정도다. 이렇듯 김영흠의 무대를 본 이들은 심사위원 아닌 관객이 되어있었고, 평가 아닌 감탄 늘어놓기에 바빴다. 감성의 힘이자, 탁성의 마법이다. 여기에 능란한 기타 연주까지 더해지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목소리인 것이다. 푹 빠져 눈감고 노래하는 그의 표정은 시선까지 머무르게 만든다. 김영흠은 "눈을 떴더니 4팀의 심사위원 모두 돌아서 나를 보고 계시더라. 기분 좋았다. 무대가 끝나고 나니까 정말 떨렸다. 아직도 당시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오고 재밌다"고 전했다.
대진운이 따라주지 않아 김영흠은 예상 밖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웃었다. 이유를 물으니 이번에도 "재밌었으니 된 거고, 배웠으니 된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김영흠은 "아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 마지막 무대인 '이별의 종착역'을 정말 재밌게 불렀다. 심지어 그땐 떨지도 않았다. 함께 부른 박다은 누나랑 여러 번 맞춰보는 과정도 재밌었다"며 "마지막 소절을 부르고서 '잘했다'고 생각했다. 탈락해도 아무 상관없는 무대였다"고 말했다.
방송 후 김영흠에게는 '레트로 가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통기타를 치며 태어나기도 전에 발매된 예스러운 노래를 부르는 그는 레트로 감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와 관련 김영흠은 "사람들이 '레트로가이' '옛날감성'이라고 말해주시더라. 수식 하나가 붙었다는 것만 해도 영광스럽다. 좋은 음악을 찾다 보니, 부른 노래들이고 그게 나의 레퍼토리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김영흠은 단순 명료하다. 그에게 노래하는 원동력을 물으니, '관심'이란다. "관심이 떨어지면 배가 고파지는 직업이다. 들어주는 이 하나 없이 혼자 파묻혀 노래만 부르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대신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있으면 된다. 그 또한 관심이니까"라고 답한 김영흠.
탁성으로 거칠게 부르는 그의 창법에 팬들은 걱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역시 김영흠은 "목이 잘 안 쉰다. 노래해서 목이 쉬어본 적은 없다. 운동회 때 응원을 너무 크게 해서 목이 쉬어보긴 했다"며 "글쎄, 고민해보진 않았다. 만약 목이 쉬어버리면, 그때 김영흠이 부르는 노래의 맛은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김영흠은 가까운 목표를 밝혔다. 그는 "앨범을 정말 열심히 준비 중이다. 어마어마한 게 나올 테니 기대해달라. 그리고 하루빨리 마스크 없이 공연하고 싶다.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영흠 인터뷰의 풀영상은 유튜브 채널 '엠순이'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iMBC 이호영 | 사진 iMBC DB | Mnet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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