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끝터뷰] 지현우 "당신의 외로운 감정을 외면하지 마세요"

기사입력2020-10-17 08:00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배우 지현우는 비우고 사색한다.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쓸쓸하면 쓸쓸한 대로. 그 감정을 기억해 한켠에 새겨두면, 제법 쓸만하단다. 연기에도, 노래에도, 그리고 사랑에도.

iMBC 연예뉴스 사진

지현우는 최근 MBC에브리원 드라마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극본 조진국 최유정·연출 이현주·제작 김미나·기획 조범)로 시청자와 만났다. 정신과 의사 차강우로 분한 그는 소설가 지망생 이나은(김소은)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사랑을 선물했다. 뿐만 아니라 이웃과 환자들에게도 따뜻한 조언과 위로를 건넨 인물이기도 하다.

정신과 의사 차강우와 마주한 지현우는 권위적인 의사가 되기는 싫었다고. 그는 "어쩌다 보니 전작품 포함, 의사 역할을 연속으로 세 번 하게 됐다. 나도 정신과 상담도 받아보고 관련 책도 읽어봤다. 마음을 치료하는 일이다. 병원에 방문해보니 예약을 잡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더라. '마음의 감기'라는 단어처럼 현대인에게 흔한 게 정신 질병이더라"며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일까 고민했다. 고정관념이 없는 의사를 연기하고 싶었다. 친구와 고민 상담을 하는 느낌을 받게 만들어주는 의사. 그래서 극중 상담 장면에서 가운을 입지 않았다. 동네 편안한 오빠 혹은 친구, 동생이 되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덕분에 시청자는 위로받았다. 꿈, 사랑, 인간관계 앞에 좌절하며 차강우를 찾은 환자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투영해 시청했다. 덤덤한 말투로 힘을 주어 용기를 북돋아주는 차강우는 힐링 그 자체였다. 지현우는 "나 역시도 대본을 외우며 위로받았다. 현실에 가로막혀 꿈을 포기하려는 이에게 '어차피 언젠가 작가가 될 거잖아. 타인이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클레임 걸진 말라'고 한다던지, '힘들면 힘든 티를 내'라고 한다던지. 주옥같은 대사들의 향연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행위에 대한 보상을 바라고, 실속을 우선적으로 챙기곤 한다. 때문에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라는 제목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지현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많이 공감했다. 재밌게 잘 지은 제목이더라. 직관적이지 않나. 주변에서도 많이 공감하더라. 사랑뿐만 아니다. 타인과 마주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갈수록 느끼지만, 누구나 체력적인 한계를 실감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현우는 본성에 가까운 작품의 제목대로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그는 "연애는 항상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연애가 주는 안정감, 행복, 설렘 이런 것들을 느껴야 배우로서 연기하는 데 표현할 수 있다. 노래도 마찬가지다"라며 "외로운 게 싫지만은 않다. 쓸쓸하고 아프지만, 외면하진 않는다. 다루고 사무쳐봐야 다음 인연이 나타났을 때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지금은 잠시 연애를 쉬고, 외로움을 즐기는 중이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인연과 사랑하고 싶다"고 밝혔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지현우는 짬이 나면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찾고, 외딴곳에 스스로를 던져둔 채로 여가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유를 물으니 그는 "낯선 곳에 스스로를 내던지면, 모든 감각이 살아난다. 차분하게 나와 마주하면서 치열하게만 살았던 20대의 시간들이 부질없게 느껴지더라. 나에게 숨 쉴 시간을 주는 느낌이다. 좋아서 하는 연기와 노래가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다 보면 싫어질 수 있다.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오면 힘이 난다"고 전했다.

눈을 마주하고, 타인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현우는 "3G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다. 음악을 듣고, 통화를 하거나, 길을 찾는 용도 정도로만 사용한다. 대기실에 있다 보면 모두가 게임을 하고, 카카오톡을 나눈다"며 "막상 곁에 사람들과는 대화하지 않고 눈을 보지 않더라.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톡 단체방도 순식간에 빨간 숫자가 100이 넘어간다. 쫓아가기 벅차다는 생각이 들어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렇듯 지현우는 아날로그적인 생활 방식으로 살며 느림의 미학을 몸소 실천 중이다. 뒤쳐지는 느낌에 조급하진 않을까 우려하니, 성찰할 여유가 생겨 오히려 느긋하단다. 특히 그는 주변에 감사할 시간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지현우는 "20대 초반에 일을 시작해서 항상 선배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작업했다. 연기를 못해도 훌륭한 선배님들이 커버해줬다. 안정감 속에서 신인의 패기와 풋풋함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입장이었다. 이제는 내가 그 위치에 왔으니, 그들에게 받은 걸 베풀려고 노력한다"며 "팬들도 마찬가지다. 어설픈 지현우를 사랑해주고, 기다려준 그들에게 더 이상 실망감을 주고싶지 않다. 홀로 있는 시간에 이런 생각들을 되뇐다"고 말했다.

지현우는 독서에도 공을 들인다. 그는 "5년 계획을 써두는 책을 샀다. 추상적이지만 '변하지 않는 것', '연기자로서 마음의 온도를 잃지 않기', '감정에 무뎌지지 않기'를 적었다"며 "작품을 하거나 노래를 하면 아픔을 표현하는 것은 필수다. 감정에 무뎌지면 더 이상 예술하지 못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실제로 주변 선배들을 보면 아직도 가슴속에 소녀의 감성을 품고 사는 이들이 계신다. 오래오래 무탈하게 좋은 기운을 시청자와 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고두심 선생님께 물었어요. '어쩜 그렇게 연기를 오래오래 훌륭하게 해내시냐'고. '좋은걸 많이 봐야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현답을 주시더라고요. 저도 좋은 걸 담아 좋은 걸 전달하는 배우, 가수가 되겠습니다."

iMBC 이호영 | 사진 라이언하트, MBC에브리원 제공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