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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유아인 "'나혼산' 출연, 영화 홍보 때문 아닌 제가 먼저 제안"

기사입력2020-06-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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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이후 오랜만에 유아인을 만났다. 6월 24일에 개봉할 영화 '#살아있다'의 홍보를 위한 인터뷰였지만 영화보다 인간 유아인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었다. 뭐랄까.... '우리 아인이가 달라졌어요!'의 느낌이랄까. '국가부도의 날' 때도 도올과의 프로젝트를 예고하며 작품 이외의 방법으로 대중과의 소통에 나설거라는 의향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이 마음이 오픈되어 있고 안정적이게 된 것 같았다. 놀라운 변화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로 유아인은 부모님이 여행으로 집을 비운 날 아침 원인도 정체도 알 수 없는 이들의 침입을 피해 문을 막고 집 안에서 숨어 지내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불안과 공포 속에 생존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준우'를 연기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초반의 40분 동안 영화는 유아인만 보여주며 평화로운 일상에서 갑자기 생지옥이 된 상황의 변화,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 속에 적응해 나가는 인간의 심리 상태를 그려낸다. 집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막으로 '이틀째' '일주일째' 등의 시간 흐름이 표시될 뿐이지만 유아인은 실제로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처럼 지쳐가는 모습, 패닉이 오는 모습,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희망에서 절망으로 감정이 변화하는 모습들을 다이나믹하게 그려내며 '역시 유아인!'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초반의 호흡을 조정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현장 편집본을 가장 많이 보며 작업했던 영화다. 매주 주말마다 편집본을 보며 충분한 흡입력을 만들려고 했다"라며 작업 과정을 회상하는 유아인인데 예전에 비해 작업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전과 다른 적극성이 생겼다. 보시는 것과 달리 제가 현장에서 제 캐릭터 외에는 전혀 영화에 의견을 내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배우로서 조금 더 다양한 역할을 현장에서 할수 있어야겠다는 책임감과 부담이 생겼다. 그래서 의견도 많이 내고 고민도 하고 어떤 씬은 혼자 리허설 영상을 찍어 감독님에게 보여주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유연한 소통을 허락해준 현장이었고, 함께 만든다는 기쁨을 느끼며 작품을 했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지만 작품을 선택하는 취향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다양한 작품을 했었지만 항상 진지한 영화에 주로 출연했었고 그래서 장르물도 처음이라는 유아인은 "진지한거, 괜히 딥하고 이런거 좋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 어린 배우였을때는 어린 배우에게 기대하는 게 아닌 의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10대, 20대에게 기대하는 게 아닌 깊이 있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런 경쟁력을 가지는 배우이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30대가 되면서 '아역배우' '청년배우' '소년에서 청년으로' 등의 수식어를 떼어 내며 이전에 없었던 편안한 모습을 보여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 갖고 있다. 그래서 '나혼자 산다'도 출연하고 그런다"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나혼자 산다'는 제가 먼저 제안했다. '#살아있다' 촬영중에 준우같은 인물이라면 예능에도 출연할 수 있겠다는 말을 제가 했었다. 너무 꽁꽁 싸매고 숨길 필요 없이 적극적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배역이라 생각했고, '나혼자 산다'가 너무 적절한 연결고리더라. 영화가 잘 나오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가 진짜 출연하게 됐다"라며 의외의 예능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놀랄만한 대목이었다. 영화 홍보를 위해 마케팅 팀에서 제안한 줄 알았더니 본인이 먼저 하겠다고 했다니. "요즘 희한하다. 조심스러워 하던 것들도 조심스럽지 않게 느껴지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고, 스스로 체험하고 경험해보고 싶다. 진지하게 땅굴만 파는게 재미없어졌다.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유아인의 새로운 지점을 인식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말에서 요즘 그가 '방구석 1열'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게 된 계기를 알 것 같았다.

유아인의 혼자 살이는 어떤 모습일까? "예전에는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친구도 많고 집에 드나드는 사람도 많았는데 요즘은 온전히 혼자 있으려고 한다. 불러서 밥 해먹이는 것도 줄이고, 오겠다는 것도 마다하기도 하고, 혼자 있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1~2년 사이에 많이 즐기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술자리나 친구들 만나는 횟수는 예전의 반토막 이상으로 줄어 들었다. 핸드폰도 알림을 하나도 설정하지 않고 살아서 연락이 잘 안되는 사람으로 소문이 많이 났는데 최근에는 스마트와치를 사서 확인 정도는 하고 사는 편이다"라며 의외로 조잘조잘 자기 이야기 잘 해준다. 예전에는 미처 못 느끼던 귀여움을 서른이 넘은 나이에 보여주는 유아인이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극중에서 짧은 머리에 탈색을 시도했고 나름 한국 남자배우가 보여주지 않는 파격적 비주얼일거라 생각했는데 '사냥의 시간'의 안재홍이 먼저 선을 보였다는 헤어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 했다. "'소리도 없이'를 삭발로 찍고 이어서 '#살아있다'를 촬영했다. 미처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줄 시간도 없었고 짧은 머리가 제 공식 같아서 긴머리의 샤방한 가발을 준비하고 한 회차 촬영까지 마쳤다. 작품에서 가발을 쓸거니까 평소 안하던 탈색을 했었는데 잠시 가발을 벗었을 때 모니터를 보시더니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하셔서 현장에서 테스트 촬영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투표도 했다.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지만 좀 더 실권자들이 탈색 머리가 어울린다고 하셔서 결국 가발이 아닌 탈색의 원래 제 헤어로 촬영을 하게 되었다. 긴머리의 샤방한 준우는 소품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라며 의외의 에피소드를 털어 놓는 유아인은 "공교롭게도 안재홍이 이미지를 많이 상상했었다. 옆집 청년같이 편안한 느낌으로 준우가 보여지길 바랬다"라고 하며 "안재홍 덕분에 비교적 덜 이질적으로 보여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신혜와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박신혜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제가 강하게 어필하고 주장하는 편인데 거기에 끌려자기 않고 반대되는 의견도 힘있게 주장을 펼치며 인물을 만들어 가더라. 함께 있는 씬이지만 끌려가지 않고 주도하고자 하는 태도가 너무 반가웠다.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내공으로 단단히 다져진 배우더라. 오랫 동안 일 하면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 자신으로 현장에 존재하는 방법을 잘 다져왔더라"라며 적극적으로 작품에 대해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함께 만들어 간 현장이었다고 강조했다.

극중 준우는 혼자 고립된 시간 동안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TV를 보며 상황을 예의주시 하기도 하고, 바깥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상황에 소리라도 질러 도움을 주려고도 하고, 바깥 세상을 잊으려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기도 하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정체 불명의 존재들에게 달려들기도 한다. 실제 유아인이라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술을 훨씬 더 빨리 마셨을 것 같다. 준우는 비교적 저보다 순진한 인물같더라. 엄마 아빠와 다정하고 애틋하고 귀여운 아들같은 존재 같더라. 그에 비하면 저는 좀 더 일찍 정신을 놔버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반면에 물 같은 건 미리 받아 놓고 비축해 두며 치밀하게 할 것 같다."라며 상황을 상상했다.

"많이 익숙할만한 장르물인데 인물을 다루는 태도에서 차별점이 있다. 장르물이지만 소수의 인물로 마지막까지 내면 깊은 곳까지 다루며 힘있게 끌고 간다는 것이 영화의 장점이다."라며 영화의 장점을 꼽은 유아인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고 감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좀비가 상징하는 것 처럼 살아 있지만 사는게 아닌, 사람답게 사는 것. 살아 있지만 죽어있는 사람처럼 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며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본 #살아있다는 의미를 이야기 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U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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