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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조진웅 "배우이자 감독 정진영, 내 인생의 롤모델"

기사입력2020-06-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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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에서 감독으로 첫 데뷔를 한 정진영의 영화 '사라진 시간'에서 하루아침에 삶이 송두리째 바뀐 형사 '형구'를 연기한 조진웅을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조진웅이 연기한 '형구'는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시골 마을을 찾아와 주민들을 조사하던 중 어느날 갑자기 잠에서 깨어 보니 마을 주민들이 자신을 '형사'가 아닌 '선생님'으로 부르기 시작하며 자신의 집, 가족, 직업까지 모든게 하루 아침에 사라진 혼돈의 인물이었다. 분명 내 아내였는데 지금은 다른 이의 아내라고 하고, 분명 내 아이였는데 그런 아이는 세상에 없다고 한다. 세상 답답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지만 아무리 우기고 주장해 봐야 소용이 없다.

"주인공은 되게 답답하겠다 싶더라. 마냥 울고만 있을 수도 없고, 결국 자신의 삶을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거나 이해하게 되는 지점이 영화 속에 있더라. 되게 짠했다"라며 주인공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야기 하는 조진웅은 "그래서 오히려 극명하게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주인공이 공포를 느끼면 공포심을 극대화하고, 행복을 느끼면 그것도 극대화했다. 상황이 모호한데 인물까지 모호하게 감정을 표현하면 영화가 더 불편해 질 것 같더라. 형구의 심리만 쫒아가다 보면 뭔가 얻어지는 영화가 될 것이다. 답이 딱 정해져 있는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영화다"라며 연기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을 이야기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조진웅은 "초현실주의 미술작품 같이 느껴졌다. 이게 뭔지, 뭘 봐야 하고 뭘 느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하나 하나 요소를 따질 게 아니라 이미지가 나에게 주는 현상이 뭔지를 고민하며 봤는데 나와 결이 다른 예술 작품 같기도 하고 가치가 있어 보이기도 하더라."라는 말로 운을 뗐지만 "하나의 실험 같았다. 이런 메시지를 강단있게 전달하려는 사람도 없겠지만, 이 영화의 묘한 지점은 이 영화속 공간에 가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이 무궁무진했고 '이건 해봐야 알 것 같은데요'라는 말이 나올수 밖에 없는 시나리오였다"라며 정진영 감독의 시나리오를 칭찬했다. 이어 "욕심내고 더 의미를 부여하려고 시퀀스나 이음새를 강하게 푸쉬했으면 억지스러울 수 있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정진영 감독이 데뷔하면서 보여준 겸손함이 느껴지더라. 과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라며 기묘한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관객을 이끌어 내는 영화의 매력을 표현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의 리뷰들이 대부분 '기묘하다'라는 평이었다. "뭐라 표현할 단어를 찾을 수 없다는 한줄평이 눈에 들어오더라"는 조진웅은 "영화가 재미있다, 재미없다기 보다는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다운 영화가 무엇일지 항상 고민하면서 작업을 하는데 이 영화는 뭔가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던져주는 것 같더라"는 개인적인 감상평을 내 놓았다.

조진웅은 영화 속 장면 중에서 화재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정말 많은 화재 장면을 봤는데도 이런 영화처럼 몽환적으로 보여진 건 처음이었다. 유리 안에서 토끼불 같기도 하고 불꽃 같기도 하고 영화 초반의 묘한 심리가 잘 표현되도록 그려진 장면이 잔혹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그 장면을 글로 쓰면 시가 되고, 음악을 붙이면 노래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마치 몽환의 입구처럼 묘하게 펼쳐쳐서 놀라웠다"는 말로 장면을 칭찬했다. 또한 시내의 중국집에서 예전 아내와 식사하는 장면도 꼽으며 "시나리오 보면서 연기를 어떻게 할지 기대했었다"라고도 했다. "과연 거기서 '형구'가 울까? 슬픈데 어떻게 할까? 너무 궁금했다. 마지막에 '초희'와 식탁에서 식사할 때도 멜로나 로맨스는 아닌데 인간적인 연민 이상의 뭔가는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뭘지 많이 고민을 했다. 연기적으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던 작품이라 배우로서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었다"라며 작품을 볼때 주의해서 보면 좋을만한 장면을 꼽았다.

조진웅은 정진영 감독의 눈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원래 정진영의 눈을 너무 좋아했다. 아이같이 행복한 눈이다. 시나리오 받고 다음날 가서 이야기 하는데 그날도 정말 아이처럼 행복한 눈빛이더라. 그렇게 신이나고 즐거워서 하는 영화 연출인데 촬영이 끝나고 쫑파티 하던 날은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더라. 감동스러운 순간이었다"라고 존경하던 선배가 오랜 세월 마음에 담아둔 꿈을 이루는 순간을 지켜본 이야기를 하는 조진웅의 모습은 역시나 정진영이 가장 아끼는 후배다웠다.

얼마 전에 독립영화를 찍었다고 하는 조진웅이기에 정진영의 감독 데뷔가 영향을 줬냐고 물어보니 "나도 정진영을 내 인생의 롤모델처럼 여겨서 레퍼런스가 될 작품을 갖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작업 끝나고 제 단편을 찍었다. 너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단편 영화인데도 상업영화 부럽지 않게 찍었다"라며 또 한명의 배우 출신 감독의 탄생을 예고했다. 어떤 영화일지 궁금해 하자 조진웅은 "원래는 아무에게도 안 보여주려고 했다. 오직 투자자들에게만 시나리오와 함께 보여주려 했던 건데 주변에서는 자꾸 영화제에 출품을 해보자고 하더라. 부산국제영화제 단편 부문에 출품할까 했는데 요즘 시절이 이렇다보니 확실하지는 않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계의 굵직한 일정들이 미뤄지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 시국에 극장에 영화보러 오시라고 하는 것도 아이러니 하지 않나."라고 하면서도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과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관객들이 반응이 궁금하다는 조진웅이 출연한 영화 '사라진 시간'은 6월 18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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