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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배우에서 감독으로, 정진영의 새로운 도전 "'나는 누군가?'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

기사입력2020-06-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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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 32년간 배우로 활동해온 정진영이 이번에는 영화 '사라진 시간'으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17살 시절 '영화 연출가'라는 꿈을 꾼 이후 오랫동안 '꿈'으로만 간직했던 연출을 이제사 선보이는 정진영은 "지금 완전 패닉이다. 작년 가을에 이미 후반 작업을 마쳤어서 개봉할때 담담할 줄 알았는데 예상치 않게 긴장되고 단어도 잘 안 떠오르고 그런다"라며 떨리는 심정을 드러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언론시사 이후 리뷰를 읽어보셨냐는 질문에 정진영은 "이준익 감독이 리뷰 읽지 말라고 하시더라. 나쁜 글을 읽으면 창자가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그래서 홍보대행사에 좋은 글만 보내달라고 했었는데 어제부터 제가 직접 리뷰를 찾아보게 되더라. 보신대로 쓰신 걸 테고 개봉하고 나면 관객도 서로 호불호가 엇갈릴텐데 좋은 이야기만 듣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라는 말로 관객의 평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음을 알렸다.

시골 마을로 전근 온 부부가 화제 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건 형사 '형구(조진웅 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을 그린 영화 '사라진 시간'은 4년 전에 완성된 시놉시스였다고 한다. "원래는 독립영화를 하려고 했다. 마니아적인 이야기라 혼자 영화사도 차리고 소소하게 하려고 했는데 조진웅을 캐스팅하면서 이렇게 커져버렸다. 주변에 일부러 소문도 안 내고 비밀스럽게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조진웅이 술자리에서 큰 소리로 '정진영 선배가 영화 만드시는 데 제가 출연하기로 했다'라고 말하면서 공동제작이 되고 배급사도 연결되고 상업영화로 만들어지게 되었다"라며 영화의 과정을 이야기 하는 정진영은 "다들 잘 도와주고 애정을 가지고 해줬는데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겠다. 이제와서 도망갈 수도 없고 어떻게든 제가 맞이해야 할 일인데..."라며 대배우 답지 않게 떨리는 손으로 연거푸 마른 목을 축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 영화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언론시사 이후 영화를 본 기자들이나 출연한 배우들은 '혼란스럽다'라는 평이 있었다.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쫒아 가기는 하는데 이 영화의 장르를 뭐라고 생각하고 봐야 할지, 결말은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주인공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 누가 좀 분명하게 밝혀줬으면 하는 갈증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정진영은 "나는 누구지?라는 저에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원래 꿈이 뭐였지? 하고 싶은게 있었는데 계속 배우로 살아왔다. 배우가 저에게도 저를 보는 타인에게도 익숙한 모습이긴 한데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나이기를 원하는 모습인건가? 그런 의미에서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 내가 뭐지?라는 생각을 펼친 영화다"라며 영화를 설명했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영화 연출이었고 뒤늦게 하는 작업이니 만큼 내 느낌대로 해야 내게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기존의 어법이나 규칙을 따라가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고 싶어서 시작한 작업이다. 그래서 특정 장르의 규칙이 없고, 파도 하나를 넘으면 다음 파도가 오듯이 한정된 인물과 장소 속에서 계속 변주를 가했다."라며 복잡 장르의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를 이야기 하며 정진영 감독은 "이해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순간 이야기에 같이 따라가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계속 다른 파도를 타는 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싶었다. 형식의 낯설음도 있지만 대중들이 익숙한 뚜렷한 결론도 드리지 않는다. 어떤게 벌어진 일인지에 대한 답도 안준다. 죄송스러운 이야기인데 선문답처럼 끝난다."라는 말로 영화를 보고 의구심을 가질 관객들을 위한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감독 정진영의 이런 설명을 듣고 다시 생각을 해 보니 그의 의도대로 잘 그려진 영화이긴 하다.

애초에 모난 돌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정진영은 "주변에 시나리오 쓰고 많이 안 보여줬다. 모니터링 받으면 틀림없이 고치라고 할 것 같더라. 그렇게 되면 모난 돌이 둥근 돌이 될 것 같았다."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고집스럽게 끌고 가고 싶어 했음을 이야기 하며 "초고 쓰자마자 제일 처음 보여준게 조진웅이었다. 보내면서도 이걸 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5%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하루만에 하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시나리오에 수정할 게 없겠냐고 물었는데 '다른건 몰라도 내가 나온 부분은 토씨하나 바꾸지 말라'고 하더라. 고마웠다"고 절친한 후배이자 주연배우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조진웅을 이야기 했다. 또한 시나리오를 절친한 감독인 이준익에게도 보여줬다고 하며 "조마조마 하며 평을 기다렸는데 보시고 좋다고 하시더라. '잘 쓴 시나리오야. 근데 영화 만들면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어. 그건 니가 감당해야해'라고 하셨다"라며 이준익 감독의 감상평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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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자신이 써내려간 시나리오로 오랜 꿈이던 영화 연출을 하고,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로 대중 앞에 나선 정진영은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아직은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운 듯 보였지만 첫 작품이니만큼 자신의 의지와 색깔을 분명하게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였다. 자신의 첫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조진웅의 롱테이크 원샷 장면에 대해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연기, 중간에 도저히 컷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연기를 했다. 6분 정도되는 장면인데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그 장면을 전부 다 쓰고 싶었다"라며 극찬을 했다. 극중 정해균을 연기한 정해균 배우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황산벌'에서 처음 만났는데 연기를 어마어마하게 잘 하더라. 이름을 널리 펼칠거라 생각했는데 제 기대보다는 오래걸리더라. 그의 연기력과 품성을 봤을 때 이름이 더 알려져야 한다. 정해균을 많이 알리고 싶어서 일부러 극중 이름을 정해균으로 했고 극 속에서 이름도 또박또박 알리는 장면도 넣었다"라며 각별한 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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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tvN드라마 '(아는 걸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에 출연중이기도 한 정진영에게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한 작품이야 내가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할 수 있는데 두 번째는 그렇게 하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 하나 오르는 것도 힘들었는데 다음에는 어느 산으로 갈 거냐는 질문은 아직 이른 질문 같다. '사라진 시간'이 개봉되고난 뒤 곰곰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연출을 더 해도 될지 말아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라며 연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답을 하면서도 정진영은 "예술가로의 도전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계속 스스로를 자극하는 뭔가를 찾아가려고 한다. 자극받고 그걸 통해 뭔가 반응하지 않으면 이대로 더 무뎌질 것 같아서 더 자극 받고 공부하고 싶다"라는 말로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배우 정진영에서 감독 정진영으로 첫 출사표를 던진 영화 '사라진 시간'은 6월 18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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