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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터뷰] '부부의세계' 이학주라는 도박…결과는 대박

이슈홈페이지 2020-05-20 17:02
[끝터뷰] '부부의세계' 이학주라는 도박…결과는 대박
'부부의 세계' 박인규에게 달린 몫은 상당했다. 관록의 김희애가 연기하는 기운 센 지선우를 압도해 등장마다 시청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범죄 스릴러에 가까운 장르 변주를 담당한 셈이다. 제작진은 이토록 주요한 변곡점에 다소 낯선 배우 이학주를 세웠다. 도박에 가까운 이번 판의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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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연출 모완일) 제작진은 작품 기반을 쌓으며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했다. 원작을 참고하되 우리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해야 했고, 그저 불륜만을 이야기하다간 막장으로 전락할 수 있기에 다른 색의 요소도 첨가해야 했다. 그래서 등장인물에 한 끗 변주를 줬다. 원작 '닥터 포스터'와 비교해 비중이 높아진 역할 박인규가 대표적이다.

'부부의 세계'에서 박인규는 폭력성과 긴장감을 도맡은 인물이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난폭한 성격을 지녔으며, 여자친구 민현서(심은우)에게 데이트 폭력을 일삼았다. 주인공 지선우(김희애), 이태오(박해준)를 농락하고 협박하며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 그가 등장할 때마다 '부부의 세계'는 범죄 스릴러로 변해 시청자들은 주먹에 힘을 주며 긴장했다.

박인규는 "이렇게 부담을 느낀 역할은 처음"이라며 "쉽게 말해 맹목적으로 나쁜 인간을 연기했다. 모든 장면에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해야 했다. 내가 잘 못하면, 자칫 작품 전체가 우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희애 선배와 연기하며 그 장면을 리드해야 한다는 지점은 특히 고역이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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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지 않은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인규라는 인물의 서사는 수많은 등장인물과 제한된 방송 시간 탓에 자세히 설명되지 않았다. 타인 민현서의 "(박인규도)원래 그런 애가 아니었다"는 대사 정도로 추측할 수밖에 없던 상황. 이에 이학주는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했다. 그는 "박인규의 일생 중 어떤 큰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일을 겪으며 인생의 지지대가 무너져 선을 넘기 시작한 것이라고 상상했다. 마치 불나방처럼 날고 쫓는 세월을 살았을 것"이라고 설정했다.

으레 배우가 타인의 삶을 연기할 때에는 자아를 투영하기 마련이다. 내게 있는 한 구석의 본능을 확대시켜 이 인물에 맞춰 공감하고, 때로는 연민하며 다루는 것이다. 하지만, 이학주가 연기한 박인규의 경우는 예외였다. 그는 "박인규의 행동반경이나, 인물의 특성상 보통의 사람으로 생각하기엔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그 사람의 머릿속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동물에 비유했다. 굉장히 굶주린 상태에서 만난 먹잇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외양도 꾸몄다. 박인규는 "스타일링을 직접 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입던 옷 중에 가장 어둡고, '박인규스러운' 옷들을 준비했다. 원래 내 옷이다 보니, 착 붙는 느낌이었다. 어울리겠다 싶은 옷들은 다 입어본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학주는 연출진이 바라던 것 그 이상을 해냈다. 시청자는 완전히 몰입해 박인규를 욕했고, 작품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이학주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큰 산' 김희애마저 인터뷰를 통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학주에 대해 "정말 살벌하게 연기하더라. 현장에서 후배를 보고서 자극받을 때가 많다. 그의 연기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마치 가수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듯 퍼포먼스를 하더라. 그 기운이 나에게도 전달됐다"고 표현했다.

이학주는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 김희애 선배가 나를 칭찬한 기사가 있다며 기뻐하더라. 내가 바짝 긴장해있던 첫 호흡 이후에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이다. 누워서 그 기사를 한참 읽고 또 읽었다. 조용히 가족들이 있는 단체 메신저 방에 공유해 자랑했다"며 "다음 촬영 때 만나 뵙고 감사 인사를 드렸다. 역시 인자하게 웃어주시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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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평가받는 직업인 배우에게 있어 경력과 인기는 척도나 다름없다. '부부의 세계' 이전 이학주 배우는 마땅한 평가지표가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난도 높은 박인규 역할에 그를 택한 제작진의 의중은 의아할 따름이다. 이학주는 "감독님, 작가님께서 '도박'이라 표현하시더라"며 웃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영화 '뺑반'에 출연한 나를 유심히 보셨다더라. 찰나의 순간에서 박인규의 모습이 겹쳐 보이셨나 보다. 나도 궁금하고 신기했다. '막연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씀하셨다. 말 그대로 도박을 하셨던 것"이라며 "이후에 연출력으로 내 멱살을 잡고서 끌고 가 주신 것이다. 작품을 마치고서 칭찬해주셨다"고 비화를 밝혔다.

이학주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현재 차기작인 JTBC 드라마 '야식남녀'에 캐스팅돼 촬영에 한창이다. 문제는 이미지 고착이다. 워낙 진한 색의 연기를 선보인 탓에 시청자의 뇌리에 이학주는 박인규의 잔상이 남았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학주는 걱정 없단다. 그는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그런 걸 신경 쓰면 연기 전에, 선택 전에, 매사에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박인규 역할을 하면서 나를 검열하지 않으려고 했다. 다음 역할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순간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배웠다. 괜한 걱정으로 스스로 가둬두고 수위를 조절하며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욕심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다양한 역할이 다 어울리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한계 없이 계속 성장하고 싶거든요. 장점이요? 전 어떤 배우보다 평범한 축에 속해요. 특출 나게 또렷한 이목구비가 아니라, 어떻게 꾸며놓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드러나는 얼굴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준비해요. 여러 가지 역할이 주어질 그때를 대비해서요."



iMBC 이호영 | 사진 SM C&C,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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