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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곽신애 "주목 받는게 마땅한 영화를 붐업 시키는 과정=오스카 레이스"

기사입력2020-02-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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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사상 최초이자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의 상을 휩쓸고 돌아온 영화 '기생충'을 만든 곽신애 대표를 만났다. 곽신애 대표는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수상과 관련해 "아직은 정리가 잘 안된다"며 "너무 많은 부분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가졌다. 우리 영화로 받은 최초 타이틀이 모두 몇개일지 세어보지 못했지만 너무 최초의 무리 속에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자각은 없다. 하지만 황금종려상과 오스카 둘 다 끝판왕이고 둘을 한꺼번에 받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그게 이뤄지니까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지? 싶다"고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생충'이 지난해 5월 개봉 이후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 뒷편, 제작과 아카데미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 대해 들어 보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어제 청와대 일정도 있으셨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다. 오찬에서는 영화에 등장했던 짜파구리가 메뉴로 나와 더욱 화제가 되었다. 어땠나?

A. 청와대 오찬에서 파를 듬뿍 넣은 짜파구리를 먹었다. 영부인께서 요새 파가 너무 안 팔린다고 기존 짜파구리 레시피에 파를 듬뿍 넣어 만들어 주셨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었다. 파가 맛의 비법인 것 같다. 한우 채끝보다 목살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해 목살을 넣어주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Q. '기생충'의 공식 마지막 일정이 청와대 방문인 건가?
A. 어제 오전에 청와대 다녀왔고 제가 오후에 세 타임 인터뷰가 있었는데 제 일정이 끝날때 까지 청와대 갔던 멤버들이 그대로 모여 계셔서 인터뷰 이후에 합류, 우리끼리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한 잔을 했다. 멤버중에 캠페인 기간동안 못 뵈었던 분들, 특히 현장의 녹음 감독님이나 의상, 분장 담당자들까지 모두 모였었다. 현지에서 같이 작품상 트로피를 쥐어 본 분도 계시지만 그렇지 못한 분도 있어서 한번씩 쥐어 보시라고 오스카 트로피를 차에 가지고 갔었다.

Q. 트로피가 궁금했다. 실제로 받아 보니 어떤가?
A. 엄청 무거워서 들으면 휘청 할 정도다. 현지 배급사인 '네온'에서 분실될 수 있으니까 한국에 돌아갈 때 수화물로 보내지 말고 절대 비행기에 들고타라고 해서 기내용 캐리어에 넣어 왔다. 봉준호 감독은 거기 포토들이 시키니까 한 번에 4개를 들고 포즈를 취하기도 했는데, 보통 무게가 아니다. 크기도 꽤 크고 예상보다 무거웠다. 수상을 하고 난 뒤의 일정도 길었다. 방송에는 잠깐 나왔지만 수상 후에 뒤쪽으로 와서 몇 걸음씩 옮겨 가며 포즈를 시키고, 사진 촬영도 하고 영상 촬영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일정이 많았다.


Q. 트로피들의 거취는 정해졌나?
A. 아직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골든 글로브 트로피는 일단 사무실에 있고 크리틱스 초이스 트로피는 각인을 해 준다며 다시 가져갔다. 아카데미에서 받은 국제장편영화상 트로피는 회사에 가져다 놓으라 해서 그러긴 했는데 정식 소유주는 감독님이다. 주체측에서 정한 수상자는 감독이라고 정해져 있다.


Q. 아카데미 시상식을 여러번 봤지만 이렇게 집중하면서, 누가 호명되고, 누가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은 누가 말해야 하는지를 신경 쓰며 본 건 처음이다. 시상식에 참석한 분들도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어땠나?
A. 후보 이름을 올리는 것도 엄청 까다로왔고 룰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 후보 선정 이전에 조직위 쪽에서 영화 관련된 키(Key, 핵심) 스탭과 당사자들에게 메일을 보내서 질문을 한다. 무슨 역할을 했는지, 어느 정도 기여 했는지, 현장에 얼마나 있었는지, 의사 결정권이 얼마나 있었는지 등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더라. 그리고 그 내용으로 다시 변호사 같은 사람들이 자기네 룰과 비교해서 후보 부문의 후보자를 정한다. 미국에는 한 작품에 프로듀서가 10명이 있기도 한데 그래서 이렇게 복잡한 룰이 정해진 것 같다. 작품상의 경우 제작자가 수상을 하는데, 우리도 여러 사람들이 작품상의 후보로 회신은 했지만 각자의 기여도는 알겠고, 충분히 기여 했지만 '후보자로 넣는 건 곽신애, 봉준호 두 사람이다'라고 왔더라. 봉준호 감독은 재량권도 많이 갖고 있는 창작자여서 제작자 역할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미국 영화식으로는 프로듀서 역할을 했다고 보더라.


Q. 영화가 잘 되면서 17배 수익이 났다는 말도 있더라. 제작사는 얼마나 벌게 된 건가?
A. 각 주체들간의 계약으로 배분률이 정해진 것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운데, 매출이라고 하는게 영화로 벌어들인 총 수익이라는 뜻이지 우리가 가지는 순 이익은 아니다. 매출의 절반은 각 나라의 극장에서 가져가고, 나머지에서 배급 수수료, 홍보비, 각종 비용들을 빼면 처음 숫자가 어마어마해도 그렇게 엄청난 금액은 아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저 돈이 다 한국으로 들어오나 하시겠지만 각 나라에서 이 작품을 알아보고 상영해 준 극장에서 많이 가져간다.


Q. 오스카 레이스를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A. 저도 처음에는 말로만 들었었다. 우리는 처음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90년이 넘도록 그런 패턴으로 진행되어 왔다. 톰 크로즈가 나오거나 어벤져스가 출동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류는 이런 시상식에 관심이 없고 정확한 성수기에 상영이 된다. 하지만 다양성과 특별함을 추구하는 작품들을 주목받게 하는 게 이 영화제의 특징이더라. 이런 영화들의 대부분은 비수기에 개봉하는데, 저희도 비수기인 10월에 미국에서 개봉했고, 연말 성수기때 큰 영화 나올때 잠깐 줄었다가 12월에 각종 시상식에서 노미네이션을 발표할때쯤 레이스가 추려진다. 그 작품들이 상을 받으러 다니기 시작하는 1,2월에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경쟁구도가 붐업이 되고, 1차 투표, 2차 투표를 거쳐 노미네이션 발표가 되면 그 작품들이 화제가 된다. 이런 과정들이 90년 동안 미국의 영화 산업을 붐업시키고 상생구조를 만들기 위해 응집된 툴 같았다. 처음 시작할 때 작품상에 노미네이션만 되면 극장수가 자동으로 1천개가 된다고 하더라. 작품상 후보에 든 9편의 영화가 극장도 많아지고 관심도 높아지는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구조가 없다. 그 해에 나왔던, 주목 받는게 마땅한 영화, 주목 받았으면 좋겠는 영화를 뽑아서 붐업시키는 과정에 우리가 끼어 든거다. 작품상 노미네이트 다음이 뭐냐고 했더니 시상식 직후 상영관수가 달라진다고 하더라. 작품상까지 받으면 2천개가 된다고 하더니 진짜 그렇게 되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많이들 물어봤을 텐데 자꾸 궁금해진다. 정말로 작품상까지 받을거라 예상하셨나?

A. 저는 처음에는 '1917'이 작품상을 받을 줄 알았다. 수 많은 예측 사이트가 있고 언론들도 1월 말 부터 계속 기사를 쏟아 내는데 항상 1등은 '1917'이었다. 약 20%의 비율로 '기생충'이 1등이 되기도 했는데 그건 그 매체가 우리를 너무 좋아해서 '모르겠고 무조건 얘네들 주고 싶어'였나 싶어서 혼자 좋아했었다. 현지에서 예측한 건 국제장편영화상은 당연히 받고, 안 받는 게 오히려 이상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각본상이 유력했다. 미국 작가 조합상이 영향을 많이 준다고 하니까 그 정도를 예상 했지만 끝까지 감독상과 작품상은 예측이 안 되었다.

Q. 현지에서 얼마나 반응이 뜨거웠었나?
A. 대면하는 사람들에게서 그 열의가 뜨겁다고 느꼈다. 저희와 만나는 사람들마다 "응원한다. 나 너희 찍었어. 내 표는 너희들 꺼야. 일요일에 너희가 상 받아야 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눈에 보이는 느낌만으로는 우리가 받을 것 같더라. 우리가 움직이는 동선마다 사람들이 "오~ 봉! 송!"이렇게 둘을 환호하고 인사하려고 하고 악수 하고 사진도 찍었다. 우리나라로치면 마치 길 가다가 현빈이라도 만난 것 처럼 그렇게 좋아하고 인기가 많으셨다. 얼마나 인기가 좋았냐면 봉준호 감독이 물을 마시려고 물병을 잡는데 사람들이 와서 인사하고, 뚜껑을 열려면 또 사람들이 와서 인사하고 해서 물 한잔을 마실 때 까지 40여분이 걸릴 정도였다. 그정도 였는데 그날 '1917'이 상을 받아서 솔직히 '이게 뭐야' 싶었다. 인기는 우리가 1등인데 왜 상은 못받나 싶고 그러면서 더더욱 오스카의 표심은 모르겠더라.

Q. '기생충'이 대단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아카데미도 큰 변화를 시도 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자에서 아카데미의 변화를 예감했었나?
A. 아카데미가 변화를 선택하느냐, 전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1917'과 우리 중에 결정될거라 봤다. 아카데미는 각 회원들의 표로 결정이 되고 표심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시대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 건데 회원 대부분이 영화업계 종사자들이다. 종사자들이 기존에 없던 일을 선택한다는 것은 결심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 같더라. 당연히 '1917'이 받을 줄 알았고 우리는 가능성이 있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어디서 본 기사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1917'의 작품상 수상은 오스카의 역사를 확증할 것이고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오스카의 역사를 만들 것'이라는 표현이 너무 공감되었다. 과연 그 선택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했는데 이렇게 되었다.


Q. '기생충'의 시작은 어떻게 되었나?
A. '기생충'의 시작은 10페이지 짜리 시놉시스 였다. 봉준호 감독이 2015년 겨울에 전화를 해서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 자리에서 봉투에 담긴 시놉시스를 보고 바로 하겠다고 결정했다. 2015년 당시의 시놉시스에 담겨 있던 것은 빈부의 문제였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재미나 의미나 주제의식 면에서도 좋았다. 칸 국제영화제는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제작하는 데 있어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A. 봉준호 감독의 불편한 점을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저는 감독님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 감독님이 인터뷰를 하면서 후회없다고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제작자로서 그것만큼 기분 좋은 칭찬은 없다. 물론 저에게 직접 한 말은 아니다.

Q. 봉준호의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나라 관객 뿐 아니라 이제는 전 세계 관객들이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높다. 어떤 작품일지에 대한 기대도 있으면서 한편으로 이번에도 바른손이엔에이와 함께 할지도 궁금하다.
A. 봉준호 감독이나 저나 항상 이야기는 하던대로 해야지이다. 봉준호 감독님도 예전에 준비했던 작품을 계속한다. 칸 영화제 받기 이전부터 고민하던 작품들이다. 저 역시도 같이 작품을 하려고 하는 신인감독들이 있고 그들과 작품을 하던대로 만들 것이다. 다른 방법이나 길은 모른다. 하다보면 오스카상을 받은 것 때문에 오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역시도 늘 하던대로 검토하고 결정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새 작품도 함께 할 것인가는 연애 할 때 썸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다고 확실히 이야기 한 적은 없다. 제가 '선을 넘지 않으면' 같이 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같이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Q. 큰 상을 받아서 가족들을 비롯해 대표님도 너무나 기쁠 것 같다.
A. SAG 상을 받았을 때 소리지르며 너무 기뻐했는데, 같이 일한 배우들이 상 받는 건 너무나 기쁜데 제가 상을 받는 건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잘 나오게 되는게 가장 큰 기쁨이고, 황금종려상과 오스카 모두 주변에서 너무 즐거워 해 주시니까 그 모습이 좋다. 상금이 몇십억이라고 하면 오히려 되게 좋을 것 같은데 상금은 없다. (웃음) 가족들이 모두 시크하다. 아들이 지금 미국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미국에 갔을 때 잠깐 오겠냐고 했더니 방학하면 보자고 하더라. 그리고 시상식 후에 뉴스 봤냐고 했더니 '수고하셨어요'가 끝이더라. 남편(정지우 감독)도 허허 웃는 걸로 축하해줬다.

Q. 대표님 개인적으로도 제20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제작자상을 받으셨다. 여러 큰 경사들이 겹치면서 나름의 부담이나 숙제, 과제 같은 걸 느끼실 것 같다.
A. 자발적으로 고민했다기 보다 작년쯤 부터 숙제가 온 몸으로 느껴지고 있다. SNS에서 '올해가 한국 영화 여성 감독들의 원년인것 같다'는 이야기를 봤다. 요 근래 여성 감독이 꽤 많이 나왔고 다 주목하게 되는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여성 창작자, 여성 영화인들과 뭔가 좋을 걸 해 보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또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까지 4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또 오는 26일 부터는 '기생충'의 흑백판도 개봉 예정으로 지금까지 공개된 영화의 뒷 이야기와 더불어 다시 한번 관람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큰 기대감을 주고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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