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협은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연출 정동윤)로 TV 드라마 연기 첫 발을 뗐다. '스토브리그'는 꼴찌 야구팀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선수의 이야기가 아닌, 프로야구 프런트라는 새로운 소재를 내세워 동시간대 금토드라마 1위를 수성했고, 첫 방송 시청률 5.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서 최종회 시청률 19.1%에 이르기까지 4배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여줬다.
흥행에 성공한 작품에서 눈에 띄는 활약으로 선방한 채종협. 극중 드림즈의 막내 유민호를 연기했다. 투수 유망주이자, 야구밖에 모르는 '야구바보'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따뜻한 심성으로 할머니를 향한 애틋함을 효심을 지니고 살며 목표한 바는 이뤄내는 독종이기도 하다. 선한 기운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의 훈기를 불어넣는 극중 역할, 이러한 유민호에 배우 채종협은 오롯이 빠져들어 확실한 전달자의 몫을 해냈다.
채종협은 "작품을 마치고 나니 정말 아쉽다. 데뷔작이기 이전에 개인적으로 여러모로 뜻깊은 작품이다. '시원섭섭하지 않냐'고 묻곤 하더라. 전혀 시원하거나, 개운하지 않고 마냥 아쉽다"며 "배움도 많았고, 즐거움도 많았다. 기억하고 싶은 추억도 잔뜩 있다"고 아쉬워했다.
'스토브리그'는 야구를 큰 줄기로 하기에 극중에는 수많은 야구 선수들이 등장한다. 그중 채종협이 연기한 유민호는 '유망주'라는 설정이 따라붙는 인물. 다시 말해 채종협은 프로 야구선수 흉내를 가장 잘 냈어야 한다는 말이다. 채종협은 평소 야구 문외한이었다. 그는 "야구는 전혀 모르는 종목이었다. 관심이 없어 한 번도 시청하지 못했던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캐스팅 오디션부터 난관이었다. 채종협은 "당시 '솔직히 말해 야구는 모르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기회만 주어지면 무조건 만들어내겠다'고 장담했다"고 전했다. 이어 "욕심나는 역할 아닌가. 기회 자체가 귀한 위치에서 이렇게 좋은 역할을 만났으니, 놓치기 싫었다. 유민호는 꿈 앞에 절실한 사람이다. 나도 그 감정을 알고 있고, 느끼며 산다. 순박하지만, 출중한 재능이 있고, 시련과 부침을 겪는 그를 꼭 연기해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채종협의 패기와 진심은 연출진의 가슴에 닿았고, 그토록 바라던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특훈에 돌입해 야구선수 흉내를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똑같이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더라도,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망주'라는 부담을 떨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야구공부를 했다"며 "수시로 쉐도우 피칭을 했고, 온갖 영상을 틈만 나면 봤다. 코치님께 물어 배우고, 따라 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외양도 가까워지기 위해 머리도 깎고 체중을 6kg 증량했다"고 밝혔다.
'스토브리그'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채종협은 질문을 쉬지 않았다. 코치를 가만히 두지 않았으며, 궁금한 것은 혼자 판단하지 않고 기필코 물어 해냈다고. 이를 전하자 채종협은 "그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기본지식이 일절 없던 상황이었다. 공을 잡는 법부터 마운드 위 발의 위치, 송진을 잡는 자세, 사인을 전달할 때 습관까지 물어물어 배웠다"며 "혹여 내 판단으로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까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작품 전체 중 하나의 부속으로 잘 쓰이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이후 채종협은 유민호의 서사에도 집중했다. 작품 전체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유민호는 그저 수많은 역할 중 하나인, 일원이었다. 완전한 기승전결로 풀리지지 않은 역할의 서사 앞에서 채종협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는 "힘든 일, 슬픈 일 등 각종 이야기와 사연을 만들어 상상했다. 그런 시련이 닥쳤을 때 유민호의 생각이나 행동도 짐작해봤다. 오로지 야구로 극복하는 '야구바보'더라. 할머니 생각하며 버티는 효자였다"고 말했다.
극중 유민호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준 스카우트 담당 차장 덕분에 2차 1번 선수로 발탁됐지만, 정체된 실력 탓에 부침을 겪었다. 이때의 상황은 채종협이 가장 공감했던 감정선이라고. "(유민호는)마냥 죄송했을 것이다. 유민호를 향한 기대가 컸다. 마음껏 활약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살며 이를 꽉 깨물었을 것"이라며 나 또한 그런 비슷한 결의 감정을 느껴본 기억이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연기자의 길을 택한 이후 주변의 기대가 부담으로 느껴져 자존감이 낮아졌었다. 막상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 주춤거렸던 기억이 있다"는 채종협이다.
나아가 '스토브리그' 유민호에 녹아든 채종협은 존경심도 내비쳤다. 그는 "유민호는 배울 점이 많은 인간이다. 실제의 나와 노력하는 대목은 비슷하다. 나도 결과 이전의 노력의 정도 앞에서는 자신 있다. 이외의 것들은 닮고 싶을 정도로 다르다. 특히 난 그렇게 유민호처럼 매사를 긍정적으로 대하지 못하는 편이다. 존경스럽다"고 털어놨다.
막힘이 없는 답변들이었다. 자신이 연기한 역할과, 앞으로의 방향에 있어서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반짝인 채종협. 그는 과거 모델을 직업으로 택해 잠시 일했었다. 전향의 이유를 물으니 '재미와 매력'을 꼽았다. 채종협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의 고민도 분명 있었다. 아주 어렵고 진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해 연기를 시작한 이후에 모델 일에 대한 욕심이 사라진 것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바라는 일의 방향에 대한 윤곽이 연기라는 것을"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 개인적으로 연기자라는 직업이 나에게 더 잘 맞는 편이다. 생각할 것들이 많이 생기고, 공부할 것들이 많다는 지점이 매력적"이라며 "시나리오나 역할들을 살펴보며 상상하고, 중얼거리는 일이 정말 재밌다"고 덧붙였다.
다른 길을 걷다가 조금 뒤처져 시작한 일. 채종협은 '조바심'에 대해 말했다. 그는 "조금 더 빨리 가는 이들을 보면,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위치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달랜다. 날카로운 잣대로 나 자신을 한심하게 가늠하지 않기 위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라고.
목표를 물으니 채종협은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아차!'싶었던 기억이 있다. 대기 시간에 선배들과 웃고 떠들다가 감독님이 '슛' 사인이 떨어지자, 나만 빼고 모두의 눈빛이 역할로 바뀌어 있더라. 창피하고, 반성했다"며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다. 자신의 역할을 한 손에 꼭 쥐고 있다가, 자유자재로 덧대는 연기자"라고 전했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iMBC 서보형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