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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정우성 "처음부터 가진 게 없었기에 제게 주어지는 모든 건 항상 감사해"

기사입력2020-02-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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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자신 앞으로 어마어마한 빚을 남긴 채 사라져버린 애인 때문에 마지막 한탕을 계획하는 출입국 관리소 공무원 ‘태영’을 연기하며 현실감 있는 연기, 인간적인 매력을 뽐낸 정우성을 만났다. 정면을 향하지 않게 살짝 몸을 비틀어 앉았지만 이야기 할 때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정우성은 가끔은 경계를 하는 듯 하다가도 훅 하고 갑자기 속을 다 뒤집어 보여주는 솔직한 발언으로 인터뷰를 밀당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A. 전도연의 캐스팅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에서 전도연이 연기한 ‘연희’의 존재감이 좋았다. 여성 배우가 중심인 영화가 많지 않다는 업계의 목마름이 있고, 이런 의미에서 괜찮은 영화일 것 같았다. 배우로의 욕심 보다는 ‘태영’을 잘 해주면 발란스가 맞춰져서 좋은 영화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상으로는 돈가방 앞에 선 사람들의 사연이 밀도가 있었다. 돈에 대한 욕망을 다루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사연을 보여주고, 충분히 이해 할 수 있게 해주는 스토리 구성이 좋았다.

Q. 원작 소설은 보셨나?
A. 선입견을 갖고 시나리오를 대할 것 같아서 읽지 않았다. 이제 영화 결과물도 나왔으니 읽어보려고 한다.

Q. 영화를 보기 전 상상했던 ‘태영’은 좀 더 무겁고, 무기력하고, 어두울 것 같았는데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은 꽤 허당에 어술하고 철 없는, 심지어 경쾌하다는 느낌도 드는 인물이더라.
A. 시나리오상에서 ‘태영’의 허점이 보이더라. 그걸 부각시키면 어두운 이야기지만 약간 경쾌하게도 되고, 연민의 대상으로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물질적으로 궁핍해서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이 악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을 악하고 어둡게만 볼 것인가 생각해 볼 때,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좀 가볍게 캐릭터를 잡았다. 첫 촬영 때 제 연기를 보더니 감독이나 스탭들도 당황하는 기색이더라. 그들에게도 정우성 하면 더 멋있어야 하는 거 아냐? 더 무겁게 가야 하는 거 아냐? 라는 바램이 있었던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톤앤매너를 끌어 갔다.


Q. “니 얼굴에서 내가 안 보이냐?”라는 대사 너무 웃겼다. 이건 원래 시나리오에 있었나?
A. 애드립이다. 대화 상대와 아주 먼 친척이라는 설정이고, 어떻게든 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냥 막 던졌던 대사다.

Q. 기대했던 전도연과의 작업은 어땠나?
A. 둘다 아쉬워 했다. 더 긴 호흡을 가는 작품으로 만나면 더 재미있게 작업하지 않겠나 이야기 했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을 확인할 수도 있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게 해주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여성 배우가 한 분야에서 계속 긴 시간 동안 큰 배우로 자리한다는 건 그 일에 대한 애정과 사랑, 책임이 있는 거다. 그걸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가웠고,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배우가 되었다.

Q. 영화가 장으로 구분이 되더라. 1장부터 6장까지 나눠져서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원래 촬영은 쭉 이어진 스토리로 하셨던 걸로 안다. 편집 과정에서 구성이 변경되면서 촬영분이 편집되는 것도 있었을 것 같다.
A. 장이 나눠지는 구조로 바뀌면서 후반작업이 오래 걸렸고, 감독의 큰 과제였다. 관객과 영상으로 소통하는 데 장 구조를 선택함으로써 혼선을 최소화 시킨 것 같고 더 편하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더라. 편집은 ‘미란’, ‘진태’의 캐릭터 부분에서 많이 되었다. 힘든 씬을 찍었고 배우도 촬영하면서 힘들었는데 편집이 되서 약간 허탈감이 있을 수 있을 거다. ‘태영’은 소소하게 감정 관계 안에서의 교감 부분이 조금씩 편집되긴 했지만 저는 생각보다 ‘태영’의 분량이 많이 나온 것 같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이 참 기가 막히고 연민도 갔었는데 혹시 개인적으로 가장 연민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A. 가장 연민이 가는 캐릭터는 ‘중만’같다. 현실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도 벌어지지만 일단 ‘중만’의상황이 가장 일상에 맞닿아 있다. 마지막에 ‘중만’이 우는 모습이 참 연민이 가더라.


Q. 영화 속 명대사를 추천해 달라.
A. “사지 멀쩡하면 뭐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는 윤여정의 대사. 냉소적이고 무책임한 이야기 같지만 자기에 대한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한번 더 스스로를 위한 선택인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선택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명언 같다.

Q. 혹시 인간 정우성의 삶에서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순간이 있었나?
A. 여러 인터뷰에서 저의 어린시절을 이야기 했지만, 그 질문을 받으니 새삼 생각이 난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다니고 자퇴했는데, 그때 이후 몇 년 동안 어디 가서 내 몸을 눕혀야 하는지를 계속 찾아다녔다. 내 자리는 아무데도 없는 것 같고, 나는 누구인가 싶게 막연한 희망과 거기에서 오는 외로움 때문에 뭐라도 잡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데뷔라는 엄청난 구명선 위에 올라탔지만, 막연 했어도 아무거나 주어진다고 덥석 잡지는 않았었다. 뭘 잡더라도 내가 꿈꾸는 것과 근접한 걸 잡으려고 했던 거 같다. 돌아보면 어려운 시기도 있었는데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Q. 지난해에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등 많은 상을 받으셨다. 상을 받는게 연기자로서의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연기 인생에서 어떤 의미는 있을 것 같다. 연기 할 때 부담도 생길 것 같고.
A. 상을 받았다고 갑자기 더 뛰어난 걸 할 수 없다. 또 상 받은 캐릭터 비슷한 것만 계속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늘 새로운 이야기,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 하기에 연기는 또 다른 시작이다. 저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 주어진 걸 늘 감사했다. 지금까지 주어진 것들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감사한 것들이다. 상을 받으면서 제가 완성된 것도 아니다. 직업을 유지해야 하고, 계속 살아가야 하기에 자만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더 큰 정우성을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 내일 죽더라도 후회 없이, 지금까지 해 왔듯이 유연하게 살고 일할 것이다.

Q. 직접 연출, 연기 하는 작품도 시작하셨더라.
A. ‘보호자’라는 작품이고, 이 작품 때문에 생각이 굉장히 많고 정신이 없는데 빨리 촬영 들어가면 좋겠다. 입봉작으로 생각했던 건 아니었는데 우연히 이렇게 되었다. 이렇게 준비해서 어떻게 찍어야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해 봤지 한 번도 카메라에 담지 못했는데,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한 남자가 지키고 싶은 소중한 걸 지키는 영화’라고 짧게 소개할 수 있는 뻔한 줄거리 인데, 액션 보다는 캐릭터들의 이면에 대해 더 고민하고 있다.

Q. 배우 정우성에게 감독 정우성이 될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친 인물은 누구인가?
A. 김성수 감독이다. 작업에 자신 있게 참여 할 수 있는 기회나 방식을 습득하게 해 주셨다. ‘비트’때 “나레이션을 한 번 써 볼래?” 하셨고 그때 써 간 글을 보시고 “와, 좋다!”라고 칭찬해 주시고, 영화에 반영해 주셨다. 점점 자신감이 생겨서 계속 뭘 써서 보여드리면 “재밌네”라고 하셔서 더 쓰게 되고, 그렇게 확장된 것 같다.

Q. 원래 12일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정을 연기했다. 아쉽지 않은가?
A. 영화는 대중과 함께 해야 하는, 공공장소에서의 만남이 중요한 일이긴 하나, 그걸 넘어선 일이 생겼기 때문에 빨리 안정이 되길 희망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완성된 영화에 대한 만족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하지 않을까.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신예 김용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정우성과 전도연,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등이 출연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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