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한국영화

[人스타] 우민호 감독 "냉정하게, 강박적으로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했다"

한국영화홈페이지 2020-01-30 08:00
[人스타] 우민호 감독 "냉정하게, 강박적으로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했다"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 7일만에 340만 관객을 모으며 ‘필람무비’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민호 감독을 만났다. ‘마약왕’ 이후 거의 1년만이었다. 1년 전에는 꽤 유쾌하고 호탕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했었는데 ‘남산의 부장들’로 만난 우민호 감독은 많이 차분해진 느낌이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다시 생각해도 참 놀라운 시절이었다. 당시의 파란만장한 역사 중에서 딱 40일만을 영화화 한 이유가 궁금하다. 애초에 박통이 시작한 ‘혁명’을 그려낼 수도, 박통 사망 이후의 혼란한 시기를 그려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 시점인가?

A. 원작은 굉장히 방대한 이야기다. 중앙정부의 시작과 끝, 거의 18년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 에서 가장 드라마틱 했던 건 중앙정부가 문을 닫는 순간이었다. 김형욱의 파리 실종사건과 10.26 사건은 알고 있었지만 그 둘은 별개의 사건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원작을 접하고 나서 그 간극이 불과 20일이었다는 것, 중앙정보부장이 다 개입되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파리 실종 사건이 각하를 위한 충성이었다면, 그 충성이 어떻게 20일 만에 각하를 향한 총성으로 바뀌었는지가 궁금했다. ‘대통령이 어떻게 부하에게 총에 맞아 죽을 수 있지?’ 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던 작품이다. 그 변곡점의 사건 이면에 뭐가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그런 걸 파헤치고 싶었다. 인물들의 내면 심리 감정을 쫓아 가면서 10.26을 조명하고 싶었다.

Q. 10.26 사건도 요즘 젊은이들에겐 낯선 이슈일 수 있다. 그 사건을 아는 사람들은 반면 연령대가 높고. 극장을 찾는 주요 연령대가 20~30대라고 한다면 그들에게는 생소한 사건일 텐데. 혹시 영화의 의미가 잘 전달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되지는 않는가?
A. 사건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이 영화의 진가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역사적인, 정치적인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사람들이 본다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순수하게 바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사건 안에서 영화가 갇혀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영화적 확장성을 생각해서 오히려 누아르 처럼 찍었고 인물들의 이름도 바꿨다. 다른 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옮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내면을 쫓아가면서 판단은 관객이 하길 바랬다.

Q. 이번 영화를 연출할 때 가장 중점을 둔 포인트는 무엇인가?
A. 시대의 공기를 담고 싶었다. 70년대의 공기를 밀도 있게 담고 싶어서 스탭들과 많은 노력을 했다. 촬영이나 미술, 의상의 컬러톤도 70년대의 컬러톤을 갖추려고 했고 앵글도 강박적으로 보이게 좌우대칭, 강박적인 클로즈업 들로 찍어냈다.

Q. 롱테이크가 많이 보였다. 그 중에서 마지막 김부장이 총 쏠 때의 장면은 어떤 의도로 찍으신 건가?
A. 김부장이 첫발을 쏘고 나서 다시 총을 찾으러 가는 부분인데, 총 쏘고 난 다음 제정신이 아닌 허둥대는 모습, 멋있고 비장한 게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수직 상승과 하락의 호흡을 분할된 컷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한번에 쭉 보여주고 싶었다. 리허설은 굉장히 많이 했다. 카메라와 배우의 합, 하나라도 어긋나면 다시 찍어야 해서 되게 오래 힘들게 찍었다.

Q.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A. 비오는 날 궁정동 안가에 김부장이 억수 같은 비를 맞고 잠입하는 장면이다. 비가 철철 오는데박스를 올려놓고 올라가는 롱테이크가 마음에 든다. 이 영화에서 인물들의 내면, 특히 김부장의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 클로즈업을 많이 썼는데 그 장면은 클로즈업이 아니라 멀리서 봐도 행위와 분위기 만으로도 내면과 심리 감정을 느껴질 수 있더라.

Q. 이제 배우들의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이병헌의 연기가 압도적이더라. 두 번째 작업인데 어땠나?
A. ‘내부자들’때도 너무 좋았는데, 두 번째 하다 보니 더 편하게 더 치열하게 이야기 하면서 작업하느라 호흡이 잘 맞았다. ‘내부자들’은 선명하고 거칠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화였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냉정하고 꾹 누르고 거리감을 유지하는게 필요해서 더 섬세했던 영화다. 섬세한 감정의 결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우리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미스터리로 남겨 놓자고 이야기 하면서 촬영했다.

Q. 이성민 배우는 싱크로가 높아서 깜짝 놀랬다.
A.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외모가 첫 번째 기준은 아니었다. 잘생김을 연기 하듯이 닮음을 연기하는게 중요했고, 닮음을 연기 함으로써 관객에게 신뢰와 설득력을 주는 게 필요했다. 지금의 배우들이 모두 그런 이유로 캐스팅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매칭이 안되는데 보고 나니까 바로 설득이 되는게 바로 이 배우들의 능력이었다. 이성민 배우는 귀만 특수분장을 했다. 실제 각하의 귀가 특징이 있는 인물이어서 귀를 특수 분장하고 디테일은 그래픽으로 세공해서 만지는 정도였지 다른 부분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

Q. 곽도원 배우는 어땠나?
A. 곽도원의 경우 ‘곡성’을 보고 팬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을 리얼하게, 그럴싸하게 진짜 처럼 만들어 주더라. 매 테이크마다 다른 감독의 증폭을 보여줘서 선택권이 많았다. 이병헌과 곽도원이 워싱턴에 같이 있는데, 그 둘의 전사가 없는데도 절친이었던 분위기가 느껴져야 했다. 그런데 거기서 마치 전사가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게 연기를 잘 해줬다. 저는 그 두 인물이 한 인물로 보이길 바랬다. 쌍둥이랄까. 데칼코마니처럼 두 사람이 보이길 바랬다. 1인자에게 유용하게 쓰였다가 버려지는 두 사람의 운명, 곽도원은 죽기 전에 왼 발을 보고 이병헌은 오른 발을 보는 걸로 둘의 운명을 같이 했다. 실제 두 인물은 선후배 관계였는데 일부러 영화에서는 친구 관계로 바꿨다.

Q. 이희준은 엄청난 증량을 했다. 보통 각오가 아니었을 텐데.
A. 이희준은 처음에는 정말 매칭이 안되었던 배우였다. 그런데 몸무게를 25키로 불리면서 그 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발성과 걸음걸이로 새로운 모습이 나온 거 같다. 정확하게 캐릭터의 옷을 입었더라. 이희준이 한 역할은 되게 레이어가 얇은 인물이고 단순한 인물이었다. 맹목적인 충성심이 보이는 인물이고 이런 인물이 1인자의 눈과 귀를 가리게 되는데, 정말 잘 표현해줘서 숨막히게 달려가는 와중에 숨 쉴 수 있는 지점을 잘 살려줬다.

Q. 전두환 역할을 했던 서현우 배우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A. 분량이 많지는 않은데 할 역할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과하지 않고 오바하지 않게 해야 하는 지점에 대해 해 주고 빠졌다. 상당히 똑똑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밀어 가면서 열정을 불살랐다. 워낙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을 연기해야 해서 최소한의 리얼리티를 확보해야 했는데 본인이 스스로 머리를 밀겠다고 하더라.

iMBC 연예뉴스 사진

Q. 이병헌이 ‘남산의 부장들’ 촬영 당시 ‘마약왕’ 개봉 이후에 감독님이 말 수가 많이 줄었다고 했는데, 영화의 흥행이 연출에 영향을 주었나?

A. 딱 그때 이후로 말수가 없어진 건 아니고 그 전에도 없었다. (웃음) 영향이 좀 있긴 했다. 나름 열심히 했고 배우들도 열심히 했는데 외면당한 느낌이 있었다. 같이 일했던 스탭과 배우들의 노고와 열정이 빛바랜 것 같아서 송구했다. 제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영향은 어쩐 지점에서의 영향인지가 중요한데, ‘마약왕’을 통해서 다시 한번 감독으로서 배움이 있었다. 그래서 ‘남산의 부장들’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연출의 포인트가 달라지진 않고 오히려 더 많이 냉정하게 생각했던 대로 끝까지 흔들리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찍었다. ‘마약왕’ 때문에 흔들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Q. ‘마약왕’이나 ‘남산의 부장들’이나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A. 잘 알았다면 오히려 관심이 안 갔을 텐데 몰랐다가 알게 되면서 ‘뭐지? 왜 그렇지?’ 하고 들춰보기 시작한 이야기 들이다. ‘마약왕’도 어떻게 서슬 퍼런 저 시대에 마약왕이 있을 수 있지? 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되었고, 이번 작품도 어떻게 최측근이 총을 쏠 수 있지?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Q. 또 호기심이 생기는 근현대사는 없으신가? 우민호 감독의 다음 이야기는 뭐가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A. 지금 호기심이 생기는 건 없다. ‘내부자들’부터 지금까지 계속 달려와서 일단은 휴식이 필요하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있다. 10년 전 입봉할 때 하고 싶었던 게 가끔 생각난다. 여자의 복수 이야기다. 되게 쎈 영화인데 신화적이기도 하고 그리스 비극처럼 보이기도 한 영화다. 그걸로 데뷔를 하고 싶었다.

Q. 우민호 감독의 대표작으로 이제 ‘내부자들’이 아닌 ‘남산의 부장들’이 되는 건가?
A.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은 저의 태도나 시선이 다른 작품이라 관객에게 어떻게 통할지가 궁금하다. 전작보다 항상 새로운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내부자들’도 중요한 작품이지만 계속해서 ‘내부자들’ 2,3편을 할 수 없는 거 아니겠나. 더 좋은 작품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열망은 항상 있다. 결과가 어찌될지 몰라서 그렇지만 ‘남산의 부장들’로 기억되고 싶은 바램은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쇼박스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