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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이병헌, 누가 이 배우의 연기에 대해 비난할 수 있을까?

기사입력2020-01-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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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영화 ‘백두산’과 ‘남산의 부장들’로 연이어 관객을 만나고 있는 배우 이병헌을 만났다. 거의 한달만의 만남이지만 ‘백두산’으로 이미 800만이라는 흥행을 이루고 나서 인지, ‘남산의 부장들’의 언론시사 이후 연기에 대한 칭찬을 한껏 들어서 인지 이병헌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묻어 나왔고 연기 경력 30년에 걸맞는 책임감과 무게감이 만들어 낸 아우라가 넘쳐 흘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언론시사 통해 영화 잘 봤다.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더라. 배우 입장에서는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

A.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기술시사에 꼭 와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때 한번 보고, 언론 시사때 두 번째로 봤다. 처음 영화를 보고 감독님에게 “영화 되게 잘 만들었네. 웰메이드여서 좋다”고 이야기 했었고, 언론 시사 이후에는 기자들이 되게 좋게 봐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Q. ‘내부자들’때와 비교하면 어떤가?
A. 보통은 VIP 시사가 끝나야 대충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작품이 좋으면 뒷풀이 할 때 사람들이 새벽까지 집에 안 가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영화가 별로면 뒷풀이 때 좀 일찍 사람들이 떠난다. 아직 VIP 시사를 하지 않아서 대중의 반응은 잘 모르겠고, 기자들의 반응은 ‘내부자들’ 보다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Q.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고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 하셨다. 이 작품을 선택할 때는 그런 어려움을 예상하지 못했나?
A. 선택할 때 고민스럽기는 했다. 근현대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큰 사건을 다룬다는 걸 들었을 때 배우의 창의력에 제약이 많아서 고민은 되기도 했고, 정치색에 대한 오해가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인물이 겪는 감정의 변화가 매력적이었다. 이야기가 주는 힘도 좋고 캐릭터의 심리를 세밀하고 세심하게 묘사하는 게 매력적이어서 작품을 선택했다. 촬영하는 내내 시나리오 안에서 인물이 갖고 있는 심리상태와 미묘한 감정상태에 최선을 다해 몰입하고 표현하려고 했다.


Q. 실존 인물과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까지 맞추려고 고민 했었나?
A. 외모적인 것에 대해 감독과 많이 의논 했다. 법정에서 이분이 최후변론 했을 때의 영상이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었고, 목소리나 말투까지 싱크를 맞춰야 할까 고민했을 때 감독은 실제 인물이 처한 심리적인 상황은 싱크를 맞추는 게 맞지만 외적인 건 싱크를 맞출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 외적인 싱크는 헤어 스타일과 안경으로만 대표하려고 했고, 머리카락을 만지는 부분은 법정에서의 모습에서 따왔다. 늘 정갈하게 가르마를 탄 머리에 포마드를 발라서 머리카락 한 올도 안 내려오는 모습으로 있던 사람이 수감생활을 하면서 자란 머리를 계속 예민한 느낌으로 쓸어 올리더라. 그런 모습은 참고로 했고 또 실제 인물이 염주를 끼고 있던 것도 캐릭터에 반영했다.

Q.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총살 직후, 차를 돌리기 직전까지의 그 숨막히는 장면에 있었다. 정말 대단한 연기력이라 칭찬 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면서 연기 했나?
A. 그 감정상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무(無)의 상태 였다. 혼돈의 끝. 어떤 결심을 하고 쭉 달려가는데, 그 과정이 거의 패닉의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 모를 정도의 패닉 상태였고, 그래서 바로 현실로 돌아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두 번 정도 자기 상황과 자기의 모습을 객관화해서 보는 순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피에 미끄러져 넘어질 때와 그 다음은 피에 젖은 양말을 만지는 순간. 그 순간에 패닉에서 잠깐 빠져나와 객관적으로 자기의 현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Q. ‘내부자들’에서는 명대사가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의 대사 중에 명대사가 될 만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A. 이번 영화에서는 만들어진 대사가 별로 없고 웬만하면 다 고증을 거친, 실제 인물들이 썼던 말들이다. 박부장과 김부장이 원래 선후배 관계였는데 친구 설정으로 나온 것, ‘데보라’라는 가공의 인물이 나온 것을 제외하고는 다 고증을 통해 대본이 쓰여졌다. 그래서 영화적인 명대사가 따로 있을까 싶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A. 골방에서 도청할 때 팔꿈치로 벽장을 쳐서 소리가 나는 그 장면이 되게 감성적으로 와 닿더라. 박통이 노래를 시작하고, 저 안에서 무슨 이야기 하나 귀 기울여 듣다가 듣는 나까지도 잠시 감상적이 되는 느낌이었고 빗방울이 계속 흘러내려 안경테에 매달려 있으니까 그게 더 감성을 자극하더라. 모니터 할 때 다들 참 묘한 느낌을 준다고 했었던 장면이었다.


Q. 정말 중요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박통에게 묘하게 배제당하는 모습이 참 보기 안쓰러웠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희준과의 충성 경쟁을 벌이는 모습도 짠하더라.
A. 영화 찍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이 이야기가 모든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이런 충성경쟁을 하고 끝없는 시기와, 1인자와 2인자간의 갈등이 직장인이라면 더욱 공감하지 않겠냐며. 꼭 당시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공감이 가능한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Q. 이희준과 크게 대립이 되는 구도였다. 이희준이 체중도 많이 불려서 위압감을 주던데 연기할 때 어땠나?
A. 이희준에게 약간 흠칫 놀란 지점이 있다. 저렇게 설정한 줄 미처 몰랐는데 소리를 있는 대로 지르고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주고, 저렇게 연기를 해주니까 더 감정이입 하는데 도움이 되더라. 이희준이 헬기 앞에서 뛰어가는 장면이 되게 심각한 부분인데 뛰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장난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 영화에서도 그렇게 나오더라. 체중을 많이 불려서 그런지 움직임이 달라졌더라.

Q. 이성민이나 곽도원과의 연기는 어땠나?
A. 이성민은 처음에 분장한 모습을 보기 전에 집무실에 걸려있는 큰 그림으로 먼저 봤는데 기분이 되게 묘하더라. 놀라웠다. 그리고 저와 같이 연기하려고 분장하고 옷 입고, 헤어도 하고 나왔을 때도 감탄스러워서 ‘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분위기로 압도하는 싱크로가 있었다. 곽도원은 같은 감정을 변주하며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 테이크마다 매번 다르게 던지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양할 수 있지? 변주하는 마술사 같았다. 서로의 호흡이 중요한데 곽도원이 계속 변화를 주니까 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 굉장히 긴장시키는 배우였다.

Q. 우민호 감독과도 두번째 작업이었다.
A. ‘내부자들’때와 많이 달라졌더라. 배우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지만 감독은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남산의 부장들’ 영화를 찍고 있는 중 자기 영화 ‘마약왕’이 개봉했다. 그때 분위기가 이상하게 말도 잘 못 걸겠고 말씀도 별로 없으시더라. 그리고 러닝타임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기신 거 같더라. ‘내부자들’의 경우 원작이 길어서 ‘디 오리지널’도 생기고 했는데 이번에는 러닝타임에 신경을 엄청 써서 찍더라. 물론 편집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나리오 자체도 간결했고, 편집된 부분도 복잡하지 않게 간결하게 쭉 집중할 수 있게끔 했더라.

Q. 해외 촬영 분에서는 별다른 에피소드가 없었나? 정말 유명한 관광지에서 촬영 했던데. 어떻게 통제하면서 촬영했나?
A. 데보라 심 하고 같이 촬영한 레스토랑은 실제 역대 대통령이 묵었던 곳이고 해외 대통령들이 오면 묵는 중요한 호텔이었다. ‘헤이 아담스’라는 전통 있는 호텔이고 실제로 점심시간에 1층 레스토랑은 정치인들이 가득한 곳이더라. 그 곳의 꼭대기 식당을 통째로 빌려서 촬영을 했다. 워싱턴을 가 봤어도 거기에 가본 건 처음이어서 발코니에서 셀카도 찍고 그랬다. 링컨 동상 앞에서 찍은 장면은 시간 제약이 있어서 너무 힘들었다. 요기서부터 저기까지만 촬영 때문에 관광객을 통제 했지만 옆에서 다 보고 있고, 시간이 없어서 막 뛰어 다니면서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간 제약이 있으면 마음이 더 조급해 지니까 더 힘들더라. 장소 섭외 하시는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Q. 영화가 워낙 좋아서 많이 볼 것 같긴 한데 얼마나 예상하시나? ‘백두산’이 800만을 넘겼고, 연이어 ‘남산의 부장들’까지 대박나면 정말 넘사벽이 될 것 같다. 이제는 ‘기생충’ 처럼 해외에서 수상할 수 있는 작품에 욕심이 날 법도 하다. 배우 이병헌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A. 많이 보시면 좋기는 하겠지만, 내가 하는 어떤 영화든 손해 보는 사람 없고 서운해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면 좋겠다. 상 욕심은, 받으면 좋긴 하겠지만 상 받을 목적으로 만드는 영화가 어디 있겠나. 지난 10월에 LA에 가서 업계 사람들을 만나고 왔는데 ‘기생충’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부럽다기 보다 이번에 아카데미의 장벽을 ‘기생충’이 뚫어준다면 한국 영화가 활화산처럼 힘을 받지 않을까 싶어서 굉장히 염원하고 있다. 기념비적인 사건이 벌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투표권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는 투표를 해보려고 한다.
배우를 한다는 건 누군가 찾아줘야 가능한 거다. 누군가 찾는 위치에 계속 있어야 하는데. 정말 계속 노력해서 그 위치를 유지해야 하니까 어려운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은 누군가가 찾지 않으면 원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를 한다면 그 사람의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 여전히 이야기 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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