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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이희준 “일절의 애드립 없이 긴장감으로 채워진 영화 ‘남산의 부장들’”

기사입력2020-01-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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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르 건 간에 자신만의 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배우 이희준을 만났다.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20년에 꼭 봐야하는 영화에 등극한 ‘남산의 부장들’에서 대통령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지닌 경호실장 곽상천을 연기한 이희준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완성된 영화를 보신 소감은 어떠신가?

A. 처음 봤을 때는 좀 차갑다고 느꼈다. 보통의 영화였다면 김규평과 혁명의 순간에 한강 다리를건너는 씬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런 장면 없이 절제되어 있어서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두 번째 보니까 소름이 끼치더라. 관객이 인물에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게 의도적으로 효과를 준 것 같기도 하고, 이병헌이 비오는 날 도청하는 클로즈업때도 그 사람의 심리에 빠져 들만할 때 확 밝아지면서 다음으로 넘어가더라. 곽도원과 이병헌의 마지막 순간에 양말을 보는데 마치 하나의 인물처럼 그려지는데, 나라를 좌지우지하던 인물들이 마지막에 신발도 없이 있는 모습이 겹치면서 정말 놀라웠고, 마지막에 삽입된 실제 뉴스도 관객에게 생각과 판단을 넘기려고 차갑게 연출한 것 같아서 좋았다.

Q. 관객들이 느낀 것들을 정확하게 짚어 내셨다. 연기 할 때는 어땠나?
A. 이번에는 일체의 애드립을 못했다. 원래 작품 할 때 애드립을 하면서 현장에서 유연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이번에는 한 마디, 한 마디 읊조리는 말들도 다 대본에 있었고, 싸우며 욕하는 장면에서 더듬는 말도 대본을 정확하게 지켰다.

Q. 우민호 감독의 요청이었나
?
A. 우민호 감독과 하나 하나까지 섬세하고 디테일한 감정까지 서로 대화를 하면서 찍었다. 감독님은 편협된 시각을 갖고 싶지 않다고 하셨고 배우들은 그걸 끝까지 따랐다. 역사적인 사실이 있었고 거기에 뭔가 새로운 장면을 넣지 않고 40일간 있었던 이야기만 가지고 갔다. 신문으로만 봤던 사실에 렌즈를 밀어 넣어 확대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연출할 수도 있지만 신중하게 예리한 줄타기를 하면서 표현한 것 같다. 애드립을 하지 않고 찍는데 굉장히 텐션이 있고 재미가 있었다. 서로의 공기가 생기니까, 극적인 상황 속에서 나오는 긴장감이 짜릿하더라. 캐릭터들이 모두 각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갈등을 연기하는 거라 재미있고 중독이 되는 것 같더라.

Q. 우민호 감독과 ‘마약왕’때 인연으로 이 작품을 하시게 되었다고 하셨다.
A. ‘마약왕’ 마지막 촬영 때 하루 더 있고 맥주 한 잔 하자고 하시더라. 그때 ‘남산의 부장들’ 이야기를 하셨다.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고 이 선배들과 연기한다고 해서 더더욱 재미있겠다 싶었다. 다만 곽상천이 이해가 안 되는 게 문제였다. 특히 캄보디아 대사는 정말…. 저는 이해가 안 되면 연기를 못 하는 배우인데, 이 인물을 어떻게 이애 하느냐가 가장 큰 작업이었다. 곽상천은 이게 최선이라고 믿었던 인물이었다. 모든 나라가 그런 과정을 거쳐서 민주주의가 되었고, 지금으로는 이게 최선인데 왜 딴지를 거냐고 일체의 사심 없이 믿었던 인물이었다. 이 인물은 사심없이, 개인의 권력욕없이, 각하의 불편함 없이, 각하의 의중을 미리 알아서 했던 인물이다. 각하를 절대적인 아버지라고 생각했고 혹시나 반대되는 생각이 올라온다 하더라도 스스로 눌렀을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런 믿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했고 그 믿음으로 인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곽상천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셨던가 보다.

A. 다양하게 자료를 찾아봤다. 이 영화에서 곽상천이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는지에 집중하였다. 한 번도 대사를 읊조리는 법이 없고 다 지르는 인물이다. 심플하게 보일 수 있지만 평소에 늘 레이어가 있는 인물들을 연기 했던 편이라 레이어를 제거하는 게 어려웠다. 잠깐이어도 내가 눈치를 살피거나 딴 생각하는 게 보이면 안되는 인물이었다. 충정을 가지고 믿고 따르는 연기를 하는게 어색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촬영하고 집에 갈 때 너무 심플하게 연기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극에서 이런 인물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밀어 붙였다.

Q.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이 멋졌다.
A. 이병헌은 심리적 갈등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하는데 정말 최고였다. 이성민은 캐릭터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계속 씬이 이어지는데 사람이 지쳐가는 게 보이더라. 저건 머리로 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닌데 어떻게 하는 건지 진짜 궁금했고 깜짝 노랬다. 선배들의 연기는 다 배우고 싶고 다 빨아먹고 싶지만 내 것으로 소화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전두환 역할을 한 서현우는 학교 후배인데 연기하는 걸 보고 놀랬다. 대사는 ‘예’ 밖에 없는데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실제 머리를 밀어가면서 인물을 연기했는데 저보다 더 심리적으로 큰 노력을 했다.

Q. 심리적인 노력이라고 하셨는데. 살을 많이 찌우셨다. 신체적인 노력이 아닐까 싶은데?
A. 25키로를 찌웠다. 처음에 배가 나온다는 상상만 해도 토할 것 같은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었다. 제가 원래 아침마다 108배를 하는데, 그때 108배를 하면서 ‘괜찮다. 나와도 된다. 배 나오면 어때’를 화두로 한 2~3개월을 보냈다. 예전 작품 ‘1987’이나 ‘미쓰백’에서는 심리적인 가면을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면 이번에는 신체적 가면을 쓰는 기분으로 했다.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100키로를 찍고 액션을 하는데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더라. 허벅지도 붙지 않고 한번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대사도 숨이 차니까 한 마디에 내뱉지 못하겠더라. 한 문장에 다섯 번씩 숨을 쉬면서 했다. 뒤돌아 보는 장면도 잘 고개가 안 돌아가서 두 세번 시도해야 했다. 땀이 많이 나서 항상 침대가 젖어있었고 계단도 잘 못 올라가겠더라. 선배들과 술자리에서도 술이 아니라 안주를 끊임없이 먹어가며 체중을 불렸다. 같은 정장인데 영화 후반에 가면 체중이 자꾸 올라 가니까 터질 것 같더라. 처음에 감독님은 “절대 살 찌울 필요 없이 연기로만 하면 되죠. 찌우면 좋지요. 그런데 나는 감독이 찌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애”라고 하셨는데 얼마전 네이버 토크할 때는 “이희준이 대본을 보자마자 살 찌우겠다고 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 계속 소리를 지르는 인물이고 경호실장인데 뭔가 덩어리가 있어야겠다는 느낌이 확 왔었다. 우직하고 하나만 믿는 인물이라 슬림하고 날카롭게 했으면 좀 심심했을 것 같다.

Q. 지금은 너무 날렵해서 영화 속 인물과 매치가 안 된다. 어떻게 빼신 건가?
A. 100키로가 되니까 의사가 당뇨가 올 수 있다고 해서 12개월 동안 찌운 살을 3개월 만에 뺐다. 그냥은 빼기가 힘들어서 일부러 3개월 뒤에 화보 예약을 하고 반 강제로 살을 뺐다. 막판에는 헬스장 앞 고시원에서 하루에 4번을 운동하며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고 운동하고 잠깐 자면서 보냈다. 고시원에서 닭가슴살을 먹다가 울기도 했다. 제가 20년 전 스무살에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고시원 생활을 했는데, 나름 애써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살수 있는 상황이 소중하고 감사해지더라. 내가 진짜 운이 좋았고,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분들을 만났고, 내가 한예종을 안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싶고 그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 덕택에 여기서 이걸 먹고 있다는 생각에서 잠시 울컥했었다. 이렇게 힘들게 뺐는데, 저의 살찐 모습이 좋아서 혹시 다른 감독님이 제안을 주시면 어쩌나 싶었는데 벌써 찐 캐릭터의 대본도 들어오는데 고민중이다.


Q. 아직 영화를 안 본 관객에게 이 영화의 매력을 어필하자면?
A. 여러 세대가 보고 대화를 나누기에 너무 좋은 영화 같다. 요즘 특히 세대간의 대화가 없어졌는데 서로 견해는 다를 수 있겠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일 것 같다. 저의 스탭이 그러더라. 자세한 사실을 모르고 봤는데 왜 계속 긴장되고 손이 저린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영화다.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담은 ’남산의 부장들’은 현재 상영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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