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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터뷰] 윤시윤, 결코 '꼴값' 떨지 않겠다는 약속

기사입력2020-01-1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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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나이 34세)은 정해두고 지키며 사는 스스로의 매뉴얼이 확실한 배우다. 매사 기필코 책임지고 살아야 하며, 스스로에게 유별나게 엄격해야 한다는 철칙도 아주 단단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번 tvN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극본 류용재·연출 이종재) 종영 인터뷰를 통해 그는 저조한 시청률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시청률 흐름의 전반적 변화, 비교적 높았던 화제성, 매니아층 형성, 소재의 한계 등 그나마 고무적인 결과나 여타 요소들은 차치했다.

윤시윤은 "어찌 됐든 시청자의 흥미 유발에는 실패한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허당기 넘치는 싸이코패스의 이야기다. 주제가 제한적이고, 얼핏 장르물의 느낌이 강하다. 그건 어디까지나 한계점일 뿐이고 그 선을 뛰어넘어 기쁨을 드리고, 높은 성적을 유지했어야 마땅하다"며 "한두 푼의 정성이 모인 게 아니지 않나. 아쉽고 죄송스럽게도 실패했다고 자평한다. 특히 내가 그랬다. 유튜브가 대세고, 안방극장이 약세다? 짧은 클립 영상들이 주를 이룬다? 모두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잘되는 드라마들은 아직도 넘쳐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모인 피땀이 어디 값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들인가. 절대 결과를 후하게만 평가하고 자위하면 안 된다. 내 자리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찌 됐든 '주인'공이라고 불렸잖나. 주인 의식을 철저히 되새겨야 한다. 아쉬운 결과를 내 어깨 위에 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윤시윤은 늘 그랬다. 잘되면 남의 공을 치켜세우고, 잘 안되면 스스로의 잘못 찾기에 혈안이 된다. 지난 2018 드라마 '대군' 종영인터뷰 당시에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TV조선 개국 이래 드라마 최고 시청률이라는 호성적을 기록했고, 윤시윤은 "뛰어난 연출과 대본 덕분이며 함께한 배우들의 공"이라고 답한 바 있다.

주인공이라는 자리에 대한 책임감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말했다. 그는 "이상한 게 작품이 잘되면 주인공이 가장 많이 이득을 본다. 다 같이 고생해서 만들었지만 조명은 한 명을 비추는 게 현실 아닌가. 그렇다면 마찬가지의 이론으로 작품의 성적이 저조하면 주인공에게 가장 탓이 많이 돌아와야 한다"며 "나를 믿고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해준 이들이 존재하기에 연기하며 먹고산다. 절대 물러 터진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철저하게 자기 검증을 하고,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늘 그러려고 노력한다. 본질을 회피하고 달콤한 소리에만 귀 기울이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시윤의 이러한 스스로를 평가하는 엄격한 잣대는 '연예인'이라는 본인의 직업에도 적용됐다. 그는 연예인을 '위험한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이유를 묻자 "그릇된 자존감을 얻기 십상이다. 쉽게 인기를 얻지만, 직업 특성 덕분에 얻어낸 허울인 경우가 허다하다. 주변에는 예스(YES)맨이 넘쳐나 박수 소리만 듣고 산다. 그때 스스로가 냉정해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남들이 기를 죽이려 들 때를 확실히 구분해 스스로를 사랑해주고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균형 유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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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의 말들은 정답에 가깝다. 높이 살만 한 신념이고,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이 또한 윤시윤은 운이 좋아 터득한 개념일 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2009년 시트콤 명작 MBC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이듬해 KBS2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50% 시청률을 기록한 주인공이다. 너무 잘된 탓에 기고만장하지는 않았을까 염려하니 "양심이 있으니 그렇지 못하겠더라"며 웃는 윤시윤.


그는 "'김탁구' 촬영 당시 눈물 한 방울을 쉽게 흘리지 못하는 신인이었다. 그런 민폐덩어리인 나를 현장의 모두가 기다려줬다. 박성웅 선배는 감정 몰입을 도와주시려 손을 잡아줬을 정도다. 진짜 양심이 있다면, 연습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때를 되뇌면 건방 떨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는 부침도 많이 겪었다. 승승장구하며 작품마다 잘됐다면, 지금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주변 이들처럼 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시련이 있었고, 굴곡이 주어졌다. 9년의 시간 동안 나의 진짜 자질을 검증받으려 애쓰느라 자세를 고쳐 잡고 절박함과 겸손을 배운 것 같다.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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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윤시윤에게 본인만의 직업적 아이덴티티, 즉 특장점을 물었다. 수려한 이목구비, 개성 있는 목소리, 인상싶은 연기력 등을 읊으니 손사래를 쳐댄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꼴값 떨지 않는 것"이란다. 단호한 표현에 놀라 재차 물으니, 꼴값 떠는 순간 배우로서 빛이 바랠 수준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며 스스로를 낮춰 평했다. '웬 과소평가냐' 핀잔을 주자, 그는 "과소평가 아닌 철저한 자기 객관화다. 불안요소 있는 주인공이지만, 성실할 것이라는 암묵적 믿음을 가지고 써준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과연 요령 피우는 윤시윤을 누가 써주겠나. 구시렁대지 않고 임해야 한다"고 고쳐 잡았다.


iMBC 이호영 | 사진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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