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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이병헌 "한국영화가 가진 힘과 파급력은 미국 영화 못지 않아"

기사입력2019-12-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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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가 없는 연기자 이병헌을 만났다. '백두산'에서 이중스파이 리준평으로 변신해 전라도, 북한 사투리 뿐 아니라 중국어, 러시아어 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인간병기이지만 절절한 부성애로 가족을 넘어서 민족을 살리는 인물을 연기했다. 혼자 있어도 아우라가 넘쳐나지만 하정우와 함께 선보인 남남케미는 또달랐다. 팽팽한 긴장감과 동시에 끈끈하고 깊은 우정도 느낄수 있었던 그의 케미력은 이번에도 통했었고 숨막히는 재난 상황에서도 한 줄기 숨쉴수 있는 여유까지 가져다 주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때 이 영화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했나?

A. 볼거리가 많은 재난 영화이지만 대부분의 재난 영화들이 어떻게 살아 남느냐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영화는 재난의 형식을 띈 버디무비라 생각했고 그런 매력 때문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영화의 장르는 재난을 소재로 한 오락영화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모든게 클리세일수 있는데 그 지점이 웃음이 되었건 신파가 되었건 충분히 재미있다면 목적을 달성하는 거라 본다.

Q. 실사인지 그래픽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으로 그래픽이 훌륭했다. 배우의 시선에서는 어땠나?

A. 다른 영화들은 시사회 이전에 보통 예상이 되는데, 이 작품은 반 이상이 그래픽이어서 직접 보기 전 까지는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그런데 영화 초반의 강남역 빌딩 장면들이 굉장히 압도적이고 힘 있게 시작되어서 놀라면서도 좋았다.

Q. 워낙 연기 베테랑이지만 블루 스크린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연기가 있었나?
A. 한번도 지진때문에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화산폭발로 인한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이 있는 영화라 지진장면마다 움직임을 두고 감독님과 항상 상의를 했어야 했다.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과 타이밍도 맞춰야 했고 연기하면서 움직이는 방향을 매번 생각해야 하는 게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나고, 어떤 크기의 상황인지를 디테일하게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래야 그 상황의 크기에 맞는 리액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완성된 상황을 스크린에서 보니까 내가 상상했던 것과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더라.

Q. 이번에 작품을 하기 훨씬 전에 헐리우드에서 '터미네이터'로 첨단 그래픽 시스템을 경험해 봤을텐데 어떤 차이가 있나?
A. '터미네이터'에서는 배경이 바뀐적은 없다. 배경은 실사이고 변하는 건 제 몸이었다. 얼굴에 총에 맞고 일그러졌다가 다시 돌아오거나 팔이 쇠로 변한다거나 하는 그래픽이 있었다. 이 영화는 반대로 몸의 변화는 없지만 배경이 변했다.


Q. 가장 인상 깊은 그래픽은 어떤 장면인가?
A. 영화를 찍으면서 백두산은 처음 봤다. 백두산을 향해 차를 몰고 가는 장면을 우리는 허허 벌판에서 찍었는데 화산이 터지고 화산재가 날리는 장면은 감회가 새롭더라.

Q. 하정우와의 연기는 어땠나?
A. 많이는 아니지만 우연히 만나면 서로 같이 영화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였다. 서로의 매력은 작품들을 통해 충분히 봐 왔고, 평소 하정우의 센스와 재치가 충분히 영화에 활용될거라 생각했고 그런 모습들이 같이 어우러져 영화가 재미있겠다는 상상을 했었다. 호흡은 보시는 바와 같이 좋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이번에 연기한 리준평의 경우 기존의 스파이에서 떠올려지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인물이었다. 언어 능력도 뛰어났고 사람 다루는 능력이 대단해 보였다.

A. 사람을 현혹시키기 위해 사투리도 쓰고 외국어도 쓴다. 그런 모습이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를 나타내기도 하고 이중스파이로서 살아왔던 그 사람의 언어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Q. 첫 등장부터 인상적이었다.
A. 감독님들과 의도했던 장면이었다. 리준평과 EOD대원과의 처음 맞딱트렸을 때 임팩트 있게, 그들이 놀라서 뒤로 훅 물러날 만큼 놀라는 게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져야 했고, 처음 내뱉는 목포 사투리는 웃긴 것 같기도 하면서 무서운 것 같기도 한 알수 없는 모습. 그게 그 장면의 목표였다.


Q. 전라도, 북한 사투리도 어색함 없이 구사하시고 평소에 영어도 잘 하시지만 이번에 중국어. 러시아어 까지 하셨다. 평소에 어학공부를 많이 하시는 편인가?
A. 평소에 준비는 안하고 작품이 잡히면 캐릭터에 필요한걸 공부하거나 선생님 만나서 레슨 받거나 한다. 특히 이 영화는 4가지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해야 해서 선생님이 네 분이 계셨다. 북한 사투리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정작 해보니까 중국어가 더 어려웠다.

Q. 극중에서 딸과 함께 나오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아역도 연기가 좋았고, 그 장면에서는 리준평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같이 눈물이 나더라.
A. 아역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랬었다. 원래는 더 긴 장면이었다. 쌓이고 쌓였던 감정이 터지는 장면이라 촬영하면서 모든 스탭들이 다 울었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밸런스 조정하느라 많이 덜어냈다. 계속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하는 표정으로 있다가 나중에 오열을 하는 아역 배우의 연기가, 어덯게 이렇게 센스 있게 감독의 주문을 이해하고 대사 한마디 없이 눈빛 만으로 잘 표현할까 싶더라. 천재적인 배우라 생각되었다. 그 장면이 너무 좋았었는데 편집된 걸 보고 아역배우가 많이 실망하지 않았을까 조금 염려된다.

Q. 전도연도 깜짝 출연했다. 전도연의 존재 자체가 너무 놀라웠다. 오랜만의 재회인데 연기할 때 어땠나?
A. 오랜만이지만 여러 작품을 해봤어서 익숙한 상대배우다. 워낙 베테랑이라 따로 리허설을 하거나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려운 씬이고 중요한 신이었는데 순조롭게 촬영되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매번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건데 정말 너무 인물들을 잘 그려내신다. 전작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항상 최근의 캐릭터로 이미지를 갈아 엎으신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런데 배우 입장에서는 혹시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이 있나?

A. 왜 없겠나. 겉으로 보여지고, 결과물이 아무리 잘 나오더라도 연기의 고민은 계속되어야 하는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잠깐 사는 건데 정답이 어디있겠나? 공식도 없고 계속 연구하고 계속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Q. 이병헌 처럼 연기 잘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같이 연기한 하정우 배우가 이병헌 배우에 대해 '연기 기계'라고 하던데..
A. (웃음) 그런게 따로 없는데.... 나름 노력하는 게 있다면 계속 촬영장에서 어떤 감정 상태를 유지하려고 많이 발버둥친다. '연기 기계'라는 말을 좋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쁘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떤 장면을 찍을 때 그 장면이 한번에 딱 끝나지는 않는다. 그 장면에 필요한 감정이 그 씬에서만 튀어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전부터 차곡 차곡 쌓여서 나오는건데, 촬영하다가 중간에 점심먹고 다시 이어서 촬영한다면 그 감정을 유지하는 게 힘들다. 기계가 아닌 이상 그 상황에 필요한 감정이 어떻게 착착 나오겠나. 톤이 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모니터를 보고, 아까는 이런 정도의 감정 상태였지? 자꾸 생각하고 그 감정 상태를 유지하려고 계속 생각을 반복한다. 매일 촬영 할 때 마다 그날 촬영한 내용 중에서 내가 진심으로 연기한 감정상태가 좋으면 그날 하루의 감정을 지배해 버린다. 어느 날은 그 감정이 도저히 안 나와서 답답하고, 되돌려 생각해봐도 흉내 낸 것 같을 때는 종일 기분이 안 좋게 하루를 보낼 정도로 촬영할때의 감정이 중요하다.

Q. 불혹의 나이에 멜로, 액션, 코미디 등 모든 장르를 다 소화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 아직도 욕심 나는 것이 있는지?
A. 욕심이 나려면 뭔가 구체적인 대상이 있어야 목표로 삼고 할텐데, 그런 것 보다는 오히려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어떤 캐릭터로 연기하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더 많다.

Q. 해외에서의 활동 계획은 없나?
A. 스케줄 조율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더라.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한국에서 한두 작품 하고 미국 가서 한두 작품하고, 왔다갔다가 편하게 되면 좋겠는데, 한국에서 몇 편을 몇년 동안 찍고 나서 미국에서 작품을 해야 하나 싶어 일부러 한국 스케줄을 안 잡고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한국에서 본 작품 중에 결정을 내리면 갑자기 에이전트에게 전화가 오는 식이다. 그래서 이건 그냥 운이겠구나 생각한다. 일본이나 중국의 몇몇 배우들은 아예 자국의 영화를 스톱하고 해외에 있으면서 계속 미팅을 하고 작품을 하기도 하더라.

Q. 그런 배우들 처럼 아예 한국에서의 작품은 쉬고 본격적으로 해외스케줄을 할 생각은 없으신가?
A. 미래를 단언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한국 영화도 중요하다. 지금의 한국영화가 주는 파급력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는 이제는 아시아가 다 보고, 북미, 남미에서도 보고 있다. 한국영화도 미국영화의 파급력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힘이 좋은 작품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하고, 제가 제일 잘 할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외국어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좀 더 우리 말로 우리 문화로 할 수 있는 건 더 자신이 있다. 한국영화의 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외국업계 사랍들은 한국영화가 특별하다고 한다. 자기네 영화들은 다음 장면이 너무너 예상이 되고, 결말도 웬만큼 알겠는데 한국영화는 다음 장면이 예측이 안되는 매력이 있다고 하더라.

Q. 배우 이병헌이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 힘들지만 그렇게 되고 싶다. 그게 꿈이다.

이병헌, 하정우가 출연,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백두산'은 12월 19일 개봉하여 현재 개봉 6일째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상영 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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