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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한석규, 세종 할 때마다 더 궁금해지는 인물, '뿌나'와 '천문'의 세종의 다른 점은?

기사입력2019-12-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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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가 세종을 연기하는 것이 벌써 두 번째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에서 한석규가 연기했던 세종은 기존의 인자하고 지혜로웠던 세종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으며 좀 더 진보적이고 행동력 있으며, 화가 날 때에는 욕설을 하기도 하는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세종이라는 역사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을 한 배우가 두 번이나 연기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 허진호 감독의 '천문'에서 다시 한번 세종을 연기했지만 한석규는 여전히 세종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5번 정도는 해야 그나마 세종, 이도라는 인물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앞으로도 또 다른 세종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같은 인물이라고 하여 거절하진 않을 것 같다는 설명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익숙함을 느껴본 적은 없어요. 세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종에 익숙해지려면 최소한 5번은 해야 하지 않을까. 저는 원래 상상력이 끝도 없이 펼쳐 나가는 사람이고, 세종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고 상상했지만 여전히 이 분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흥(한석규는 갑자기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기 시작했다)이라는 게 있죠. 세종에게는 흥이 무엇이었을까. 이 사람을 이렇게 움직이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돈, 명예, 자식이 중요한 사람이 있잖아요. 세종을 들썩이게 한 것은 그게 아니었던 거죠."

한석규는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더 골몰하게 된다고 말한다. 나 자신의 출발, 배우 한석규라는 사람이 어쩌다 연기를 시작했으며 50이 넘어서까지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다른 것에는 싫증을 내도 이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항상 새롭게 느껴지는 것일까. 나의 출발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귀결된다.

"어머니는 왜 어릴 때 날 데리고 극장을 다니셨을까.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보고 (다시 어깨춤을 추며) 이랬어요.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미친놈처럼 그걸 보면서 이렇게 들썩 들썩. 기억이 나요. 이게 나의 유전자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아마도 저는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고, 세종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iMBC 연예뉴스 사진

그가 '천문'의 세종을 새롭게 덧입히면서 생각한 것이 세종의 어머니였다.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이 아버지 태종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으로 분석됐다면 '천문'의 세종은 어머니 원경왕후의 자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인물로 해석했다. "세종의 어머니는 권문세가의 딸이었어요. 태종이 즉위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정치적으로도 야심있는 인물이었죠. 그런데 남편이 왕이 된 후 친정이 몰락했고 그에 대한 원망이 있었을 거에요. 세종은 그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머니의 원한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제가 생각하기에 이도라는 인물은 어머니를 매우 사랑했을 것 같아요. 선한 사람이니까. 저는 계속 세종을 상상해봐요.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은 이도를 그린게 이번 영화이고. 아마 그래서 이도라는 인물을 또 하고 싶었나봐요."

한석규에게 '천문'은 배우로서 새로운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작품이었다. 세종이라는 인물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도 그러했지만 배우에게 언제나 '언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왔던 그가 '언어'를 창제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신이 났던 것은 당연하다. "말이 주는 한계가 있잖아요. 우리 배우는 단어만 가지고 표현하는 게 늘 부족해요. 몸, 표정, 움직임으로 다 표현을 해야 해요. 더 전달하고 싶은데 단어만으로 부족하다 생각해요. 그런데 그 언어 역시 어머니에게 가장 먼저 배웠을 거고. 그때 배웠던 나의 버릇들이 평생 간다는 생각을 해요." 이렇게 세종, 언어, 배우, 연기로부터 시작된 상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종내에는 어머니라는 단어로 가서 완결된다.


세종-장영실, 평생의 친우로 만난 관계를 연기하면서 배우 최민식과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저는 배우라 그런지 살짝 과장되게 생각하는 편인데, 세종-장영실을 연기하면서도 최민식이라는 소년과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어요. 최민식 씨랑 저랑 비슷한 동네에서 자랐어요.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비슷한 거리의 극장에서 같은 꿈을 품고 자란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같은 작품을 하게 된 거죠. 사람들이 저에게 '요즘 바쁘시겠어요' 하는데 저는 연기만 하니까 전혀 안 바쁘거든요. 최민식 씨도 그래요. 그 형도 별로 안 바빠. 그 형도 연기말고 관심이 없거든요. 형이 저보다 연기를 2년 먼저 시작했어요. 그 양반이 저에게 그래요. 이게 우리 팔자야. 비슷한 시기에 꿈을 가지고 이렇게 몸을 들썩이게 된 거란 말이죠."

최민식과 한석규, 두 사람이 목표로 하는 것은 결국 같을 거라고 그는 덧붙인다. "우리끼리 있으면 연기 얘기 안 해요. 둘다 연기 말고 아는 게 없는데, 연기 이야기 안 하는데, 둘이 그냥 알거든. 돌고 돌아 결국은 사람이에요.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측은한 마음 가지고 사람을 연기하는 거. 저나 그 양반이나 평생 연기 말고는 모르는 거죠."

한석규가 세종대왕을, 최민식이 장영실을 연기한 '천문'은 허진호 감독의 3년만의 신작으로 12월 26일 개봉한다.



iMBC 김송희 | 사진 제공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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