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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하정우, '백두산'부터 '연골'까지 속 시원히 풀어낸 이야기

기사입력2019-1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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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는 ‘더 테러 라이브’ ‘터널’의 두 편만 했을 뿐인데 재난 영화의 장인이라 느껴지는 하정우가 이번에는 ‘백두산’에 출연했다. 백두산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한반도에 지진이 동반되어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어 버린다는 독특한 상상력에서 시작된 ‘백두산’에서 하정우는 전역 대기 중이던 EOD대위로 변신해 미사일 해체를 담당하는 기술진으로 북한에 투입되어 얼떨결에 재난을 멈추게 할 중요한 작전을 수행했다. 특수요원이지만 전투요원은 아닌 독특한 설정의 인물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며 2시간만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로 만들어 버린 하정우였다. 누구보다 솔직하고 소름끼치게 정확한 기억력과 묘사력으로 특유의 언변을 뽐내는 하정우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연골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 놓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이 영화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어서 선택하게 된 건가?

A. 백두산 폭발이라는 소재 자체가 흥미로웠다. 과학자의 기사도 봤었고, 천 년에 한번이라는 데진짜 터지나? 하는 궁금증이 일던 때에 프로젝트를 알게 되어서 흥미롭게 받았다. 제가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데 ‘투모로우’를 보면 도서관에서 모닥불 쬐는 순간의 낭만이 너무 좋더라. ‘터널’에서도 케익 먹는 낭만이 매력적이었고. 이 영화에도 그런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Q. 긴급 작전에 투입되는 군인에서 예상되는 전형적인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난 연기를 보여주셨다. 굉장히 생동감이 넘치는 인물이더라.
A. 재난영화라고 해서 단면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재난영화의 스토리라인이 워낙예상 가능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보여지는 캐릭터는 다른 모습으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좀 더 사실주의 영화에 가까운 캐릭터처럼 연기해야겠다 생각했고, 이병헌의 연기에 맞춰 극한 상황이지만 농담도 던질 수 있는 틈을 마련하고 맞받아 칠 생각을 했다. 이병헌과 그런 면에서 딱 맞았던 것 같다. 이병헌은 멋있고 다 때려부수는 인간병기 같은 이미지라면 저는 쫄고 우왕좌왕하는 이미지였다.

Q. 구체적으로 그렸던 이미지가 있었나?
A.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영화 ‘더 록’에서의 니콜라스 케이지의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수송기 안에서 긴장해서 다리를 떨던 장면이 인상적으로 남아서 조인창이라는 인물도 멋있게만 보이는 게 아니라 반대적으로 허술하고 우왕좌왕하고 당황하는 걸 극대화해서 표현하고 싶었다.


Q. 조인창을 표현할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었나?
A. 관객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서 인물이 성장하는 걸 바라는 것 같다. 주인공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기대하시는데 저도 조인창이 리준평을 만나서 성장하는 과정을 염두에 두었다. 첫 번째 큰 임무를 수행하고 나서 리준평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이 첫 번째 성장의 포인트였고, 트럭에 불 지르는 게 두 번째, 갈림길에서 결심하는 지점에서 세 번째,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는 걸 그렸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지금까지 필모를 살펴보면 굉장히 강렬한 캐릭터도 선보였었지만 이렇게 자연스러운 캐릭터도 몇 번 본 것 같다.

A. 개인적인 취향도 많이 작용을 하는데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을 할 때 자연스러운 쪽을 좋아한다. ‘신과함께’의 강림은 쉬워 보이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였고 ‘PMC’에서도 굉장히 어려웠다. 한쪽으로 두드러지는 캐릭터는 영화의 끝까지 끌고 나갈 때 표현의 한계가 있어서 어려운데 조인창 같은 인물은 입체적이어서 표현할 수 있는 폭도 넓어서 일하는 게 즐거웠다.

Q. 이병헌과의 호흡은 어땠나?
A. 선배 배우고 훌륭한 배우가 짐을 나눠 지고 가니 굉장히 의지가 되었다. 이병헌은 좋은 의미에서 연기기계 같더라. 테이크를 갈 때 마다 흐트러짐이 없었고, 20대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나니 같이 했던 이상으로 더 좋았다. 장갑차 안에서 이병헌과 주고받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좋았는데 이병헌의 장면은 야외에서 이병헌 혼자 촬영했었고, 저의 부분은 한 달 뒤 세트에서 촬영했었다. 이병헌이 찍은 걸 보고 거기에 맞춰서 리액션을 했었다. 시나리오와 완전 다르게 대사를 했어서 그걸 보고 대사를 만들어서 연기했는데 잘 나왔더라.

Q. 수지와 부부 역할이었다.
A. 아, 그 부분은 정말 좀 어색했다. 연기를 보니 민망하더라. 특히 수지가 내 볼을 잡는 장면에서 내 연기는 정말 어색했다.


Q. 이해준, 김병서. 두 감독이 공동 연출이었다. 두 분이 월수금. 화목토로 나눠서 디렉션을 했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현장에서 연기할 때는 어땠나? 배우 입장에서는 불편하지 않았나?
A. 저와도 오랜 절친이고 두분끼리도 성격이 잘 맞으셨다. 어떤 이야기를 하거나 의견을 낼 때 불편한 게 없었고 성격이 유연하신 분들이어서 잘 듣고 잘 선택해주셨다. 촬영 초반에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한 분에게 이야기 하면 똑 같은 이야기를 다른 분에게도 해야 하는 번거로움 정도는 있었다. 또 한 감독님은 오케이를 해도 다른 감독님은 한번 더 가고 싶어 하셔서 다른 영화보다 테이크를 좀 더 많이 가기는 했는데 불편하지는 않았다.

Q. 그래픽이 너무 훌륭해서 어디 까지가 실사인지 구분이 안 되더라. 강남역 거리에서의 촬영은 어디까지가 실사였나?
A. 도심에서 지진이 발새하는 장면은 12회차에 나눠서 촬영했다. 도로에서 제가 건물을 올려다 보는 장면만 실제 강남역에서 한 회차만 찍었고, 차 안에서 정체되어 있는 상황, 카체이싱 장면은 야외 세트에서 찍었고, 골목길에서의 레이싱은 무슬팀이 실제 강남역에서 차량 외부 중심으로 촬영, 차량 내부의 장면은 놀이기구처럼 움직이는 세트에서 촬영을 했다.

Q. ‘신과함께’ 시리즈를 해 봤기에 블루 스크린에서의 연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
A. 요즘은 생활CG라고 할 정도로 ‘웬만한 건 다 CG로 지우면 된다’고 이야기 한다. 10년 전에 비해서 촬영 현장이 엄청나게 변화했다. 요즘은 대부분의 촬영이 그렇게 진행되니까 많이 익숙해지기는 했다. CG는 다 수작업이고 투자하는 돈과 사람들의 노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교해지는데 강남역 씨퀀스를 보니까 이 작품에서는 최선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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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표작이 참 많은 배우다. 오늘날 하정우가 있기까지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던 작품은 어떤 것인가?

A. 매 작품마다 조금씩 성장과 깨달음이 있는데 ‘추격자’는 일반 관객에게 처음으로 영화배우로 제가 소개된 작품이고, ‘국가대표’는 처음으로 상업영화로 큰 성공을 했던 작품이다. ‘황해’는 큰 성공은 아닌데 일년 동안 한 캐릭터로 살아가면서 너무 작품이 힘들어서 한계에 부딪히고 바닥을 쳐서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작품이다. 그 다음이 ‘군도’로 다시는 사극을 찍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베를린’은 처음으로 액션을 소화했던 작품, ‘더 테러 라이브’는 과연 혼자 연기할 수 있을까? 이 시나리오를 선택한 게 의외였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그걸 증명해 보였다는 지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허삼관’은 감독과 주연을 하면서 다시는 두 개를 동시에 할 수 없겠구나를 새삼 깨닫게 해 준 작품이다. ‘허삼관’까지가 한 챕터였다면 그 다음작품부터는 다른 챕터로 넘어 가게 된다. 이후에 ‘암살’ ‘아가씨’ ‘1987’ ‘PMC’ ‘백두산’을 하는데 큰 동력을 준 작품이 ‘허삼관’이다.

Q. 영화 ‘백두산’은 하정우에게 어떤 의미인가?
A. 기술적인 부분을 이야기 할 때 이제는 더 이상 할리우드와의 비교를 빼도 되지 않을까? 그만큼 흥미롭고 좋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인 거 같다.

Q. 배우, 감독, 화가, 저자, 걷는 사람 등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출판 이후 걷기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많더라.
A. 배우로서 받는 피드백과 달리 일상적인 부분에서의 피드백은 감동적이다. 제가 좋은 걸 나눴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람되고 감사하다. 책에 대한 리뷰를 봤을 때 되려 제가 힘이 나고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Q. 긍정적인 영향이 있어서인지 작품 외에 걷기 관련된 제안들이 많을 것 같다.
A. 몇 번 그런 제안이 왔고 거절도 했다. 책을 낸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유튜브를 통해서 소소하게 걷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거면 충분하다 생각해서 거절했다. 계속 걸을 텐데 어디 방송에 출연해서 이야기 하는 건 쑥쓰럽기도 하고, 나중에 더 걷고 더 살아서 할 이야기가 있다면 그때가서 하는 걸로 미뤄뒀다.

Q. 하정우의 연골을 걱정하는 팬들도 많다.
A. 연골은 살짝 안 좋다. 작년에 마라톤 대회를 나가서 처음으로 풀코스를 뛰었고, 한국 오자마자 터프한 농구 시합도 나가면서 연골에 문제가 시작되었는데 ‘백두산’ 촬영 마지막 날 뛰는 씬을 찍다가 뚝 하는 소리가 귀에 선명히 들릴 정도로 탈이 났다. 두 다리 모두 내측 연골이 찢어져서 도려내는 수술을 했고, 지금은 움직이는 데 불편함은 없다.

Q. 어제 개봉을 했고, 하루 만에 45만명이 들어 최고 오프닝을 기록했다. ‘신과함께’에 이어 명실공히 흥행배우인데,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이고 싶은가?
A. 늘 보고 싶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같이 나이 먹어가면서 같이 살아가는, 친구처럼 친근한 이미지이고 싶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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