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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정해인 "촬영 중 친할머니 생각나 감정 조절하기 힘들었다"

기사입력2019-12-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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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동’으로 기존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18세 반항아의 모습을 선보인 정해인을 만났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연이어 젠틀하고 스윗한 로맨스 가이의 이미지를 쌓아왔던 정해인은 ‘시동’에서 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에 험한 일도 하며 세상에 거칠게 길들어 가는 10대 청소년을 연기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시동’은 절친 택일(박정민 분)과 함께라면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상필(정해인 분)이 빨리 사회로 나가고 싶어 하지만 막상 나와보니 상상도 못하게 거칠고 험해 호되게 수업료를 치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상필은 반항아답게 욕도 하고, 담배도 피우는 인물로 정해인이 지금껏 쌓아온 이미지와 달라 낯설었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위해 이미지 탈피도 망설이지 않는 그의 열정은 이번 영화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배우로서의 이미지에 대한 정해인의 생각은 확고했다. “연기자라는 직업을 오래 가져가려 한다. 길게 보고 있기에 당장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어떤 이미지를 특별히 유지하거나 탈피하려는 생각도 없다” 너무 격한 변신 아니냐는 말에 오히려 덤덤하게 웃으며 “저 욕 잘해요. 캐릭터적으로 일부러 더 어색하게, 못하는 척 해야 했다”라고 말해 다시 보게 만들었다. “저의 연기적인 모습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재미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는 다른 반응이 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영화 촬영할 때 드라마 ‘봄밤’을 동시에 촬영했었다. 드라마 현장에서 밤을 새고 다음날 아침에 바로 영화 현장으로 와서 담배를 계속 피우는 연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날은 좀 힘들고 어지럽더라.”라며 흡연 장면의 비하인드를 털어 놓기도 했다.

‘시동’의 촬연 현장이 너무 즐거웠다는 정해인은 그 이유로 같이 출연한 배우들을 꼽았다. 학생시절 봤던 영화 ‘파수꾼’ 때문에 박정민의 팬이 되었다는 정해인은 “언젠가 저 배우와 연기할 날이 오지 않을까 했던 꿈이 실현되어서 너무 신기하고 기뻤다.”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같이 출연은 하지만 막상 따로 촬영하는 부분이 많아서 혼자 연기하는 게 아쉽더라”며 아쉬운 점도 이야기 했다. “친구끼리는 말투도 비슷해지고 서로 따라 하지 않나? 박정민과 또래로 출연했는데 너무 편안하고 거리낌없이 해주셔서 저도 모르게 박정민의 말투를 따라 하게 되더라.”라는 말도 덧붙이며 박정민과의 특별했던 케미를 이야기 했다.

또 하나 정해인이 ‘시동’ 현장이 즐거웠던 이유는 마동석 때문이기도 했다. 꿈에 그리던 선배인 마동석과도 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박정민보다도 함께 촬영하는 분량이 너무 적어 아쉬웠다며, 묵묵히 계속 일을 해서 언젠가는 마동석과 많은 장면 같이 촬영할 날이 있지 않겠냐며 다부진 포부를 이야기 하다가도 “극장에서 본 마동석의 연기는 정말 후덜덜하더라”며 감탄을 쉬지 않았다. 촬영 현장에서 마동석과의 만남은 ‘택일’의 상상 속 무인도에서 자장면 먹는 장면이었다고. “마동석의 비주얼은 충격적이었다. 그 동안 보여줬던 이미지와 너무 다르니까 신기하기도 했고, 가발 쓴 모습을 보고 웃어도 되는지,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더라. 잘 어울린다고 먼저 말 하기도 애매해서 말을 아끼고 덤덤한 척 있다가 주변 분들이 웃으시면 눈치껏 따라 웃고 마동석 선배가 먼저 가발을 찰랑거리시며 머릿결 어떠냐고 농담을 던져주셔서 그때서야 마음 편하게 리액션을 할 수 있었다”며 대 선배 앞에서 영화계 뽀시래기 같은 모습을 보였던 때를 이야기 해 웃음을 안겼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지금 30대이지만 열여덟의 고등학생을 연기했던 정해인이다. 그의 10대는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그 질문에 수줍게 웃으며 “얼마 전에 제 졸업 사진이 공개되었는데 빨간 안경을 쓰고 통통했었다. 그 당시 색깔 있는 안경테가 유행이었고, 너도 나도 하던 때라 나도 따라 했다. 지금은 후회되는데 당시에는 뒷머리 기르고 빨간 안경테를 쓰는 게 유행이었다. 그렇게 저는 어중간한 학생이었다. 친구들이 하는 건 다 따라 하고, 노는 것도 공부도 확실하게 하기 보다는 어중간했지만 부모님 말씀만은 잘 들었다.”라고 자신의 10대 시절을 회상했다. 지금 모습을 보면 정말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들이었을 것 같고, 지금도 그러해 보인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유년 시절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았다는 정해인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자꾸 실제 제가 생각나서 과잉감정이 들더라. 그걸 절제하는 게 힘들었다”며 극중 할머니인 고두심과의 연기를 회상했다. “친할머니께서도 치매가 오시고 저를 못 알아 보시던 경험이 있다 보니 영화 속 상황이 너무 와 닿아서 고두심 선생님께서 ‘가지마, 밥먹어’하시는 대사들이 가슴을 후벼 파더라. 짧은 대사지만 그 에너지가 엄청나서 촬영장 전체의 분위기가 숙연해지는 느낌이었다”며 가슴 뭉클해지는 경험을 이야기 했다. 실제 영화에서 정해인과 고두심의 장면은 짧은 대사와 그저 바라보는 눈빛만 보여주는데도 관객들의 마음에 눈물폭격을 쏟아 붓는 뜨거운 무엇이 있었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관객에게 전달된다는 걸 잘 보여준 장면이다.

이번 작품에서 청소년의 치기 어린 모습만 보여준 건 아니다. 생각보다 거칠고 험난한 사회 생활에 겁먹고 감당하기 힘든 양심의 가책을 받는 극한 감정의 표현도 누구보다 섬세하고 인상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꽤 격렬한 액션도 동시에 보여줘야 해서 부담스러웠을 텐데 정해인은 “부상 위험도 있고, 철저한 준비와 약속이 필요했던 장면이어서 같이 촬영하신 배우분들과 스탭들이 많이 고생을 했었다.”라며 함께 촬영한 배우들을 먼저 챙겼다. 그러면서 “외모적인 문제도 있지만 작품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을 생각해 보면 이번 작품이 10대를 연기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너무 절실했고 정말로 잘 해내고 싶었다”라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면서 더더욱 정해인 개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정해인의 반응은 꽤나 솔직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시간이 맞아서였다. 계속 달리기만 하다가 딱 쉴 수 있는 타이밍이었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여행 가는 김에 예능 촬영을 하자고 해서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과 예능 촬영을 같이 하는 건 어렵더라. 예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예능인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라며 예능 초보로 하루 종일 마이크를 차고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게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방송을 통해 부모님이 노출된 것에 대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고, 그래서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했다. 방송 내용을 지금 보면 여행가서 제가 너무 많이 들뜨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평소에는 생각지 못했던 강한 자신감을 가져다 준 것 같다. 10년 후에 ‘조커’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말도 했던데, 지금 연기하는 것도 버거운데 왜 그런 말을 했나 싶다.”라며 귓볼이 붉어지도록 부끄러워했다.

연달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에 출연을 했고, 반듯한 외모 덕에 로맨스 가이로 이미지를 굳혀도 좋을 법 하지만 정해인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기존의 이미지와 대립되는 캐릭터도 망설임 없이 선택을 하고, 초보이지만 과감하게 예능에도 도전을 했다. “연기를 오래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건강도 지켜야 하고 저의 중심을 잡고 나가야 하는데, 그때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잘 보여드리는 게 저의 목표다. 안 해본 것에 대한 호기심이 크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전을 할 것이고, 어떤 제안이건 기회가 온다면 주저하지 않고 할 것이다”라며 연기자로서의 마음가짐을 이야기 했다. 크게 슬퍼하지 않고 너무 좋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정해인의 다짐은 근 2년 사이 인터뷰를 할 때 마다 듣게 되는데, 그 말을 지키려고 굉장히 애쓴다는 게 느껴졌다. 이게 바로 정해인의 초심인 걸까?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먼 훗날 다시 인터뷰를 하더라도 정해인이 똑 같은 다짐을 하며 지내길 바래본다. 한편 영화 ‘시동’은 12월 18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FN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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