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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이영애 "여배우 아닌 40대 배우로서의 나를 찾아가는 중"

기사입력2019-11-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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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나를 찾아줘’라는 스릴러로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이영애를 만났다. 아이를 잃어버린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 엄마 ‘정연’을 맡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실의와 아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 홀로 아들을 찾아 나서는 강인함까지 폭넓은 감정을 연기하며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라는 걸 믿어지지 않게 했던 이영애였다. 우아한 미소와 함께 인터뷰장에 나타난 이영애는 털털하고 덤덤하게 자신과 일상에 대해 이야기 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오랜만의 복귀작이고 내일 개봉이다. 소감이 어떠신가?

A.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긴장의 크기가 커서 그런지 잘 못 느끼고 있다가 개봉이 다가 오니까 서서히 발끝부터 전율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2017년도에 드라마 ‘사임당’을 했었고 나쁘지 않은 시청률로 재미있게 열심히 했었다. 아들이 아주 좋아했던 작품이었다. 일 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은 아닌데 그때는 드라마였고, 이번에는 영화라 또 다른 떨림이 있다.

Q. 틈새같이 전작 홍보도 하시고 아들 이야기도 하신다. 아무래도 엄마가 되고 나서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을 것 같다.
A. 엄마가 되고 나니 감성의 폭이 더 커져서 이 작품이 저에게 크게 와 닿은 것 같다.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도 주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큰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엄마여서 선택하기도 했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연기하는 게 더 힘들어서 주저하기도 했다.

Q.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메시지 때문이었나?
A. 작품이 좋았다. 확 빨려들 것 같은 몰입도가 좋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엔딩도 좋았다. 감독님을 믿었다. 신인이라고 하지만 이야기를 해 보니 내공이 있으신 분이라는 걸 알겠더라. 시나리오를 10년 동안 쓰고 수정하며 오랜 시간 준비하셨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자 자기 입장에서 보면 합리화가 되는 인물들이다. 선과 악으로 구분 지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런 게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 들었다. 그래서 나도 저런 면을 조금은 갖고 있지 않나 돌아보게 만들더라. 나를 돌아 보게 만드는 그런 면이 좋더라.


Q.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를 다루는 내용이었고 이번 작품은 스릴러다.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데 염려되지는 않았나?
A. 장르가 다르고 모성애, 복수극으로 대변될 작품들이 아니라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보시면 다 아실 거라 생각했다. ‘나를 찾아줘’는 사회고발극에 가깝다고 본다. 누구나, 평범한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회에 알리고 싶은 부분이라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원래 초고에서는 영화의 폭력 수위가 더 높았다. 영화가 19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조금 수위가 낮추어졌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이영애의 오랜만의 작품이긴 하지만 출연하신 배우분들이 모두 연기가 대단하셔서 더 좋았었다.

A. 제가 대본을 보고 나서 감독님에게 저 말고 마을 주민들이 주인공 같다고, 한 분 한 분 빠지지않고 잘 하시는 분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정말 다들 잘 해주셨고 열심히 하는 분들이 오셔서 촬영하는 내내 감탄을 하면서 연기 했었다. 작품이 흥행도 하면 좋겠지만 저는 이 작품 자체가 너무 좋았고 과정도 너무 재미있고 보람 있어서 배우로는 후회 없다. 같이 연기하신 배우들도 대단했는데 같이 일한 스탭도 너무 훌륭한 분들이었다. ‘친절한 금자씨’때 빨간 새도우를 해 주셨던 분장 감독님도 함께 했고, 그때 땡땡이 원피스를 만들어 주셨던 의상 감독님, 미술 감독님까지 모두 ‘친절한 금자씨’떄 호흡 맞춰 본 적 있는 분들이다. 너무 바쁘신 분들인데 일부러 시간을 내 주셔서 작품에 함께 해주셨다. 베테랑들의 손 끝에서 펼쳐 지는 한끝의 차이가 영화에서 드러나더라.

Q. 이번 영화에서 거의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생얼로 출연하셨다. 오랜만의 작품이라 예쁘게 보이고 싶었을 것 같은데 아쉽지 않았나?
A. 외모에 대한 고민이 있을 나이이지만 내려놓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외모가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캐릭터로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30대 여배우로서의 역할과 색깔이 있다면 40대에는 여배우가 아닌 배우로서의 역할과 색깔이 있는 것 같다. 저도 이제 여배우가 아닌 배우로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Q. 영화에서 육탄전에 가까운 액션을 선보였다.
A. 재미있었다. 집에 와 보니까 여기 저기 멍들어 있던데 오랜만에 감정의 폭이 큰 변화무쌍한 연기를 하니까 배우로서 재미있었다. 물론 모든 액션을 다 하지는 않고 대역은 있었는데 기본적인 액션은 액션스쿨도 다니면서 대역과 차이 나지 않게 하느라 노력했다.


Q. 영화의 내용이 아이와 관련 된 것이다 보니 촬영하는 내내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다.
A. 아무리 제가 배우라고 해도 현장의 감정들을 무 자르듯이 자를 수는 없더라.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에게 엄마 전화번호 한번 더 외워보라고 하고, 자는 아이 얼굴도 한번 더 보게 되더라.

Q. 촬영하는 동안 아이들 육아는 어떻게 했나?
A. 아빠 찬스를 많이 썼다. 아이들 아빠가 애들 재워주고 놀아주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고 꼭 하고 싶다. 그래야 다음 작품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남편이 많은 도움을 준다. 시나리오도 같이 봐 주고, 영화 관련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영화를 위해 스탭들에게 회식도 해 주고, 선물도 주시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셨다.

Q. 이번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A. 제 뒷모습으로 보여지던 장면이다. 뒷모습은 사람으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뒷 모습이 저런데 앞 모습은 어떨까 상상도 하게 하고. ‘봄날은 간다’를 할 때도 원래는 유지태가 먼저 뒤를 보이고 떠나고 제가 앞모습으로 보이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먼저 떠나겠다고 해서 뒷모습으로 잡혔다. 그때부터인지 뒷모습이 주는 아련함과 깊이감, 여운이 좋더라.

iMBC 연예뉴스 사진

Q. 지금까지 작품들을 보면 드라마에서는 우아하고 조용한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 했고 영화에서는 좀 더 과감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것 같더라. 작품을 선택할 때 매체를 고려해서 하시는 편인가?

A. 뭔가를 의도했던 선택은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볼 때 캐릭터로서 제가 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혹은 시나리오 전체의 흐름, 주제의식, 대본의 탄탄함을 많이 본다. 배우로서 항상 새로운 것,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마름이 있는데 ‘친절한 금자씨’때 스크립터를 하셨던 이경미 감독님의 독립영화 제안이 와서 흔쾌히 했고, 그 작품을 계기로 다른 좋은 작품들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저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 배우 이영애를 찾았고, 결혼 이후 또 다른 감정을 찾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Q. 오랫동안 연기를 안 하다가 다시 시작했을 때 어려움은 없었나?
A. 저의 20~30대를 돌아보면 원 없이 했던 것 같다. 작품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다양한 역할을 열심히 했다. 그때는 제 일에만 집중하고 저밖에 모를 때였는데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언젠가 한동안 일을 못 할 때가 있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게끔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만들자.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나를 위해 연기하고 필모를 쌓자고. 그렇게 열심히 활동을 하고 30대 후반에는 여기서 더 뭘 바라냐, 바라는 건 욕심이다 싶어 가정에 충실했다. 그런데 14년의 공백기 사이에 집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살짝 해 보고 해서 14년이나 지났다는 걸 의식하지 못했다. 세월의 빠름을 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지나왔는데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도 들더라. 옛날에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때 열심히 했던 게 다시 여러 분들이 찾아줄 수 있는 뿌리가 되었나 싶기도 하고, 제 일에 더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하게 된다.

Q. 앞으로 배우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실 건가?
A. 구체적인 건 없지만 지금처럼 오랜 공백을 가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배우로의 목표와 이루고 싶은 꿈은 특별하지 않다. 그저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사회 생활과 가정 생활을 잘 해나가고 싶고,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작품 제안은 많이 들어오고 있나? 본격적으로 활동하신다고 해도 어쩐지 주저하는 제작사들이 많을 것 같다.
A. 과연 이영애가 할까? 은퇴한 거 아냐? 등의 이유로 많이 주저하시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안해 주시면 달라질 수 있다. (웃음) 요즘 40대 여배우에게 작품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폭도 넓히고 장르의 폭도 넓혀서 관객들이 골라 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면 좋겠다.

Q. 요즘 SNS도 하시더라.
A. 재미 삼아 시작했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뭔가 갑자기 하는 게 뜬금없어 보이더라. 한동안은 엄마로서 바빴다가, 이번 작품 홍보를 할 겸 겸사겸사 시작했는데 급하게 하다보니까 한꺼번에 10장씩 올리게 되었다. 초보티를 내면서 배워가며 하고 있다.

Q. 선배 배우로서 어린 후배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
A. 이른 나이에 데뷔해서 혼란스러운 20대와 30대를 보내며 갈피를 못 잡는 후배를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주위에 휩쓸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가 모르는 자리에 와 있게 된다. 중간 중간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는 20대때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생각의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 스스로를 곧추 세우는 게 필요한 것 같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 굳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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