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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터뷰] 손담비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악플 안받아 본 작품은 처음"

기사입력2019-1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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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하반기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동백꽃 필 무렵’이 종영했다. 주인공이었던 공효진과 강하늘은 말 할 것도 없고 주변 인물이었던 ‘동백이 엄마’ ‘필구’ ‘향미’ ‘노규태’ ‘홍자영’ ‘곽덕순’ ‘변 소장’ 등 누구 하나 빼 놓기엔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많은 연기 장인들이 함께 했던 작품이었다. 탄탄한 대본 위에 배우들이 한 치도 허술한 구석 없이 한 땀 한 땀 디테일을 얹어 만들어 낸 ‘동백꽃’은 근래 보기 드물게 모든 출연진이 고른 사랑을 받았다. 그 중에 ‘동백꽃’을 끌고 갔던 큰 테마 중 미스터리 영역 ‘그래서 첫 회에 죽은 사람이 누군거야?’를 담당하며 끝까지 하드캐리 했던 향미의 존재는 보석 같았다. 재방송을 몇 번을 보더라도 향미가 천연덕스럽게 노규태를 협박하고 자신의 처지를 담담하게 읊어대는 모습은 지루하지 않고 사이다처럼, 비수처럼 마음에 콕콕 와 박힌다. 드라마가 종영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데, 이런 아쉬움을 ‘향미’를 열연한 배우 손담비와 함께 나누어 보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끝나지 않고 계속 되길 바랬다. 드라마 종영이 실감나시나? 종영 소감은?

A. 며칠 전 머리카락을 어둡게 염색하면서 향미를 떠나 보낸다는 생각이 들어 울었다. 애착이 너무 큰 캐릭터였고, 팀웍이 너무 좋아서 이런 드림 팀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고 쓸쓸하다. 한편으로는 좋은 작품으로 저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캐릭터에 많이 이입해 주시고 사랑해 주실 거라고 전혀 예상을 못했는데 지금 이런 관심에 얼떨떨하고 감명 깊다고 해야 하나? 마음이 말로 표현하기 어렵게 암튼 그렇다.

Q. 향미의 시작은 어땠나? 손담비의 어떤 모습이 향미와 연결이 된 건가?
A. 감독님이 저에게 향미와 약간 겹치는 게 있다고 하시더라. “나를 보는 것 같은데, 나를 보는 거 같지 않은 것 같다. 나를 보며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그런 너의 모습을 녹이면 향미와 가까워 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그런 포인트로 캐릭터 분석을 했다. 어눌하지는 않은데 말을 느릿하게 하면서 초점이 애매한 눈빛, 많이 꾸미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뿌리 염색도 못하고, 어디서 공짜 매니큐어로 손톱은 칠했는데 관리하지 못해 벗겨지고, 화려해 보이기는 하나 촌스럽게 옷을 입는 식으로 캐릭터를 잡아갔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이걸 하는 게 맞나?하는 고민이 있었다. 꽃뱀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돈을 갈취하는 인물이어서 부정적이지 않을까 했는데 대본을 보니까 갈수록 호감인 캐릭터더라. 서사가 있는 인물이고 후반부로 갈수록 깊어지는 이야기여서 내가 잘만 표현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는 감소될거라 생각했다. 향미 역할의 캐스팅이 엄청 치열했다고 하더라. 많은 배우들이 욕심 냈던 캐릭터였다. 일단 말투가 독특했고, 뇌에서 입까지 바로 가는 스타일이라 사이다 같은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또 사회에서 환영 받지 못하고 사랑을 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소외된 인물이라는 데 연민이 생기고 애정이 느껴졌다.

Q. 향미의 외적인 컨셉이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더 애정이 갔다. 뿌리 염색 안하고 버티는 건 일반인에게도 참 힘든 일인데 어떻게 감당하셨나?
A. 망가질거면 제대로 망가지자는 주의다. 어설프게 하면 대중에게도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을 것 같아서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근데 정말 희한한 게 지금까지 계속 제대로 망가지자는 주의로 캐릭터 설정해서 연기를 했었는데 한번도 안 알아 주시다가 이번에 너무 많이 알아주시더라. 너무 기분 좋고 손톱 디테일이나 뿌리 염색도 알아봐 주셔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Q. 향미의 역할이 꽤 컸다. 까불이에게 죽임을 당한 게 향미 인지, 동백이 인지 정말 궁금했었고 처음에는 동백이가 죽은 게 아니길 바라다가 나중에는 향미도 죽은 게 아니길 바랬다. 둘 다 살아서 예쁘고 행복하게 살길 바랬었다.
A. 이렇게까지 자기 일처럼 좋아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향미가 죽었을 때 ‘내가 미안해’라는 댓글도 많더라. 태어나서 이렇게 악플을 안 받아본 건 처음이다. 이래도 되나 싶고 너무 신기했다.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서 촬영 현장에서 그런 감정을 숨기느라 힘들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내가 제대로 연기를 보여준 적이 없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매번 작품 할 때 마다 똑같이 열심히 했는데 그런 게 쌓여서 포텐이 터진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작품을 해서 제 안에 여러 가지가 쌓여서 향미에게 더 편안해 질 수 있었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어서 대중에게 표출된 것 같다.
주변에서 반응도 많았다. 초반에는 누가 죽은 거냐는 문자가 정말 많았고 나중에는 까불이가 누구냐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 입 꾹 닫고 말해주지 않았는데 반응을 보니까 황당한 설들도 있더라. 까불이 후보에 제가 있었고 트랜스젠더설도 있더라. 그런 반응들을 보며 많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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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도 뭔가 향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느낌이 든다. 실제 손담비와 향미는 어떤 점이 다른가?

A. 눈치가 좀 빠른 것만 실제와 비슷하고, 가끔 초점이 없는 게 조금 비슷한가? 나머지는 거의 다만들어 냈다. 향미를 연기하면서는 말의 템포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 원래 저는 급하게 말하는 스타일인데 향미는 천천히 이야기 한다.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해서 만들어 낸 인물이다.

Q. 감독님이 설명하는 향미는 어떤 캐릭터였나?
A. 감독님은 향미가 키를 가지고 있는 여자라고 하셨다. 중간에 죽게 된다고 미리 말씀도 해주셨는데 저는 안 죽었으면 좋겠더라. 감독님은 향미가 표현하기 제일 어려운 인물이니까 페이스 유지를 잘 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향미의 톤이 뒤죽박죽이면 마지막 서사에서 폭발적으로 터지지 않을 것 같았다. 향미의 캐릭터에 대한 작가님의 애착과 걱정도 대단하셨다. 손담비가 과연 향미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으셨는데 12부 방송이 끝나고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고 작가님이 장문의 카톡을 보내셨다. 감동이었고 그 동안 노력한 게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 참 뿌듯했다.

Q. 극중에서 각별했던 동백이와의 워맨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달라.
A. 개인적으로 친한 선배다. 편한 사이니까 연기도 편했고, 감독님도 동백이랑 할 때 제일 자연스럽다고 하시더라. 공효진은 아이디어나 소스를 많이 주는 스타일이고 조언도 많이 해준다. 이런 건 어때? 이렇게 하는 건 어때?를 많이 이야기 해 준다. 동백이와 마지막 배달을 가기 전 스쿠터에서 했던 장면에는 너무 많이 울어서 가슴이 저릴 정도였다. 왜 동백이는 이런 나까지 보듬어 안는 걸까하는 생각에서 울음이 나기 시작했는데 대사도 안 울 수 없는 대사였고, 꾹꾹 참았던 눈물이 한번에 터져나왔다. 그 장면이 엄청 기억에 많이 남는다.


Q. 보통 연기할 때 배역에서 쉽게 빠져 나오는 편인가? 워낙 인생캐라는 소리를 들었던 작품이라 향미에서 빠져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A. 염색하면서 한차례 떠나 보내긴 했는데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근데 제가 다음주에 화보 촬영을 하러 코펜하겐을 간다. 향미가 못 이룬 꿈을 이루러 가는 것 같아서 그 촬영을 다녀오면 좀 떠나 보내는 게 쉬워지지 않을까 싶다.

Q. 배우 손담비의 프로필을 거슬러 가 보면 가수 활동을 하던 때와 완전 다른 인물 같다. 오히려 망가지는 연기를 더 선호하는 배우 같다.
A. 배우를 하면서 섹시한 건 안하고 싶었다. 섹시 가수 이미지를 이어 간다고 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고, 그래서 과감히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수와 배우를 모두 잘 하는 사람, 둘 다를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꿈이다. 엄정화 선배를 보면 가수일 때와 배우일 때가 확실히 분리가 되는데 저는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지금은 과감히 가수를 버리고 연기자만 하고 있다. 연기를 하는 동안 섹시 가수의 이미지와 비슷한 부잣집 딸 역할이나 섹시한 캐릭터들은 피해왔었고, 가수로의 이미지가 두드러지지 않기를 바래왔었다. 그런데도 가수였다는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니고 심지어 올해 ‘미쳤어’ 음원이 역주행까지 되었다. 저에 대한 관심이고 음악이 갖고 있는 대단한 힘이라고 생각된다. 의도치 않은 이런 일 까지 피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가수였을 때의 이미지와는 다른 다양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캐릭터로만 다양화를 추구하는 건 아니고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연기를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 ‘동백꽃’은 다시 한번 배우로서 다음 작품을 할 수 있겠다는 힘을 주는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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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기 활동을 시작한지 10년째다. 10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A. 치열하게 달려왔다. 가수를 할 때도 이렇게 치열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힘든 게 많았는데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더라. 목표를 위해 달려가지만 그 과정에 많은 장애가 있었다. 캐릭터에 대한 굶주림으로 배고파 하며 10년을 보냈다. 앞으로 또 10년동안 연기를 해도 향미 같은 인생 캐릭터가 나올 수 있을까 싶지만 또 다른 수식어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Q. ‘동백꽃’에서 너무 불살라서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A. 전혀! 물들어올 때 노 젓고 싶다. 꾸준히 작품을 할 생각이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쉬엄쉬엄 할 시간이 없다. 지금까지 캔디 역할도 해 보고, 형사, 가수, 철부지 딸 역할도 해봤는데 그 중에서 사랑이 있는 역할은 없었다. 동백-용식이가 너무 부럽고 직진남에 대한 환상도 생겼는데 로코가 너무 해보고 싶다. 돌아 보면 가수를 할 때도 처음부터 잘 되지 않았다. 이제 그만 해야 하나 하는 시점에서 ‘미쳤어’를 만났다. 꿈을 쫓아 가다 보면 한번씩은 기회가 오는 것 같다. 그걸 잡느냐 못 잡느냐의 차이인데, 잡으면 큰 시너지가 오는 것 같다. 이번에도 꾸준히 연기를 하다가 동백이를 잡았으니 이런 날이 온 것 아닌가? 가수로도 큰 사랑을 받아 보고 연기자로도 이렇게 사랑을 받아 보는 게 흔치 않은 기회인데 좋은 연기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향미 이후에 제안 들어오는 캐릭터에 변화가 많이 생겼나?
A. 그런 것 같아. 이런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려서 인지 들어 오는 대본의 다양성이 넓어지고 캐릭터 색깔이 많이 바뀌었다.

Q. ‘동백꽃 필 무렵’은 손담비에게 어떤 작품인가? 향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자면?
A. 제 인생의 2막을 열어준 작품 같다. 연기자로 전향하고 ‘동백꽃’을 만나기 까지 10년 동안 1막을 계속 했다면 이제는 좀 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장이 펼쳐진 것 같다. 이제는 그걸 만끽하고 노력해서 더 좋은 작품으로 인사 드리려 한다. 향미에게는 “너무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우려와 걱정이 많았지만 그걸 잘 이겨내 줘서 고맙고, 고생했다고 하고 싶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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