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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박용우 “감독과의 첫인상은 ‘벽’이었지만 결론은 ‘감동’이었다”

기사입력2019-11-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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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의 컴백이었다. 스크린은 3년 만이었고 올해 초 방영했던 드라마 ‘프리스트’도 4년만의 작품이었다.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연기하는 모습이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눈빛 하나, 몸짓 하나 흘려 버리지 않고 눈여겨 보게 되는 작품 ‘카센타’에서의 박용우는 인상적이었다. 파리만 날리는 국도변의 카센터에서 생계를 위해 일부러 차 바퀴에 펑크를 내는 ‘재구’로 분해 의지와 상관없이 굴러가는 인생의 굴레를 멈출 것인지, 인간임을 포기하고 따라 갈 것인지 고민하는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던 박용우는 마치 올해 영화계에 나타난 신예인양, 지금껏 어떻게 이런 배우가 있었다는 걸 잊고 살았는지를 놀라게 만든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간만에 본 괜찮은 영화였다. 스토리도 인상적이고 배우들의 연기, 편집까지 모든 게 참 조밀하게 잘 끼워 맞춰진 영화더라. 배우 입장에서는 어떤 영화였나?

A. 마음이 움직이는 영화였다. 며칠 전 기술 시사때 한번 보고 언론 시사때 두번째로 봤는데, 처음보다는 이성적으로 보이고 관객의 반응도 보이고, 영화의 상징적인 소품과 감독님이 보여주려고 했던 드라마도 보이더라. 처음 봤을 때는 ‘참 찌질하게 산다, 비루하다. 쯔쯔’ 이러면서 보게 되었는데 두 번째 볼 때는 가슴을 쥐어 짜는 것 같은 슬픈 느낌이 오더라. 오랜만에 제 작품을 보면서 울었다. 인물들이 너무 안됐고, 치부가 들킨 것 같아 소름도 끼쳤고, 많이 슬프더라. 제가 출연했지만 저를 잊어 버리고 보게 만드는 영화더라.

Q. 감독님은 박용우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셨다고 하시더라. 어떻게 감독님의 워너비가 되신 건가?
A. 그 과정도 참 감동인 게, 감독님과의 첫 만남이 썩 좋지는 않았다. 영화를 할지 말지 결정을 못한 상태에서 궁금한 게 많아서 감독님과 첫 만남에서 이것 저것 이야기를 했었는데 ‘많이 들으시는 분이 아니구나. 자기 고집을 이야기 하는 분이구나. 벽 보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렇게 각자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이후에 제가 여행을 떠났는데 10일 후에 감독님이 메일로 수정된 시나리오를 보내셨더라. 제가 이야기 했던 내용들이 90% 이상 반영되어 있는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너무 놀랬다. 전혀 내 이야기를 안 듣고 있는 줄 알았는데 디테일한 것까지 반영을 해준 모습에 내가 오해했다 싶어서 여행에서 돌아오자 마자 감독님을 만났다. 배우와 만났을 때 설레였던 표현을 그렇게 하시는 분이시더라. 촬영 들어가기 전 정말 좋은 설전을 했고, 그랬기에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특별히 감독님과 새롭게 상의할 일이 없었다. 너무 전적으로 나를 믿어줬고 그래서 오히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최대한 자유롭게 연기하되 최대한 절제하자는 생각을 하며 현장에 임했다. 이 영화는 감독님에 대한 감동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또 감동했고, 그래서 이 영화는 내게 감동으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난 영화다.

Q. 영화의 엔딩도 정말 인상적이더라. 뭔가 벌어질 듯, 그저 환상인 듯 관객의 상상에 맡겨버린 결말이었다.
A. 뭔가 한마디로 결말을 규정짓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영화의 결말에 대해 촬영할 때는 다른 버전이 있었는데 완성된 영화에는 다르게 표현되었다. 이런 열린 결말이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제 나름의 결론을 내자면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자 하는 사람들의 웃픈 이야기라 하고 싶다. 이렇게만 살면 행복할 것 같고, 이렇게만 하면 세상사가 다 잘 풀릴 것 같다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답을 갖고 있다. 관객분들도 영화를 보고 나서 자기만의 결론을 내리실 것 같다. 감독님이 훌륭하신게 정말 편집에 편집을 거듭하면서 고민하고 줄타기를 잘 했다는 게 보이더라. 편집을 하면 할수록 점점 나빠지는 영화도 있는데 이 영화는 하면 할수록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줄타기가 되어서 영화적인 완성도를 이뤄낸 것 같다.


Q. 조은지 배우와의 호흡도 좋더라. 연기하면서 어땠나?
A. 조은지는 같이 일을 해보니 ‘역시나!’라는 생각이 드는 배우더라. 정말 연기도 잘 하는데 깊이가 있는 친구다. 매 장면마다 같이 상의해서 연기 했고, 온전히 배우의 힘으로 완성된 장면들이 몇 있어서 기억에 남기도 하고 배우로서의 보람도 느꼈다. 대본에 자세한 대사가 없이 상황만 주어졌던 장면들이 있는데 그런 상황을 조은지와 함께 채워갔다. 특히 영화 막판에 ‘재구’와 ‘순영’의 개싸움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감독님께 꼭 했으면 좋겠는 것만 이야기 해 달라고 하고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겨 달라고 하고 찍었던 장면인데 지정된 한마디씩의 대사 말고는 다 애드립으로 한 거라 만족도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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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랫동안 연기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뭔가 연기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었나?

A.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모니터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모니터를 보는 게 소용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연결을 맞추기 위해 모니터를 볼 필요가 있을 때도 있지만 그 외에는 모니터를 안 본다. 연기하는 순간의 쓴맛이건 단맛이건 그대로 느끼면서 하면 나머지 부분은 감독님이나 전문가들이 알아서 해 주실거라 믿고 맡기게 되더라. 연기에 대한 강박은 더 심해졌다. 오랫동안 연기를 쉬면서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했는데, 내가 정말 연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예전에는 단순히 강박이었던 연기가 조금은 조금 더 즐겁게 즐기는 순간으로 변하기도 했다.

Q. 작품 활동을 띄엄 띄엄 하시기도 했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
A.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 동안 활동을 안 하면서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 그걸 실천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 동안 연극도 했었는데, 연극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일이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면 됐어’라는 생각을 가장 조심하고 경계하려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저는 완전히 무너진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작업, 어떤 역할이건 최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일을 하려 한다. 운 좋게도 저희 회사 대표님 이하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견에 대한 싸움을 하는 분들이고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어서 제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Q.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많이 떨리시나?
A. 정말 순수하게 떨린다는 건 연극할 때 느껴봤고 그 외에는 떨어 본 적은 없다. 지금은 설렘이있다. 어제도 잠 한숨 못 자고 나왔다.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고 너무 관객들과의 만남이 목말라서 뭐라도 먹으면 너무 맛있는 상황이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앞으로 개봉할 영화도 있고 이야기 중인 작품도 있어서 관객을 만나는 건 때가 되면 하겠지만 영화가 너무 좋다보니까 이 영화로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더라. 팔불출 같겠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난 게 정말 흔하지 않고, 그래서 더 자랑을 하고 싶다.


Q.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의 박용우는 정말 레전드였다. 이번 작품은 블랙코미디였지만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었다.
A. 사람은 어떤 사람이건 태생적으로 찌질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걸 표현하기에 가장 유리한 장르가 코미디 같다. 숨기고 싶은 인간의 내면 깊은 것까지 끄집어 낼 수 있는 코미디를 그래서 좋아하는데 앞으로도 코미디 연기는 계속 하고 싶다.

Q. 이번 영화의 역할에 너무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좋은 연기를 보고 나니 앞으로의 박용우의 작품과 연기도 참 기대가 된다.
A. 항상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배우에게 최고의 찬사가 바로 역할에 잘 어울린다는 말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신선한 스토리, 높은 완성도, 재미까지 갖췄다고 관객의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자 박용우, 조은지의 열연으로 더욱 볼만한 영화 '카센타'는 27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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