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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이하늬 "영화가 담은 큰 메시지, 저를 통해 흘러나간다면 큰 영광"

기사입력2019-11-0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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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다큐멘터리, 영화에 이어 유튜브까지 안 하는 게 없다. 이렇게 바쁜 배우가 있을 수 있을까? 올해 들어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과 만났고 ‘열혈사제’는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미스코리아 출신, 가야금 하는 예쁜 연예인이라는 이미지는 싹 갈아치운 여배우 이하늬를 만났다.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조 7천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이자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스캔들인 론스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블랙머니'에서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를 연기하며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 그녀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의미 있는 영화인데도 굉장히 오락적으로도 재미있더라.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A. 주제가 실화이고 무거운 이야기여서 걱정되었는데 영화적인 재미도 있었고 ‘우리 영화 재밌네?’ 이러면서 봤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부터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서 자칫하면 다큐처럼 보여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배우들의 생명력과 호흡, 감독님의 연출력으로 생기가 불어 넣어진 것 같다.

Q. 이 영화에 참여해야겠다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A. 영화가 갖고 있는 메시지가 컸다. 조진웅 선배, 정지영 감독과 같이 작업 하는 것도 너무 큰 매력이었고,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고 이런 큰 메시지가 나를 통해 흘러 나갈 수 있다면 배우로 영광스러운 기회라 생각했다. .

Q. 언론시사 때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지적인 이미지인데 ‘과연 이하늬에게 지성적인 분위기가 있나 궁금했다’라는 말씀을 하시다니.
A. 처음에 감독님과 만났을 때 면접 보는 것 같이 뚫어져라 보시더라. 캐스팅 때문인지를 몰랐는데 참 유심히 보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만난 이후 저의 최근작을 보셨다는데 하필이면 ‘극한 직업’이나‘열혈사제’를 보셨더라. 제가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에 가장 자신을 내려 놓고 했던 작품이었는데 그런 연기톤을 보니까 ‘이 작품과 맞을까?’하는 우려와 걱정이 있으셨던 것 같다. 저도 그날 처음 들은 이야기인데 그런 돌직구를 하시는 감독님이 너무 좋다. 악의 없이 순수한 분이시고 재미있으시고 편안하게 대해 주시고 지혜 있는 좋은 분이다.


Q. 정지영 감독님과 현장에서는 어땠나?
A. 항상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디렉션을 주실 때 뛰어 오신다. 다른 감독님들은 무전을 쓰거나 저희가 모니터로 가서 디렉션을 받는데 정지영 감독은 매번 테이크마다 뛰어 오시는데 이런 감독님은 처음 봤다. ‘연기 똑바로 해’라는 말보다 더 정신차리게 하고 존경스럽게 하는 모습이셔서 현장에서 겸허해지더라. 하지만 현장에서 감독님은 친구같은 분이셨다.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이끌어 가시고 누구건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 없이 할 수 있게 현장 분위기를 만드셨다. 그리고 디렉션도 간당명료하고 알아듣기 쉽게 “김나리는 당당한 여자라구!” 이런 식으로 해 주시더라.

iMBC 연예뉴스 사진

Q. 영화를 보면서 국민으로서 미처 몰랐던,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흘렸던 역사가 이렇게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랬다. 반성도 많이 했고 그러면서 화도 나더라. 인물들의 행동이 일부분 이해되기는 했지만 용서하기는 힘들었다. 대본을 보면서 배우로서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A. 저도 부끄럽지만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 당시의 사건에 대해 그저 큰 은행의 이름이 바뀌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렇게 현재 우리의 삶과 이어져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못했다. 무관심의 병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큰 병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와서 누가 잘못했는지, 이게 선인지 악인지를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엔딩에 나오는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은 사건’이라는 자막에도 상당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되어도 고발 해야 한다고 영화가 이야기 하는 것 같았고, 2011년에 벌어진 일이지만 내년에 다시 재판이 열리고 국가가 패소할 확률이 99%가 넘어 5조원을 물어줘야 한다면 과연 누구 돈으로 5조원을 물어줄 것이냐에 대한 묵직하면서도 울분 가득한 메시지가 있었다.
요즘은 선 같기도 하고 악 같기도 한 일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선이었던 게 지금은 악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일은 선이냐 악이냐로 구분이 안 되기도 하다. 요즘같이 가치가 모호해 지는 때 ‘김나리’라는 인물은 현실에 부합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나리’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관객이 이해하는 것 같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관객들이 판단할 것 같다. ‘김나리’는 불법을 용납 못하는 여자로 그려지고 스스로도 여러 번 도덕적 기준에 대해 강조하는 데 그래도 결국 불법을 행하게 되더라. 선진국이 되기 위해 애쓰며 살아 가고 있는데, 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개인도 선진개인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스스로에게 선진 개인인가? 물어보고 싶었다. 이제는 그런 때가 온 것 같다. 누군가를 탓하거나 타인에게만 잣대를 가져다 대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자신을 검열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관객들도 저희 영화를보고 많은 질문을 하시길 바란다.

Q. ‘김나리’는 월드클래스 레벨의 전문가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품격이 느껴졌고, 영어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했던 전문직 역할들과는 캐릭터 준비에서 어떤 점이 달랐나?
A. 일단은 경제 전문가였다. 어려운 영제 용어가 일상 용어인 사람이어서 공부도 많이 했다. 현장에 시나리오 작가가 매번 와주셨는데 경제용어나 경제적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여쭤보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사하는 톤을 연구했다. ‘김나리’가 말 하는 한 마디만 들어도 그녀의 지적 수준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지만 먼저 나서서 지적인 과시를 하지않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냉정하고 차가운 내면을 갖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인상을 쓰지 않는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직을 하는 게 너무 작은 일이라 생각할 정도로 여유가 있고 당당함이 우주를 뚫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여유 있는 사람이라면 호흡법부터 달랐을 거라 생각해서 ‘극한직업’에서의 bpm(Beats Per Minute)이150 정도였다면 ‘블랙머니’에서는 bpm 80정도로 조절하며 계속 감정을 아래로 끌어 내렸다. 따로 롤 모델을 두지 않고 시나리오에 충실하려 했다. 스타일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잘 차려 입었지만 옷으로 멋 내려고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려고 신경을 썼다. 영어 대사는 몇 안 됐지만 엄청 신경이 쓰였다. 한국에서 자랐지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국의 엘리트 사이에서 일하고 있고 그녀의 현재 포지션이 드러날 수 있을 정도의 뉘앙스도 내포하는 발성이어야 했다. 대사량은 작았지만 연습은 굉장히 많이 했다.

Q. 올 한해 열심히 활약을 하셨고 작품들이 고루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이하늬의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당연한 것 같다.
A. 좋은 이야기의 작품, 좋은 캐릭터의 작품이 모두 많이 들어오는 좋은 해였다. 한 해 동안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내가 잘 할수 있는 작품들을 앞으로도 많이 하고 싶다. 최근 들어 배우를 직업으로 그냥 받아들이면서 작품을 보는기준도 많이 달라졌다. 배우를 해서 뭘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배우로서 하루하루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 뛰고 감사한 일이라는 걸 깨닫고 그렇게 살기로 노력하면서 정말 연기가 재미있고 열심히 하고 싶어지더라. 신기하게도 제가 연기를 즐겁게 하는 걸 대중들도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 비해 더 많은 분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이하늬 뿐 아니라 조진웅, 이경영, 강신일, 최덕문, 조한철, 허성태 등이 열연하며 실제 있었던 큰 사건이지만 의외로 많은 국민들이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금융스캔들을 다룬 영화 '블랙머니'는 11월 13일에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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