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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진짜 지옥인가?" 묻고 싶었다는 이창희 감독, 정이도 작가 직격 인터뷰

기사입력2019-10-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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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 연출 이창희, 제작 영화사 우상, 공동제작 스튜디오N)가 뜨거운 화제 속에서 종영했다.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반전 스토리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 가득한 연출, 최고의 열연을 보여준 배우들의 명품 연기력 등 종영 후에도 숱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것. ‘타인은 지옥이다’ 종영을 맞아 이창희 감독과 정이도 작가가 직접 작품에 관한 궁금증에 답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눈길을 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타인은 지옥이다’ 가 종영되었다. 소감이 어떠신가?

이창희 감독. 더위를 유독 많이 타는 체질이라 쉽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더위를 못 느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었다. 벌써 종영이니 실감 나지 않는다. 두터운 마니아층이 생긴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하다.
정이도 작가.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면서 ‘타인은 지옥이다’를 응원 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모든 시청자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Q. 감독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아쉬움이 남았던 장면을 꼽는다면
이창희 감독. 10부 모두 기억에 남지만 대부분 공을 들이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최종회인 10부에 모여 있다. 좁은 방에서 크로마키 촬영을 한 액션씬이나 복도에서 롱테이크로 찍은 액션들이 고시원이라는 공간에서 주제에 밀접해 있기 때문이다. 종우의 감정이 폭발할 때 초고속 촬영을 했던 시퀀스 역시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카메라만 바꾸는 게 아니라 조명까지 다시 세팅해야 했기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데 찰나에 포착된 종우의 감정이 잘 드러난 것 같다. 마지막 엔딩의 과거 플래시백 장면 역시 수십 번 고민하고 편집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기에 잊지 못할 작업이었던 것 같다.
반면, 항상 느끼지만 촬영을 끝내고 편집실에 가면 모든 것이 아쉽다. 아무래도 시간과의 전쟁이다 보니 현실적인 부분에서 타협점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연출적인 디테일들을 놓치게 되는 부분도 생기고, 세트를 다 부숴가면서 더 많은 앵글과 무빙들을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긴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은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평생 따라다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만 볼 수 있었던 새로운 설정들의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또한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을 드라마로 집필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정이도 작가. 모두 좋은 원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좋은 원작은 다른 창작자에게도 시너지를 불러 일으켜준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하자면, 진짜 서문조와 가짜 서문조(유기혁)로 나누는 설정은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다. 감독님의 아이디어 덕분에 이현욱(유기혁)이란 좋은 배우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함께 작품을 기획한 피디님들과 보조 작가의 아이디어가 도움이 되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집필 할 땐 원작에 대한 존중을 가장 중점에 둔다. ‘어떤 문제가 있는데 내가 이렇게 고치면 더 좋아질 거야’ 라는 접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원작의 매력과 장점을 드라마 안에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Q. 배우들의 열연이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배우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이창희 감독. 따지고 보면 원작 캐릭터들과 배우들이 그리 닮지 않았는데, 연기력으로 그만큼 소화를 잘 한 것 같다. 극의 내용과 달리 현장 분위기와 배우분들과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만큼 소통을 많이 하고 자주 어울렸다. 그것은 곧 연기의 합과 연결되었다.
임시완 배우는 현장에 놀러 오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지만 막상 슛이 들어갈 때는 완전히 종우에 빙의돼 놀라운 몰입력을 보여줬다. 이동욱 배우는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 이 역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계셨던 것 같다. 체중을 감량하고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며 접근하셨던 것 같은데 스스로 답을 찾아오신 것 같다. 어느 순간 현장에 있을 때 서문조 그 자체가 되어있어서 나조차도 조금 무서웠다. 이정은 배우는 어떤 가짜도 진짜로 만드는 마법사다. 이상한 디렉션(?)을 드려도 찰떡같이 소화하신다. 엄복순이라는 괴이한 캐릭터 역시 본인 것으로 만들고 즐기시는 모습에 감탄했다.

정이도 작가. 좋은 배우들 덕분에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요구하는 장면들을 맘껏 쓸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내면 깊이 불안과 폭력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 윤종우라는 복잡한 심리를 잘 표현해준 임시완씨도,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악을 타인에게도 전이 시키려고 하는 서문조라는 악마를 섬뜩하게 보여준 이동욱씨도,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둘러싼 각각의 인물들을 통해 타인이 정말 지옥처럼 느낄 수 있게 연기를 해준 모든 배우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을 전하고 싶다.

Q.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타인은 지옥이다’만의 강렬한 연출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이창희 감독. ‘타인의 지옥이다’ 는 OCN이 아니라면 도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구성에 영화적인 연출을 입히는 작업이었다. 드라마의 빠른 속도감에서 오는 즉흥적인 표현과 감정들의 표출이 영화와 다른 매력이 있었다. 창작작업 속에서 표현과 선택에 있어서 영화보다 자유로웠다. 콘텐츠는 다양해져야 한다 생각한다. 선택은 시청자의 몫이지만 생산자들은 더 많은 장르와 표현의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OCN의 새로운 도전에 연출자로서 감사한 마음이다.
개인적으로 연출자는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합법적인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연기와 연출은 리얼리티에서 시작되고 파생되며, 시청자들의 몰입과 연결된다 생각한다. 폭발하는 종우의 감정에 동참하기 위해서 보다 강렬한 연출이 더해졌다. 모두가 8점을 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에겐 10점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고 마니아분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내주신 점에 감사한 마음이다.

Q. 10개의 부제 앞 글자를 따면 “타인은 정말로 지옥인가”라는 문장임이 밝혀져 화제였다.
정이도 작가. DN드라마만의 특별한 부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보조 작가와 기획 피디가 이스터 에그(Easter Egg) 아이디어를 말해줬다. 설사 시청자분들이 모른 채 드라마가 끝난다 하더라도 부제 안에 작품의 의미를 담아 보고자 기획하게 되었다.


Q. ‘타인은 지옥이다’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이창희 감독. 타인은 지옥이다’는 광기와 증오에 미쳐가는 종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지옥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 시청자들이 극 중 종우에게 이입해 이 지옥의 과정을 간접적으로 동참하길 원했다. 타인과 환경이 만들어낸 지옥도에서 광기와 분노는 어디에서 오는지 묻고 싶었다. ‘우리는 과연 거기서 멀리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인에게 지옥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도를 전하고 싶었다.

정이도 작가. '인은 정말로 지옥인가’라는 부제 속 이스터 에그처럼, 짙은 어둠이 오히려 촛불의 작은 밝음까지 더 잘 보여주듯 드라마에서 구현된 지옥 같은 타인의 현실을 통해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켜야 할 가치들, 무엇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고, 세상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iMBC 김재연 | 사진제공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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