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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순수한 영혼의 결정체, 엄태구

기사입력2019-10-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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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들어보는 세계최초 유일무이 ‘판소리 복서’로 엄태구가 돌아왔다. ‘차이나 타운’ ‘밀정’ ‘택시운전사’ ‘어른도감’ ‘안시성’등에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도대체 저 남자 뭘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 배우 엄태구는 허스키하고 거친 목소리, 매서운 인상에 반해 수줍음 많은 성격으로 영화 팬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이번 영화 ‘판소리 복서’에서는 이혜리와 함께 관객들에게 생경한 판소리 복싱과 더불어 웃기면서도 짠하기도 한 희한한 감정을 선사하며 배우 엄태구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는데 과연 이 미묘한 매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자.

iMBC 연예뉴스 사진

Q. 영화 너무 재미있게 봤다. 배우의 입장에서는 영화가 어땠나?

A. 저도 재미있으면서 웃기고 짠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슬프기도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들게 하는 것 같더라. 저와 혜리씨도 그렇고 판소리와 복싱이라는 조합 자체도 이상하고 뭔가 재미있는데 슬픈 거 같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이 다 느껴지는 영화였다. 촬영하면서는 복싱 때문에 힘들었는데 고생한 보람이 느껴지는 완성 본이었다.

Q. 맞다. 되게 묘한 영화였다. 많이 웃기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많이 슬프기도 하고 뭐라고 정의하기 애매한데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영화였다. 어떻게 하셨길래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시는 건가?
A. 제가 뭘 했다기 보다 감독님이 재미있는 요소를 잘 놓아 주신것 같다. 저는 한번도 웃기려고 하지 않고 최대한 진지하게 연기했다. 제가 제 본분을 잘 해내면 이 모습이 되게 웃기게 보이고 슬프게도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래서 진지하게 임했다.

Q. 극의 대부분을 이끌어 가는 역할이었다.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A.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건 다 부담이 크다. ‘어른도감’도 그랬고 ‘밀정’ 이나 ‘택시 운전사’도 그렇고 모든 게 부담 그 자체였다. 하지만 제 직업이 연기니까 매 작품마다 도전을 하는 거다. 떨리고 기대되면서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걱정한 건 딱 하나, 진짜 선수가 봤을 때도 선수 같은 복싱 자세가 나오길 바랬다. 그래서 복싱 연습을 계속 했고 또 판소리 복싱이라는 게 말도 안 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동작으로도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획기적인 동작이 나오길 바랬다. 복싱이 정말 대단한 운동이더라. 한순간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이 계속 주먹이 나가거나 발이 움직이거나 하더라. 한 테이크만 가도 거의 실신할것 같았다. 체력소모가 엄청나서 영화 촬영 막바지에는 거의 뼈밖에 없는 상태가 저절로 되었다. 진짜 선수들 몸처럼 되길 바랬는데 영화 촬영 전부터 계속 운동을 해 오고, 시합장면이 중, 후반부에 있다 보니 저절로 선수 같이 잔 근육만 남은 마른 모습이 되었다. 운동 선수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Q. 이 영화가 감독의 단편영화 ‘뎀프시롤: 참회록’의 확장 판이라고 했다. 이 영화는 보셨나?
A. 저는 그 단편영화의 팬이었다. 이상한데? 쟤네 뭐 하는 거지? 웃기면서 슬프네? 저 사람 천재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랬던 영화였는데 대본이 저한테 와서 너무 흥분되고 좋았다. 한편으로는 너무 좋아서 이걸 내가 해도 되나 싶어 주저하기도 했는데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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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속 ‘병구’는 펀치드렁크라는 병을 갖고 있다. 복싱 선수로서 치명적인 약점인데 배우 엄태구에게는 ‘병구’ 같은 치명적인 약점이 어떤 것인가? ‘병구’는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간절하게 복싱을 다시 하고 싶어하는데 엄태구에게도 그런 게 있는지?

A. 제가 워낙 말주변도 없고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현장에서 사람들과 쉽고 편하게 어울리지를 못했다. 그래서 이런 성격이 직업적으로 안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게 저에게 어쩌면 펀치드렁크 같은 거 일수있고, 연기를 하고 싶은데 일이 없을 때 병구 같은 간절함이 있었던 거 같다.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과 두려움도 있었고 적성에 안 맞나 하는 의문도 들었고, 지금도 그런 두려움과 걱정은 여전하지만 연기가 직업이니까 매 작품마다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저도 ‘병구’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중이다.
현장에서 적응 못해서 얼어 있는 저를 처음으로 풀어준 분이 송강호 선배님이다. 술도 못 마시는 데다가 말주변이 없어서 한마디 못하고 앉아 있는데 송강호 선배는 계속 불러주시고 옆에 앉혀주시고 이야기도 해 주셔서 적응할 수 있게 해 주셨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표현을 선배님께서는 싫어하실 텐데 저에게 영화 쪽의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처음으로 계속 편하게 있을수 있게 해 주시고 연기할 때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다 받아주시다니 너무 신기하면서 감사한 일이었다. 나같은 사람도 계속 연기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장 크게 얻었던 게 선배님 덕분이라 항상 선배님을 생각하면 감사하다.

Q. 이야기를 들을수록 더 궁금해진다. 평소에는 숫기가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작품에서의 모습은 그렇게 펄펄 뛰는 건지.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
A.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했다. 어렸을 때 교회에서 수련회를 하면 촌극을 시키는데 그것 때문에 너무 가기 싫었던 게 생각난다. 그랬는데 고3때 교회에서 연극을 하게 되었는데 같이 연습했던 친구가 제대로 연기를 해 보자며 연기학원에 가자고 하더라. 그때부터였다. 멋도 모르고 겉멋 들어서 시작하게 된 연기였다.

Q. 시작은 특이했는데 어쨌거나 지금은 그런 시작이 무색하게 너무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연기자로서 엄태구의 목표는 무엇인가?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가?
A.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진실되게 하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 제가 진짜로 눈물이 나면 보시는 분들도 쉽게 공감이 될 것 같은데 제가 가짜로 눈물을 흘리면 공감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 목표로 항상 임하려고 하는데 항상 녹록하지 않다. 잘 안 되는 날은 너무너무 힘들다. 할 줄 아는 게 연기 밖에 없는데그마저도 잘 안되면, 그럴 때는 그냥 힘들어 하거나 도와 달라고 기도를 한다. 제가 갖고 있는 이상으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연기가잘 될 때는 보물을 얻은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보물을 얻었을 때의 기쁜 감정들로 한 작품을 다 채우고 싶다. 연기를 할 때는 부담감과 압박감 두려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재미도 있다. 내가 계획하지 않은 어떤 순간을 작품을 통해 마주하게 되고, 그순간과 가장 비슷한 저를 찾아 내서 상상하고 결합돼서 어떤 캐릭터가 튀어나오는 걸 느끼는 건 행복한 순간이다.


Q. 기도 이야기를 하셔서 그런데 아직도 새벽기도나 철야예배를 가신다고 들었다. 독실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참 바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고, 그런 마음 가짐이 지금도 느껴진다.
A. 바르게 살고 싶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 정말 많은 생각과 여러 가지 상황이 닥치는데 교회를 다니다 보니 영향을 더 받는 것도 있다. 바르게 사는 게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반성하고 기도하면서 바르게 살려고 노력은 한다. 배우는 제 직업이고, 연기가 저의 전부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큰의미로 저의 전부는 신앙이다. 배우가 되고 사람들이 조금 알아 본다고 해서 제가 바뀌는 건 아닌 것같다. 일이 없는 평소에는 늘 아침에 큐티를 하고, 집에서 청소를 하고 금요일에는 철야예배를 간다. 저의 본질이 바뀌는걸 조심하려고 늘 신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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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영화에서도 보석 같은 장면이 있었을 텐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좋았던 대사는 어떤 것인가?

A. 이번 영화에서는 첫 교회씬이 너무 좋았다. 김희원 선배와 대화하는 것도 영광이고 배우 둘이서 말로만 롱테이크를 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 장면을 찍을 때의 순간이 너무 좋아서 그 장면은 보석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어차피 우리 모두는 사라지잖아요. 저도 곧 잊혀지겠죠.”다. 짠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더라. 언젠가 다 이별하고 모든 존재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게 되는 운명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나는 참 보잘것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Q. 배우 엄태구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
A. 매력을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러운데... 저는 어떤 직업을 가지신 분이 그 일을 되게 잘 해내면 멋있어 보이더라. 그분에게 뭐든 배우고 싶고 이야기나누고 싶고 그렇더라. 저의 직업이 연기자니까 저의 연기 중에서 진짜 같은 순간을 보셔서 제게 매력을 느끼시게 아닌가 싶다.

Q. 류승완-류승범 형제처럼 엄태화-엄태구 형제가 한국 영화계에서 크게 이름을 알릴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A. 저희에게 롤모델 같은 형제가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영광이다. 류승범 선배처럼 저도 잘 하고 싶다. 요즘은 부모님께서 저를 조금 뿌듯해 하셨는데 한동안은 미안하기도 했다. 걱정이 많이 되실 텐데 걱정 안 한다고 말씀하시고, 저희가 최고인 양 말씀하시며 계속 응원해 주시는 모습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했다. 요즘 시사회에 부모님을 초대할 때 마다 기분이 좋고 저희를 자랑스러워 하시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더라.

Q. 차기작이 궁금하다.
A. 지금 ‘낙원의 밤’을 촬영중인 데 이 촬영이 끝나면 올해도 끝날 것 같다. 지금은 ‘낙원의 밤’을 무사히 끝내는 게 가장 큰 목표다.

Q. 영화를 기다리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A.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한 작품이다. 극장에오셔서 2시간 동안 많이 느끼고 가시면 좋겠고 여러 스태프가 함께 고생하며 만든 작품인데 이왕이면 많은 분이 봐주시면 좋겠다.


과거의 실수로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엄태구 분)가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지원군 '민지'(혜리)를 만나 잊고 있었던 미완의 꿈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 위해 생애 가장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휴먼 드라마 '판소리 복서'는 10월 9일 개봉 예정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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