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할 때 마다, 특히 드라마를 할 때 마다 찰떡 같은 캐릭터를 선보이며 같이 연기하는 남자 주인공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로 만들어 주는 케미의 여왕 공효진이다. 아주 오래전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부터 ‘주군의 태양’에서의 소지섭, ‘질투의 화신’에서 조정석을, 지금은 ‘동백꽃 필 무렵’의 강하늘을 멋진 남자로 만들어 주는 마법을 부리며 동시에 자신의 캐릭터도 그에 못지 않게 강인하고 독립적이고 독창적으로 그려내는 공효진의 매력은 유독 멜로 장르에서 두드러졌었다. 그런 그녀의 마력이 이번에는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영화 ‘가장 보통이 연애’에서 공효진은 마음의 상처가 깊은 김래원을 다독이며 자신의 상처도 치유하고 결국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웃게 만드는 역할을 멋들어지게 소화했다.
성공했던 작품이 많은 그녀라 작품에 대한 칭찬에 익숙할 줄 알았는데 공효진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영화가 공개되고 평가를 받으니까 초조하고 잠도 잘 안 온다. 매일 기사를 보면서 눈치를 보고 있다.”라는 것. 수치에는 의연할 줄 알았는데 “너무 신경이 쓰이고 스탭들 눈치도 보인다. 사실 영화에서의 낮은 스코어는 좀 익숙한 편이다. 왜 이렇게 안 오를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해봤고, 숫자 들고 감사 사진 찍는 것도 2자를 넘긴 게 없다. 숫자 때문에 하루 기분이 왔다 갔다 하고 숫자들이 무섭다.”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이번에도 기대는 안하고 있는데 의외로 평이 좋더라. 대중의 취향에 맞춘다는 건 힘든 일인데 요즘은 기분이 너무 좋다. 영화에 대한 평이 좋고, 상대 배우인 김래원까지 칭찬을 해 주시니 ‘이게 무슨 일이야?’ 싶다.”라며 마치 처음으로 칭찬을 받은 사람처럼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여러 가지로 타이밍도 좋았고 운인 것 같다. 응원하고 싶은 성향의 작품인거 같다. 한국 영화가 침체기인데 작은 예산으로 만든 재미있는 영화가 오랜만이고, 그래서 정말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시간이 다시 올까 싶어서 많이 들여다보고 즐기려고 한다”라며 영화 호평에 대한 심정을 드러냈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선영’으로 분해 남자친구와 뒤끝 있는 이별을 하고 매사에 냉냉한 여자의 모습을 보였던 공효진이었다. “선영과는 비슷한 점이 많지는 않다. 나는 뒤끝 있는 사람이 아니고, 싸우고 나서도 왜 싸웠는지 기억을 잘 안하는 스타일이다. 저는 주사도 없는데 선영은 주사도 있고 남자가 저지른 일을 굉장히 가슴 깊이 지니는 스타일이고 되갚아주고 싶어하는 성격이다.”라고 캐릭터와 실제 자신의 다른 점을 짚어 내며 “그 동안은 온기가 넘치는 인물들을 연기했었다. 정이 많아서 헤프게 보이거나 따뜻해서 착했던 그런 캐릭터를 주로 했었다면 이번에는 온기가 다 빠져나가고 끝까지 냉기만 남은 사람을 연기했다. 영화 속에서 흔히 그려지는 여자 캐릭터가 아닌 쪽으로 끌고 가려 했다”고 캐릭터의 주안점을 밝혔다.
그 동안 보아왔던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엔 등장인물 각자가 갖고 있던 사랑의 상처가 깊었으며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는 특별히 여성 관객들에게 사이다 같은 지점이 있는 영화였다. 남성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도 분명 있었지만 영화의 하이라이트 지점에서는 여성 관객들의 지지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특징이 있던 영화였다. 공효진은 영화에 대해 “남자들은 재훈 역할에 많이 공감하는 거 같더라. 여자들은 사이다 같은 느낌을 선영에게서 느끼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 하며 “저희 영화가 특이한 게 ‘내가 말이야~’보다는 ‘내 친구가 말이야~’ 이러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에 가깝더라. 만들 때는 ‘난 안 그럴 것 같은데? 저런 애가 어딨어?’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완성된 걸 보고 나니 내 친구 이야기라는 느낌을 줘서 성향적 판단을 살짝 피해갈 수 있는 인물이 된 것 같고, 그래서 다들 재미있게 보신 것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흔하지 않아 재미있는 스토리였는데 공효진은 이 작품의 어떤 면에 끌려 선택을 했을까? “처음에는 시나리오 없이 그냥 남녀가 술 먹는 이야기라고 저에게 제안을 하셨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일까 너무 궁금해지더라. 특히 겨울에 촬영할거라고 하셨는데 겨울의 포장마차나 오뎅바 등 작은 잔에 술을 채우고 썸타는 남녀가 그려져 재미있겠다 싶었고 그런 이야기가 계절에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씬들의 배치나 구성이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 되었다. 처음 시작 부분도 재미있었고, 마지막 엔딩도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배려심 없는 엔딩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의 엔딩이 깔끔해서 좋더라”라며 캐스팅 당시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남녀의 사랑이 아닌 남녀가 술 먹는 이야기라는 제작사의 설명이 특이 했는데 하긴, 영화의 꽤 많은 장면이 둘이서 술 마시며 이야기 하는 것이니 그렇게 말 할 수 있겠다 싶다.
영화에서 말하는 보통의 연애에 대한 공효진의 생각도 궁금했다. “현실에서는 상대방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창피하고 흑역사만 나열한 것 같은 모습만 잔뜩 나온다. 한 번의 연애에서 생길 법한 에피소드라기 보다는 평생의 연애를 통틀어야 쌓일 법한 이야기들이 이 둘의 짧은 연애사에 다 드러난다. 미화된 게 1도 없는 멜로라는 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참 오래 뒤로 발을 빼고 발전하지 못한 채 미궁으로 빠지는 둘의 관계도 마음에 들었다. 끝까지 ‘나는 아닌데? 기억 안 나는데?’라는 일관성이 재미있었다. 영화가 영화 같지 않고 현실 같아서 재미있더라”라는 이야기로 공효진이 생각하는 보통 연애가 무엇인지를 대신했다. 사랑에 대한 환상이나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가에 대한 질문에 공효진의 답은 분명했다. “사랑에 대한 환상은 없다. 그런데 누구나 자기 짝이 있다는 말은 믿는다. 이미 나이가 많기도 하고 개인적인 사람이기도 해서 누군가에게 희생하고 맞춰 사는 게 가능할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하는데 언젠가는 ‘이 사람을 만나려고 이 시간까지 있었구나!’ 할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의 단점을 다 보완해주고 삶의 빛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서록 서로를 위할 수 있는 환상의 조합이 언젠가는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어쩐지 인생의 짝에 대한 환상이 담겨 있는 듯한 이야기를 했다.
김래원과 16년 만의 재회였다. 2003년 MBC드라마 ‘눈사람’에서 함께 연기했던 이후 긴 시간 동안 재회하지 못했던 두 사람의 호흡에 대해 공효진은 “예전의 저를 모르고 지금의 저만 아는 상대였으면 연기가 더 쉬웠을 텐데 너무 신인 때 모습을 알고 있는 배우여서 불편했다. 그때보다 나이 보이고 싶었고, 그래서 더 진지하게 연기를 했다. 허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연기하게 했던 자극이 되었다. 불편했는데 불편해서 좋았다. 그래서 영화가 더 텐션도 있어 보였던 거 같다”라며 솔직해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소감을 밝혔다. “김래원이 전작 ‘롱리브더 킹’을 찍고 바로 우리 영화로 와서 큰형님의 기운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우리 현장의 대부분이 여자 스탭이었다. 감독님, PD님, 제작사도 여자분들이어서 ‘어디에 내 의자를 펴야 하지?’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김래원은 여자 2명이 먼저 타 있는 엘리베이터에 혼자 타라면 절대 못 탈 스타일이더라. 그리고 아주 진지한 타입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을 업고 다닐 타입 같더라. 그만큼 사랑이 절실해 보였다. 그런데 극중에서 선영이가 너무 안 받아주니까 더 외로워 보이더라. 너무 남자들하고 지지고 볶는 작품을 하다가 오랜만에 멜로를 하니까 몽실몽실 했나 보더라”라며 눈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김래원에 대한 수다를 재잘재잘 쏟아 내는 공효진의 모습에서는 불편했다는 감정은 전혀 찾을 수 없는 깊은 애정이 드러났다.
“김래원이 연기한 재훈은 너무 못 감추는 사람 같더라. 요즘은 다들 포장하는 걸 좋아해서인지 그런 사람이 드문데, 속이 다 들여다 보이고 빈틈 있는 캐릭터여서 저는 좋았다. 귀여운 구석도 많은 인물이었다.”라며 상대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하며 영화 속에 등장한 게임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감독님께 ‘이런 게임해봤냐?’라고 물어봤더니 그런 것도 해 봤고 실제 했던 게임보다 더 수위를 낮춘 것도 있다고 하시더라. 참 재미나게 사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보여졌던 단어들은 사실 초등학생 이후로 쓰지 않는 단어 아닌가? 그 단어를 대본에서 보면서 유치하고 초딩 같다고 생각했는데 김래원은 그 장면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더라. 그 단어는 남자들이 더 힘들어 하는 단어들 같았다. 극중에서 선영은 재훈을 정신차리게 하는 단어라고 생각하고 던지는 것 같았다. 더 쎈 단어도 있었는데 편집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라며 인상적이었던 게임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를 털어 놨다.
배우 공효진에게는 참 여러가지 모습이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당찬 ‘신여성’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으며 역시나 멜로 장르에서는 실망시키지 않는 그녀였다. 선영이도 딱 공효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에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면서도 공효진인데? 라고 하시더라. 두 캐릭터가 다른데 어떻게 이것도 그렇냐? 여러가지 모습을 해도 딱 맞아 보인다는 말에 다음 작품이 걱정되기도 한다. 어떤걸 해야 제가 달라져 보일까?”라는 배우로의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즘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는 ‘동백꽃 필 무렵에 대해서도 물어 보았다. 공효진은 “저희 드라마는 ‘뽕 따러 가세’가 경쟁작이었다. 수목드라마지만 목요일 방송에서 겹친다. 작가님 조차도 송가인이 무섭다고, 송가인의 매력이 전 세대를 아우르고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서 걱정이 많았다. 그랬는데 이제 음악에 전념하시겠다고 하셔서 그게 현장에서 다들 ‘송가인님이 하차하신대요~’라고 큰 소리로 알려줄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송가인씨가 왜 이렇게 고마운지 모르겠다 싶은 순간이었다. 요즘은 TV시청률이 박해서 예전 같지 않은데 그 덕을 보려는지 모르겠다”라며 예상치 못했던 제작진의 남다른 시청률 고민을 폭로하여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TV에서도 극장에서도 각기 다른 공효진의 모습을 실컷 볼 수 있는 계절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촬영하던 중 인터뷰를 위해 포항에서 바로 올라왔다며 화장기 하나 없는 맨 얼굴로 마주하고 있자니 ‘동백이’와 이야기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와 똑 같은 말투와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공효진은 참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역시 이래서 ‘공블리’구나 싶은 공효진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를 이렇게 홍보했다. “되도 않게 썸 탈때 멋져 보이고 싶었던 거, 그런 게 많이 생각나더라. 연애를 하는 사람보다는 연애를 해봤던 사람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라고. 수목요일 밤을 동백이와 함께 했다면 이번 주말에는 극장으로 ‘선영이’를 만나러 가 보자. 요즘 같은 계절에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공효진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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