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人스타] 우도환 "'사자' 거절하려고 감독님 만났다가 한시간 만에 현혹되었다"

기사입력2019-08-07 10:16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와 영화 '인천상륙작전' '마스터'에서는 단역이었거나 조연이었던 배우가 1년 뒤에는 당당히 드라마 '구해줘'와 '매드독'을 통해 주연 자리를 꿰찼다. 누구보다 빠른 성장과, 그럼에도 불구한 탄탄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 우도환이다. 이번에는 영화 '사자'를 통해 특수분장도 감행하며 한국에 둘도 없는 판타지적인 섹시한 악역을 그려낸 우도환을 만났다. 연기 능력치를 보면 속에 능구렁이 10마리라도 들어 있을 법한 베테랑 같은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직 너무 순수하고 연기밖에 모르는 어린 소년같은 매력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배우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영화는 ‘마스터’에서 짧게 나온 이후 첫 주연작이다.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떻던가?

A. 제가 찍지 않은 분량인 안성기와 박서준의 장면들이 재미있더라. 케미도 있고 전율도 있었다. 큰 화면과 큰 사운드로 제 모습을 본건 처음인데 적응이 잘 안되더라. 당연히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조금만 힘내서 한 컷 더 찍어볼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작년 1월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너무 어렵더라. 어떻게 악을 숭배하는 건지, 지하 재단이라는 공간과 우물과 대화하는 씬은 라틴어로 하면 좋겠다고 적혀 있던데 기도하는 모습은 상상도 어렵더라. 판타지 빌런인데 뭘 참고하면 좋을지 레퍼런스도 없고, 어떻게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 것 같아서 처음에는 못 하겠다 싶었다. 새로운 시도임은 분명한데 과연 이걸 내가 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이 되더라. 저에게 좋은 작품을 제안해 주셨는데 그걸 한 사람 건너서 못하겠다고 의사전달하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직접 만나 뵙고 이런 이유로 제가 못 하겠다 말씀드릴 생각이었는데, 감독님을 직접 만나고 한 시간도 안 되어서 하겠다고 대답을 해버렸다.

Q. 분명 시나리오를 보고서는 못 하겠다 싶었는데 어떻게 감독님과의 한 시간 동안 생각이 바뀌게 된 건가?
A. 회사에서 저에게 감독님이 너무 말씀을 잘 하셔서 만나면 분명 현혹 될 거라고 하셨는데 역시나 그렇더라. 감독님께서 저의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줄 거라고도 하셨고 섹시한 악역으로 만들어 가 보자, 우리나라에 없는 판타지를 같이 도전해 보자, 사실 묘사적으로 갈 거고 특수 분장도 할 거라고 말씀해 주셔서 제가 용기만 내면 재미있는 작업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더 끌어낼 게 있겠구나 하는 걸 저도 믿게 되었고, 감독님도 저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지금의 ‘지신’이 있게 된 것 같다.


Q. 감독님이 약속하신 비주얼들이 다 제대로 나온 거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정말 섹시한 악역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A. 섹시하다는 건 주관적일 수 있겠지만, 감독님이 원하신 건 뱀파이어적인 느낌이었다. 지금보다 피부톤도 더 밝게 해고, 앞머리를 넘기고 나오는 게 처음인 작품인데 저에게는 이런 것 조차도 도전이었다. 드라마처럼 서서히 캐릭터가 나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빡 나오는 것도 두려웠다. 저는 좀 더 인간적인 악역이고 싶었다. 그래서 ‘지신’의 등장 장면도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통해 따뜻하게 부하 직원들과 인사하는 모습으로 그려냈다. 기본적으로 밥 먹었냐는 안부를 묻는 유한 클럽 사장이 지하로 한 층을 내려가면 거기서 악을 상대한다는 차이를 주고 싶었다.

Q. 표현해 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던 인물을 잘 그려내셨다.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A. 처음에는 기도하는 대사들을 라틴어로 하자고 하셨다가 한달 뒤에 그냥 세상에 없는 말을 만들어 내자고 하시더라. 해보겠다고 자신 있게 말씀은 드렸는데 쉽지 않더라. 시작이 너무 어려웠다. 첫 단어를 뭐로 시작할지 모르겠더라. 집에서 향초만 켜놓고 무의식으로 아무 말이나 읊조리듯이 하다 보니 어떤 발음을 할 때 어떤 감정이 나오는구나 싶어서 그 틀 안에서 맞춰나갔다. 우물이 있는 제단에서의 연기는 정말 감독님만 믿고 의지 했다. 보이지 않는 것과 함께 연기하는 게 쉽지 않더라. 그린 매트 위에서 연기하시는 분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어떤 부분인가?

A. 특수분장이 가장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한번 분장을 시작하면 7~8시간 정도 걸렸는데, 덕분에 장편의 미드도 다 볼 수 있었다. 저 뿐 아니라 특수분장팀과 함께 오랜 시간 작업해야 해서 같이 으샤으샤 하려고 노력 많이 했다. “저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해주세요”라고 말 하는 게 일상이었다. 분장을 하는 데도 오래 걸렸지만 떼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걸리더라. 저뿐 아니라 저의 대역을 하신 분도 똑같이 특수 분장을 했어야 했는데 그 분도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특수분장을 하고 와이어 액션까지 했었는데 분장이 찢어질까 조심하면서도 최대한 경쾌한 액션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특수분장을 하고 있으면 무겁고 앞뒤로 조여져서 숨이 잘 안 쉬어지는데 그때마다 박서준이 많이 기다려주고 도와줬다. 절대 빨리 하자는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배려해 주시더라.

Q. 박서준과의 호흡은 어땠나? 둘의 액션씬이 대단했었다.
A. 저를 많이 챙겨주셨다. 안부도 먼저 물어봐 주시고, 연락도 먼저 주시고 먼저 마음을 열었다는 걸 보여주셔서 같이 운동도 하고 그랬다. 액션씬에서 저는 특수 분장 때문에 힘들었다면 박서준은 CG때문에 더 어려웠을 것이다. 주먹에서 불이 나는 설정이어서 그냥 액션이 아니라 한쪽 손은 몸에서 더 일정거리만큼 떨어트렸어야 하는데 그런 거리까지 계산해서 하는 액션이 쉽지 않더라. 저는 맞는 연기에서 그냥 주먹에 맞아서 아픈 게 아니라 불에 지져져서 아픈 것까지 표현을 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


Q. 첫 주인공 데뷔 영화라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사자’는 우도환에게 어떤 영화인가?
A. 굉장히 애틋하고 고마운 작품이다. 스스로 힘들어 하면서 20대 초반을 보냈고, 드라마를 하면서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까 이걸 놓치고 싶지 않더라. 내편이 누군지 모를 정도로 몰아쳐서 작품을 하다 보니까 좀 힘들고,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살짝 지쳐있던 시간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게 쉽지 않더라.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나를 좋아해 주시는 분도 있고 싫어하시는 분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런 때 들어온 작품이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서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해 준 작품이고, 이래서 연기가 좋고 재밌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줬다. 넘어졌던 자신을 다시 토닥이며 일어나게 해 준, 그 동안 앞만 보고 갔다면 이제는 옆도 좀 볼 수 있게 해준 작품인것 같다.

iMBC 연예뉴스 사진

Q. 데뷔 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외적인 성장을 했다. 벌써 영화의 주인공을 할 정도라니. 이렇게 열심히 연기 활동을 하게된 데는 어떤 특별한 응원이 있었나?

A. 아버지께서 저에게 응원을 많이 해 주셨다. 뭘 하지 말라는 말씀이나 왜 일이 없냐는 말씀은 하지 않으시고 가만히 지켜봐 주시고 믿어 주셨던 게 가장 큰 힘이 된 것 같다. 저는 20대 초반을 혹독하게 자신을 억압하면서 살았다. 술도 안 마시고, 놀러 가지도 않고 흐트러지지 않게 체중유지를 꾸준히 하면서 언제 일이 생길지 모르니 나는 365일 내내 최고의 컨디션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4~5년을 살았다. 언제 오디션이 있을 지 모르기 때문에 헤이해 질 수가 없었다. 10줄 대사가 전부인 오디션 대사를 위해 그 인물의 전사를 만들고, 캐릭터를 상상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갔었다. 당시에 내가 그런 준비나 혹독한 자기관리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행운만 바라는 사람이 되는 것 같더라. 그래서 뭔가 계속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그렇게 보내는 4~5년의 시간은 매일이 좌절이었지만 어쩌다 한번씩 있는 오디션이 큰 원동력이 되어서 버틸수 있는 힘이 되더라.

Q. 이제 데뷔한지 3~4년차된 배우가 어떻게 버팀의 미학을 아는가? 신기하다.

A. 선배님들의 행보를 많이 찾아봤다. 무명시절이 길었던 분들이 많았는데 기다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기다리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러면 잘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가혹하게 했고, 항상 기다리는 것도 일하는 중이라는 생각을 각인시켰다. 어떻게 기다리는 가가 중요한 거 같다. 이건 그냥 저만의 방식이다.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A. 해본 역할이 많지 않아서 많은 카테고리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궁금한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우, 어떻게 성장하는 지 지켜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