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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이정은, 그 어떤 칭찬에도 유쾌한 겸손 "귀염상인 내가 시대를 잘 만났을 뿐" (스포주의)

기사입력2019-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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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가장 큰 반전이자 놀라운 존재였던 이정은을 인터뷰 했다. ‘기생충’의 스릴러는 이정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정은이 보여준 연기는 대단했다. 봉준호 감독은 목소리 연기의 천재라고 했고 송강호,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모두가 입을 모아 이정은의 연기를 칭찬했다. 그들의 칭찬이 없었어도 관객들이 볼 때 이정은은 이 영화의 숨겨진 주인공이었다. ‘기생충’이 700만관객을 동원할 때까지 스포를 지키기 위해 숨죽이며 기다려 왔던 이정은과의 대화를 풀어보자.


Q. 영화 너무 재미있게 봤고 이정은 배우의 연기에 정말 소름이 돋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살펴 보셨나?

A. 영화에 대해 남겨준 글들을 봤는데 너무 감사하더라. 제가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는 시점에 나온 거라 그런 반전을 경험했다는 반응이 제일 기분 좋더라. 이 모든 게 다 감독님의 계획 속에 있던 일들이다. 감독님께 감사하며… 아직도 저희 영화를 보신 분이 700만이다보니 아직 못 보신 분들을위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는 건 조심스럽다. (웃음) 제가너무 욕심 냈나요?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실거란 예상은 못했지만 스코어가 올라갈 때 마다 뿌듯한 마음이있기는 하다.

Q. 연기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았는데 너무 중요한 역할이고 스포때문에 인터뷰도 이렇게 늦게 하게 된 것 같다.
A. 남편 역할이던 박명훈씨와도 이야기 한 게 우리 부부의 운명은 영화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똑같다며, 절대 사람들 앞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존재들로 촬영 이후에 더 애틋해졌다. 칸에도 같이 갔었지만 박명훈은 스포 때문에 레드카펫을 못 갔다. 박명훈이 의외로 영화제에 초청되고 출품되는 작품을 많이 했어서 우리끼리는 “이미 경험을 많이 했으니 섭섭할 것도 없겠다”고 농담도 하고, 비밀 데이트 하듯 칸 일정 내내 카톡만 하다가 마지막 날 같이 식사했었다.

Q. 봉준호 감독이 ‘마더’ 때부터 시작해서 ‘옥자’ 때는 옥자의 목소리 배역을 맡기셨고, 이번에는 정말 결정적인 역할까지 맡기셨다. 이정도면 봉준호 감독이 믿고 쓰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A. 처음에는 나이가 비슷해서 그러시나 싶었다. 저와 같은 또래고 한 살 많으신데 제 또래의 감독님, 배우들이 공통적으로느끼는 게 작품을 할 수 있는 기간이나 앞으로 할 시간을 따져보면 욕심만큼 많이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 작업을 더 재미있게 즐겁게 하려고 하는데 봉감독님의 “저랑 같이 신나고 재미있고 즐겁고 이상한걸 해보시겠어요?”라는 제안이 너무 좋더라. 아마도 ‘이상하고 재미있는’ 쪽에서 필요로 하는 배우인가 싶다.


Q. 봉감독님이 이정은 배우의 목소리에 대해 극찬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A. 자기 소리에 만족하는 사람은 몇 안되겠지만 저도 저의 음성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봉감독님이 서글서글하고 모래가 낀 것 같은 소리가 매력적이라고 하시고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쓰는 능력이있다고 하시더라. 제가 뮤지컬을 했어서 사람들의 음성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성대모사를 할 때 어느 정도 기관을 어떻게 쓰는 것 같다는 걸 직감적으로 아는데 감독님 덕분에 저도 목소리를 잘 쓴다는 걸 알게 되었다.


Q. 문광이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영화의 분위기가 반전되더라. 인터폰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말투와 표정인데도 어쩜 그렇게 놀라운 느낌을 주시는 건가?

A. 스탭들도 그 장면 촬영 할 때 놀랬다고 하더라. 리딩 할 때 이런 식으로 읽겠다고 했더니 감독님께서 좋아하셨다. 대본의 지문에는 약간 취중에 문광이 오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취중이지만 예의가 바르게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목소리도 좀 다르게 했는데 사람들이 그런 문광의 모습을 섬뜩하게 받아들이더라. 저는 오히려 웃기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문광의 입장에서 보면 그 많은 빚을 탕감할 능력도 없고, 가장 안전한 거주지를 빼앗긴 상황이라 선량한 마음에서 충숙 언니와 타협을 해 보려고 했던 건데 그런 선량함이 계속 공포로 보여졌나 보다.

Q. 문광의 상처는 왜 생긴 것이었나?
A. 영화 ‘마더’를 촬영할 때 제가 김혜자의 친척으로 나왔는데 그때 감독님께 “저는 이모인가요? 고모인가요?”라고 질문했더니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라고 모호하게 답을 주시더라. 원래 인물의 백드라운드에 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으신다. “사채업자에게 맞았을 수도 있겠죠?”라고도 하셨고 또 “남편을 두고 왔으니 마음이 복잡할 것 아니냐. 다른 일을 할 정신 상태가 아닐테니 술을 먹다가 누구한테 맞았을 수도 있고”라고도 하셔서 속으로 ‘술을 먹다가 맞았는데 하필 사채업자였고, 그래서 걱정되서 오던 길에 충숙이 던진 복숭아에 맞아서 얼굴이 부었던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은 얼굴이 많이 부어 있고 맞아 있는 느낌이라는 디렉션만 주셨는데 정말 머리가 좋으신 게, 크게 상처를 입고 등장을 하니 관객들이 혹시 사채업자에게 맞았나? 또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온갖 상상을 다 하게되는 것 아니겠나.

Q. 지하실 문을 열기 위해 가로로 매달려 있던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A. 아 그 장면은 어떻게든 몸을 만들어서 직접 하고 싶었는데 자꾸만 미끄러지더라. 그래서 와이어를 달고 촬영했다. 영화 찍기몇 달 전에 액션스쿨 가서 테스트도 하고 옷으로 와이어가 어디 까지 커버되는지도 확인하고 그랬다.


Q. 봉감독님의 연기 디렉션은 어땠나?
A. 감독님은 연기를 보여드리면 오케이는 안 나는데 좋다고는 하신다. 그러면 제가 계속 테이크마다 다른 연기를 해야 한다. 내 연기가 틀린 건가 아닌가 갈등을 하게 되는데 그런데도 좀 더 다른 걸 하라고 하셔서 심난하고 신기했다. 하지만 감독님과 서로를 신뢰하고 믿으니까 계속해서 시도하게 되더라.


Q. 북한 아나운서 흉내는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A. 감독님이 자료를 꽤 많이 넘겨 주셨고 리춘희 여사와 너무 닮았다고, 비슷하게 소리 낼 수 있지 않겠냐고 숙제를 주셨다. 연습을 꽤 오랫동안 했고, 틈나는 대로 주변에 비슷하냐고 물어봤었다. 리춘희 여사의 말투는 이미 여러 분들이 보여 주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영미 보다는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지하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이 주인들이 잠깐씩 집을 비운 틈에 뭘 했을까 상상 해보면 매번 먹기만 할 수는 없었을 거고 세상 물정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면 그런 꽁트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싶더라.

Q. 무려 4년 동안 비밀공간에 남편을 숨겨두었다. 혹시 그만큼 오랫동안 비밀로 간직했던 뭔가가 있나?
A. 글쎄… 비밀 연애는 해봤다. (웃음) 누군가를 지하에 숨겨 놓는 건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지하 공간이 있다는 게 뉴스로 나오기도 했고, 잘사는 집 지하에는 이런 공간이 있다고 하니 근거는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제가 예전에 했던 뮤지컬 ‘빨래’에서 장애인을 숨겨두고 열쇠를 걸어 잠그는 역할을 했는데 아마 감독님이 그걸 보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Q. 칸에서 문광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A. 여자 배우들의 템포와 리듬이 좋았다는 것만 칸에서 들었다. 제가 영화 내용 중에 액션을 하는게 있는데 저한테 막 ‘액션 수고 많았어’ 이런 느낌으로 안쓰럽게 봐주시는 것 같더라. 스포와 관련 있어서 인터뷰는 못했지만 재미있는 역할로 생각해 주시더라. 사실은 제작진의 엄청난 전략 덕을 제가본 것 같다. 칸에 출품을 해서 좋은 결과가 있게 되면 모든 배우가 같이 칸에 가자고 감독님과 송강호선배가 이야기 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거라 예산도 필요한 일이었는데 평생에 한번 있을 수 있는 일이어서 기간도 미리 맞춰 놓고 그랬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Q. ‘기생충’에서 특히 문광이 큰 관심과 이슈가 되었다.
A. 감독님이 어떤 연기자를 쓰면서 어떤 효과가 있기를 바라실테고, 연기자 입장에서는 그런 효과를 냈다면 다행스럽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반응이 커서 앞으로의 작품이 걱정되긴한다. 매번 눈에 띄는 역할이나 작품을 하는 건 힘들지 않나. 하지만 그냥 이야기가 반듯하게 설 수 있도록, 이 이야기가 뭘 말하고 싶은지 방향성에서 도움이 되고 싶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 이런 이야기를 만들 때 동참하자고 하면 언제든 참여할 생각이다.

Q. 역할이나 장르 등 앞으로의 작품에서 욕심나는 분야는 없나?
A. 역할에 대해서는 욕심이 없다. 장르를 구분하는건 감독이나 제작사가 알아서 할 일인 것 같고 저는 이야기가 좋다고 하면 크게 문제가 안 된다. ‘기생충’을 시작할 때 제 얼굴이 좀 귀염상인데 과연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낄 수 있을까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약간 용기를 얻었다. 스스로를 생각할때 ‘어머 나 너무 귀여운데…’ 싶다. (웃음)

Q. '기생충'에서 같이 연기했던 배우들이 입을 모아 이정은 배우를 칭찬하더라.
A. 제가 인복이 있나 보다. 원래 조연출 출신이라 팀에서 팀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좋게 봐준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라 여유가 있어서 상대방을 칭찬해 줄 수 있던게 아닌가 싶다. 조여정도 그렇고 얼마나 연기를 잘 했나. 깔끔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 연기를 그렇게 잘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다. 최우식도 너무 잘했다. 이제 곧 많은 작품에서 주연으로 바빠지지 않을까? 이선균의 연기도 한국에서 독보적인 것 같다. 박소담의 냉소적인 표정도 그렇고, 무시하게 살 찌운 장혜진 배우의 노력도 그렇고, 우리 남편으로 출연한 박명훈은 말할 것도 없다.

Q. 감독들이 이정은 배우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 것 같나?
A. 시키는 대로 다 해서가 아닐까? 연출부 출신의 배우라는 게 자랑스러운 게, 연출은 어떻게든 비주얼로 이야기를 완성해야 하는걸 알기에 새로운 주문에 주저하지 않는다. 일단 원하는 대로 해 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이야기 해보는 편이다.

Q. 공블리, 마블리에 이어 ‘미스터션샤인’에서의 함블리로 3대 블리가 되셨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상을 받으셨고 이제는 대세배우가 되셨다. 정말 꾸준히 연기를 해 오셨지만 최근에 쏟아지는 관심과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A. 저는 시대를 잘 만난 것 같다. 주변에 흔히 보는 이웃 같은 배우가 연기 하니까 같이 위로 받고 힘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느끼시는데 이런 변화의 시기에 저의 나이도 맞춰져서 실력보다는 환경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다. 대세라는 말은 라미란 같은 배우에게나 어울리는 말이고, 저는 그냥 친숙한 이웃 같은 배우다. 익숙함을 깨는 배우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거고, 자율경쟁체제 하에서 미친 듯이 연기하는 배우들이 쏟아져 나올것 같다. 경쟁이라는 느낌 보다는 편중되어 있던 게 분배되는 느낌으로 다양한 배우들이 사랑 받는 시대가된 것 같다. 저는 그냥 연기를 재미있게 해 왔는데 작품에서 감독의 역량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감독님의 계획 안에 들어 가는 게 정말 중요한데, 이번 작품의 경우 이런 캐릭터를 맡은 것도 행운이고 이런 행운이 계속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예전에 ‘오 나의 귀신님’이 호평받고 나서 나도 모르게 어깨에 뽕이 들어가면서 ‘이제부터 엄청난 작품이 나에게 몰려오겠다’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리멤버’를 하면서 마음 공부를 많이 했었다. 어떤 역할을 할 때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배역도 있고 감춰지는 배역도 있는데 돌아가신 김영애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더라. “작품을 많이 해라. 그래야 데이터도 많이 쌓이고,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많이 공부가 될거다”라고.

Q. 이정은이 꼽은 연기 고수는 누구인가?
A. 조여정씨도 굉장했지만 팬으로 송강호 선배를 엄청 좋아했다. 그 디테일한 얼굴 표정은 억지로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찍고 나서도 송강호 선배가 이야기 하더라. 내가 지은 표정이 저럴 줄은 몰랐다고.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상황에 들어갔을 때 나온 무계획적인 표정인데 모니터에서 봤던 걸 대형 화면으로 보니까 정말 잊혀지지 않더라. 끝까지 빨려 들게 하는 힘이 있더라.

Q. 요즘 밖에 다니시면 알아 보시는 분들이 많지 않나?
A. 전보다 더 많이 알아보시는데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다. ‘기생충이다’라고 하시거나 ‘문광언니’라고도 부르시고 어떤 분들은 ‘함블리’라고도 하신다. 제가 친근하게 생겨서인지 편하게 저를 보시고, 저도 편하게 그분들 대한다.

Q. 배우 이정은은 끊임없이 작품을 하고 있는데 사람 이정은은 평소에 어떻게 보내시나?
A. 저는 일상이 좀 심심하다. 부모님 모시고, 강아지 키우고 행복하게 살고는 있지만 이걸로는 조금 모자란 것 같다. 그래서 더 모험심 있게 살고 싶다.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 중에번지 점프 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 무엇에 빠져 지내는 시기들이 있는데 한 때는 춤에 빠지기도 하고, 한 때는 식물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뭐에 빠질 수도 있겠더라. 건강하게 무엇에건 빠지며 살고 싶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윌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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