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人스타] 최우식 “저만의 특유한 안쓰러운 분위기 때문에 ‘기생충’에 캐스팅”

기사입력2019-06-11 15:30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현재 스코어 7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흥행까지 다 잡은 영화 ‘기생충’에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이끌어 갔던 배우 최우식을 만났다. 이미 많은 작품에서 놀라운 연기를 선보였고, 그의 연기력을 인정하는 많은 팬들이 있지만 이상하게 선보이는 작품마다 새삼스럽게 연기력을 칭찬하게 되는 배우 최우식이다.


Q. 이번 작품에서 분량이 많아졌다고 하셨는데 분량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셨더라. 다양한 인물들 사이에서 굉장히 균형을 잘 맞춰주는 인물이더라.

A. 제가 제작보고회에서 표현을 잘 못하는 바람에 작품에서 분량이 많다는 식으로 보여졌을 것 같은데 봉준호 감독 작품의 시작과 끝을 맺는 인물이고, 송강호의 아들로 출연하게 된 것에 의미가 컸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부담도 컸고, 긴장도 많이 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감독님의 머리 속에 배우들의 동선이나 특유의 행동, 그 씬에서 보여져야 할 사소한 모든 것들이 다 들어 있으시더라. 콘티 대본도 직접 다 그리시는데 너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미술도구까지 섬세하게 들어있었다. 감독님은 기우가 항상 동글동글 평범한 모습이길 바라셨고 저희가 쉴 때나 밥먹을 때 툭툭 인물이 살아온 환경이나 그랬을 법한 에피소드 들을 이야기 하시는데 그게 캐릭터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평소 다른 작업을 할 때 하던 A4용지에 인물을 분석하고 전사를 고민하던 작업을 할 필요 없이 저절로 인물이 만들어졌다.

Q.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A. '옥자'의 후반부 촬영 중에 언지도 주셨지만 "우식아 다음 작품 같이 하자"는 말씀은 '옥자' 찍고 1~2주 뒤였다. 봉감독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식이가 갖고 있는 특유의 안쓰러움이 있다고 하시던데 그런 저의 모습이 기우와 많이 닮았던 것 같다. '옥자'를 찍고 나서 제안하신 거라 저에게 어떤 모습을 원하신 건지 잘 모르겠더라. 전에 찍었던 ‘김군’의 느낌을 원하셨던 건가도 생각했었는데,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인물의 모습을 원하셨던 것 같다.

Q. 시나리오를 봤을 때 들었던 첫 느낌은 무엇이었나?
A. 스토리가 뻔하지 않게 흘러가더라. 나오는 모든 배우들의 조합이 너무 신기했다. 사건 사고의 흐름이 아니라 감정 변화의 흐름이 너무 다른 게 신기했고, 영화를 다 찍고 우리 영화는 무슨 장르인지도 되게 궁금했는데 가족희비극이라고 이름 지은 게 너무 절묘했다.


Q. 칸에서의 소감은 어땠나? 기립 박수를 8분간 받았었는데.
A. 8분은 정말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어지간한 노래 3곡이 플레이 되는 시간인데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박수를 받았다. 가기 전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건 2층의 관객들에게 손 흔드는 것이었는데 막상 가니까 부끄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시간도 너무 길고 뒤에 틸다 스윈튼이 계속 박수를 쳐 주니까 민망했다.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한국 문화가 담겨있는 영화인데 같이 보며 좋아해 주시니 너무 좋고 큰 힘이 되었다. 틸다 스윈튼은 말투 자체도 우아하고 이야기 하시는 모습을 보는데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그런 분이 제게 볼 뽀뽀를 해 주시던데 너무 떨렸다.

Q. 외국 관객들이 어떤 부분에서 많이 공감하던가?
A. 아무래도 전세계 공통점으로 가족이라는 코드가 맞았던 거 같다. 두 식구가 나오면서 모든 배역이 어우러져서 보여지는 호흡이 좋아서 모두가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셨던 것 같다. 봉감독님이 말씀해 주셨는데 북유럽쪽 어떤 나라의 관객분이 "저희도 반지하 있어요"라고 했다더라.


Q. 영화에서 많이 왜소해 보이던데 지금은 조금 살이 오르신 건가?

A. 원래 몸이 좀 왜소한 편인데 하필 칸에 갈때 되어서 갑자기 살이 엄청 올랐었다. 웃으면 볼이 나와서 많이 웃질 못하고 혼자서 느끼한 표정으로 있었다. 긴장도 많이 했지만 이쁘게 나오고 싶어서 신경 쓰면서 웃었는데 저 혼자만 느끼하게 나왔더라. 작품 들어갈 때에 감독님께서 더 슬림한 모습을 원하시는 것 같았다. '옥자'를 찍으면서 저에게 "운동은 뒤로 미뤄라"고 하셔서 캐스팅인 건지 무슨 뜻이지 싶었다. 그런데 영화 속의 제 다리를 보고 놀랬다. 너무 가늘게 보이더라.

Q. 동생 역할의 박소담과 너무 닮았더라.
A. 촬영 전에 감독님이 준비 안된 상태로 편하게 나와 달라고 하셨고 그때 박소담도 나와 똑같은 요청을 받고 나왔었는데 우리 둘을 앉혀 놓고 사진을 찍으셨다. 그 전까지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사진을 보고 나니까 정말 똑같이 생겼더라. 박소담은 잃어버린 동생처럼 정말 호흡이 좋았고 제가 현장에서 벙찔 때가 많은데 그때 마다 기정이처럼 딱 잡아줘서 현장에서 너무 고마웠다.


Q. 송강호와 작업한 소감은 어떠한가?
A. 대단하신 분이다. 제 생각에, 그 정도 경험에 그 정도 위치라면 현장에서 후배들만큼 덜 하셔도 연기가 나올 거라 생각 했는데 저희보다 훨씬 더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치시더라. 이래서 그 자리에 오르신 건가 싶더라. 테이크마다 매번 힘든 장면도 본인이 직접 다 하시는 것도 놀라웠는데, 후배들이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연기 할 수 있게 대화도 해주시고 농담도 해주시면서 혼자 하는 연기가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시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했다.

Q. 봉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은 어떤 편인가? 거장다운 특별한 디렉션이 있나?
A. 저희에게 연기적으로나 현장에서 생각을 해야 되는 걸 주입시켜서 숙제 주시는 타입이 전혀 아니다. 현장에서 오히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맛집 이야기도 하고 카메라가 돌지 않고 모니터 뒤에서 배우가 쉴 때는 정말 쉬게 만들어 주셨다. 다음에 저만큼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봉감독님과 같이 작업 할 수 있을 텐데 그 분들에게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시다. 과정이 정말 즐거운 현장이다.


Q. 영화 속 캐릭터나 상징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기우는 어떤 인물이며 기우의 어떤 부분에서 관객들이 많이 공감했을 것 같은가?

A. 기우는 정말 똑똑하고 공부도 엄청 많이 했고 가난하다는 것과 그렇게 노력했지만 입시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 뿐 전혀 부족한 친구가 아니다. 명문대생 친구가 이야기 했듯이 문법과 회화까지 월등하게 잘 하는 친구인데 단지 실전에 약한 친구라서 입시에 4번 실패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혜에게 과외 첫날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 아는 척 했던 게 아니라 진짜 기우의 모습이었다.
젊은 세대들이 저나 기정이를 보고 많이 공감할 텐데 돌은 기우가 느꼈을 삶의 무게감을 상징하는 것 같다. 저희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중 하나가 '끝이 없는 노력을 하면서 가끔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실패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 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감도 되고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기우의 엔딩 장면이 참 여러 가지 감정이 들게 하더라.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어떤 심정이었나?
A. 사실 그 장면은 영화의 초중반 쯤에 찍었다. 로케이션 문제로 그 장소에서의 촬영이 먼저 끝났어야 했기 때문인데 현장에서 감독님께서 클래식 음악도 틀어 주시면서 분위기를 많이 잡아 주셨다. 전체 일정의 막바지에 촬영 했더라면 또 다른 모습이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연기라는 게 할수록 욕심이 생겨서 생각만큼 안 나올 때가 더 많다. 당시에는 뒷 이야기가 피부에 와 닿지 않은 상태에서 끄집어 내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이 나왔고 저의 낯선 모습도 보여질 수 있던 거 같다.

Q.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노래도 직접 부르셨더라.
A. 영화가 끝나고 에필로그 같이 기우에 대한 작은 메시지가 전달 되는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다. 감독님은 이 노래 때문에 작사가로도 등록 하셨다고 하더라. 저는 이 작업 때문에 노래 녹음을 처음 해 봤는데 최우식이 노래 부른다기 보다는 연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안 해본 작업인데 연기와 섞어서 해 보니까 새로운 작업이었다.

Q. 기우가 명문대생 친구인 민혁이를 은연중에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반을 지난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민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고민하는 장면에서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강했다.
A. 민혁이는 기우에게 둘도 없는 친구인데, 정말 잘 사는 집안의 아이다. 기우의 계획 속에는 민혁을 따라 하려고 하는 게 약간은 있었던 것 같다. 과외 하는 과정에도 그렇고 그 외의 모습에서도 ‘민혁이라면 이렇게 했겠지’라며 따라 하려는 게 있었고, 아마도 기우의 최후의 목표는 가족이 같이 잘 살고 지금보다 더 행복한 미래였을 테고, 그래서 민혁의 위치에 가려고 그를 따라 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민혁을 연기했던 박서준과는 개인적으로 기우와 민혁 같이 둘도 없는 친구인데 저희 영화가 상 받은 걸 너무 축하해 주고 본인 일 처럼 좋아해줬다. 기우가 유일하게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상대가 민혁인데, 박서준 덕분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Q. ‘마녀’에 이어 ‘기생충’까지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고 있는 중인데 작품이 큰 상을 받으면서 차기작 선택시 고민도 될 것 같다.
A. 워낙 제 성격이 즐기지 못하고 걱정 많이 하는 편인데 그래서 요즘 좀 더 생각이 많아졌다. 너무 감사하게도 좋은 관심을 가져 주시는 데 그 기대치만큼 한 건가 하는 걱정도 된다. 다음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으실 텐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그래서 그런 부담감에 대한 답은 나온 것 같다. 어떤 배우가 되기 보다는 앞으로 더 과정을 즐기고 연기 자체를 즐기면서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 생각하며 재미있게 하고 싶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