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영화 ‘악인전’이 칸에 초청되었다. 축하한다.
A. 영광스럽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봉준호 감독도 칸 영화제에 가시고, 저희 팀도 갈 수 있어서좋다. ‘부산행’때 저는 일정 때문에 못 갔었지만 그게 너무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원래 수트 입는 게 불편해서 행사에 참여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칸에서 불러줬다는 게 우리 영화의 자존심도 살려주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
Q. 영화 너무 괜찮더라. 캐릭터도 지금까지의 착한 마동석에서 벗어난 인물이어서 새롭기도 했다.
A. 시사회 후에 동료 배우나 감독님들이 저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들 하시더라. 어떤 분들은 ‘비스티보이즈’에서 조금 업그레이드 되었다고도 하시던데 시선의 차이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힘을 많이 뺐다. 극강의 폭력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지만 침착한 지략가이고 여유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대사도 느리고 낮게 했다. 김무열은 격렬하고 뜨거운 사람이라면 저는 차갑고 날카로운 사람인데 무게감과 서스펜스를 가져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액션을 위한 노력도 많았었고 그 덕에 세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액션도 몇 가지 있다. 펀칭백 안에 사람을 넣고 치는 것이나 맨 손으로 이빨을 뽑는 것 등이 세계 최초다. 새로운 액션이 있으면서도 중간중간 코믹한 장면도 있고, 구성이나 편집의 느낌이 새롭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엔딩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던데 저는 이런 엔딩이 너무 좋았다.
Q. 액션 장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데 평소에 새로운 액션들을 많이 개발해 놨다가 작품별로 한 두 개씩 새로운 장면들을 선보이시는 건가?
A. 그런 건 없다. 제가 마치 깃발이라도 뽑아 들고 액션의 뭐라도 되는 것 처럼 하는 건 아니다.많은 배우들이 있고 배우들마다 각자 가진 장기가 있을 텐데 저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서 운동에 장기가 있는 것일 뿐이다. 세상 어떤 일이건 자꾸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늘 듯이 액션도 자꾸 해 봐야 는다. 수십 편을 해 봤지만 아직도 보완점이 생기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 내가 주로 했던 액션과 다른 컨셉의 액션들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연기는 못 하면서 액션만 잘 한다고 영화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연기와 캐릭터 구축이 제일 먼저고 그 다음이 액션이다. 그러다 보니 동작을 바꾸는 것 보다 캐릭터의 드라마가 바뀌면 액션도 달라 보이더라.
Q. ‘악인전’이라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형사-조폭이 대립되는 영화, 연쇄 살인마-형사가 대립되는 영화는 많았지만 갱스터와 형사가 손을 잡는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진부하지 않고 새로운 트위스트가 많은 것도 좋았다. 악랄한 폭력성이 있는 캐릭터인데도 그런 악당이 연쇄 살인마 K를 잡고 응징할 때 묘하게 응원하게 되고 통쾌감이 와서 좋았다.
Q. 감독님이 마동석의 칭찬을 굉장히 많이 하셨다. 촬영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냈다고도 하시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이었는지 이야기 해 달라. 그리고 감독님과의 호흡은 어땠나?
A. 원래 이 인물의 첫 등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는 장면이었는데 그 전에 이 인물이 얼마나 잔혹한 인물인가를 먼저 보여주고 시작한다면 이 사람의 말과 행동에 긴장감이 더 생기고 빨리 몰입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제가 도장에 가서 펀칭백 치는 걸 직접 찍어서 보여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시더라.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서 해 봤는데 인물에게 잘 어울렸었다. 기본적으로 감독님께서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으신 분이다. 관객들이 크게 웃으시는 장면의 대사들도 제 애드립이 아니라 원래 있던 대사이고, 저는 좀 더 그걸 실제에 가깝게 리얼하게 말 했을 뿐이다. 감독님은 굉장히 호탕하고 좋은 성격이셔서 즐겁게 촬영 했는데 대사만 조금 어려웠다. 문학적인 표현이 있어서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지 않을 것처럼 들리는 게 있었는데 바꾸지 말고 꼭 그대로 표현해 달라고 하셨었다.
Q. 당연하겠지만 영화에 나온 모든 액션은 직접 하신 건가?
A. 두 가지만 빼고는 다 직접 했다. 제가 척추와 무릎이 좋지 않아서 전력 질주 하는 것과 계단 내려 가는 건 대역을 쓴다. 그분들 때문에 내가 액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거다. 여러 편의 작품을 허명행 무술감독이 제 대역을 했었고 지금은 윤성민이라는 친구가 대역을 해 주고 있다. 원래 체중이 80키로 정도 되는 친구였는데 저 때문에 100키로로 불려서 작품마다 저와 같이 하고 있다. 서로 연습해서 뛰는 폼도 비슷하게 맞추고 그런다.
Q. 아까 정장 입는 걸 싫어하신다고 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거의 다 정장을 입고 액션을 하셨다.
A. 액션 때문에 모든 의상을 다 스판으로 만든다. 타격 액션은 모두 다 직접 했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주변 환경이 부딪힐 게 많아서 위험했었다. 그래서 여러 번 촬영하지 않고 한 번에 끝내려고 세게, 열심히 했다.
Q. 김무열과의 액션에서 가죽 점퍼를 손가락 모양으로 찢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떤 리액션이 나오시나? 마동석의 세상에서는 그게 흔한 일인 건지 궁금했다.
A. 하필 한 벌 밖에 없는 옷이었는데 가슴팍을 잡고 메치는 장면에서 북! 하더니 가죽이 내 손 모양으로 찢어졌다. 김무열은 너무 무섭다고 너스레 떨던데 저도 깜짝 놀랬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고 흔한 일은 아니다.
Q. 자신의 액션에 스스로 놀랄 때가 이런 경우 말고도 또 있는가?
A. 소소하게 놀랄 때도 가끔은 있는데 복잡한 합을 하다가 상대편이 헷갈려서 순간적으로 공격이 들어올 때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는 100% 맞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피해낼 때 나도 깜짝 놀란다.
Q. 김무열의 경우 촬영하면서 체구를 유지하는 데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 마동석에게는 쉬운 일인가?
A.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 부상으로 철심도 박혀 있고 해서 살이 빠지면 통증이 생기고, 그래서 평소에도 근육을 유지하려고 많이 애쓴다. 액션 촬영을 하는 날은 중간에 밥을 먹으면 몸이 힘들어서 거의 종일 안 먹는 편이다. 당 보충 하려고 초코파이 하나만 먹고 종일 액션을 찍고 나면 오히려 살이 빠지는데 그래서 촬영 중에도 운동을 많이 한다.
Q. 마동석표 액션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개봉할 때 마다 부담은 되지 않는가?
A. 부담은 엄청 많다. 칸에 가는 것 보다 국내 개봉이 더 긴장된다. 영화를 할 때 마다, 편수가 늘어날 때 마다 더 긴장되고 더 설레기도 한다. 야구 시즌이라 생각해 보면 어떤 날은 안타를 못 치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홈런을 치는 날도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안주하지 않고 계속 진화하고 발전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악인전’은 오락영화니까 악당간의 결투를 재미있게 봐 주시면 좋겠다.
Q. ‘이터널스’의 캐스팅 이야기도 오가고 있고, ‘악인전’의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확정되었다.
A. ‘이터널스’에 대해서는 저도 진행 과정을 잘 몰라서 해줄 이야기가 없다. 리메이크 관련 해서 장원석 대표와 같이 미국 가서 만나고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로 했다. 똑 같은 이야기라도 문화가 바뀌었을 때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 시나리오 관련 프로듀싱은 제가 하기로 했고, 또 같은 역할이긴 하지만 다른 컨셉일텐데 연기도 해 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하게 되었다. 한국판 보다는 좀 더 사이즈도 크고, 아마 총도 쓰지 않을까? 헐리우드에서의 제안은 계속 많이 왔었다. ‘존 웍3’도 제안이 왔었는데 ‘악인전’ 스케줄 때문에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못 했었다. 헐리우드에 진출은 늦어졌지만 ‘악인전’이 칸도 가고 성과가 더 좋아서 기쁘긴 하다.
Q. 헐리우드에서 동양인 배우들이 많이 활약은 하고 있지만 역할에서의 한계도 있는 것 같더라.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나?
A. 아시아 배우들의 한계를 억지로 이겨내려고 하기 보다는 하다 보면 길이 생길 것 같다. 저는 저의 배우 생활이 끝나기 전에 형사 액션물을 꼭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형사물이 저한테 참 안 오더라. 저에 대해 형사와 갱스터의 연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70~80편을 하면서 조연일 때 했던 작품들이 몇 있지만 주연으로 길게 한 사람의 충분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는 기회는 정말 없더라. 그래서 제가 직접 만들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만든 게 ‘범죄도시’다. ‘범죄도시’ 때 처음으로 형사를 했었고 조직의 보스는 이번에 처음 해 봤다. 이런 식으로 미국과 코웍 해서 한국 영화를 미국에 배급도 하고 싶고, 좋은 한국 배우들을 해외에 소개도 하는 프로듀서의 역할도 하고 싶다. 저는 배우이지만 처음에는 배우로 도움을 받기 위해 인물을 분석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었다. 하지만 연기 하면서 뭔가 소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던 걸 프로듀싱을 하면서 에너지가 다시 차 오르고 덜 지치게 되더라.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기획을 하고 시나리오를 만드는 일이 생산적이고 즐거워서 프로듀서로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도 기획하고 있는 작품들이 있고 좋은 작가, 제작자들과 일 하고 있는데 그 중의 70%는 제가 출연하지 않는 작품들이고 나머지 30%는 제가 출연할 작품들이다. 저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색다르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여드리려고 한다.
Q. 올 한해는 벌써 가시적인 소득도 있어서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데 남은 일정은 어떻게 되나?
A. ‘나쁜 녀석들: 더무비’는 개봉을 앞두고 있고 ‘백두산’은 현재 촬영 중이다. ‘범죄도시2’는 시나리오가 거의 다 나왔고,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악인전’ 리메이크의 경우 확정은 되었지만 촬영 하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어서 언제 찍을지는 아직 모른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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