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人스타] 자신의 현재에 대해 솔직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으로 뭉친 배우 박형식

기사입력2019-05-09 18:34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6월 군입대를 앞두고 생애 첫 영화 출연작 ‘배심원들’로 관객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박형식을 만났다. 언론시사 이후 언론과 평단이 영화에 대해 호평을 하였고 그래서 입대를 앞뒀음에도 밝게 웃으며 여유 있게 너스레를 떠는 박형식은 꽤나 귀여웠다. 그리고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도록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박형식은 그래서 참 멋졌다.


Q.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기분은 좋아 보인다.

A. 아직 영화가 개봉은 안 했지만 주변에서 보시고 괜찮다고 이야기 해 주셔서 자신감이 생기면서도 불안하다. 관객들도 좋아해 주시면 좋겠다. 문소리 선배가 언론 시사 끝나고 회식 할 때 다들 좋게 기사 써 주시고 분위기가 좋다며 눈물을 글썽이시더라. 왜 그러시나 했더니 모든 영화가 다 호평을 받고 좋을 수 만은 없다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한 거라고 하시면서 “너는 복 받았다”라고 하시더라. 영화는 처음이라 몰랐는데 그 말씀을 듣고 나니 감사하면서도 더 잘했어야 했는데 싶더라.

Q. 영화가 재미있고 내용이 좋았다. 첫 영화로 어떻게 이 작품을 선택했나?
A. 배심원들이라는 내용이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배심원제도가 있는지 시나리오를 보면서 처음 알았다. 무지했구나 싶었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배심원들의 성격들이 실제로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처럼 생생하게 보이더라. 현실적이면서도 과하지 않게 스토리가 이어졌고, ‘권남우’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따뜻해서 이 역할이 너무 하고 싶었다. 또 이렇게 훌륭한 선배님들과 같이 나올 작품은 앞으로도 힘들 거 같고 첫 영화로서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거니 생각하고 열심히 드라마를 하고 있었는데 ‘힘쎈여자 도봉순’을 할 때 전석호 선배가 영화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줬었다. 배우라면 영화를 꼭 해봐야 한다, 영화 한번 하면 드라마는 하기 싫을 거라며 영화를 꼭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해줬었다.

Q. 실제로 영화를 해 보니 어떻던가?
A. 드라마는 현실적으로 촬영 분량이 많아서 모니터를 하고 아쉬운 게 있어도 스케줄 때문에 다시 하자는 말을 못 할 때가 있는데 영화는 촬영 하고 나서 와서 모니터 보라고 하고, 그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한 장면도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게 재미있더라. 드라마의 경우 내가 최선의 방법으로 최고의 표현을 연구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보여줘야 하는 거라면 영화는 촬영장에서 뭔가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더라. 그런 게 매력이더라. ‘이래서 영화, 영화 하는구나. 이래서 호흡이 좋을 수 밖에 없겠구나’ 싶더라. 그런데 문소리 선배님이 “모든 현장이 다 이렇지는 않아”라고 해주셔서 환상이 조금 깨졌다.


Q. 전작인 ‘슈츠’와 같은 법정물이어서 용어는 익숙했을 것 같다. 연기에 도움이 되던가?
A. 오히려 힘들었다. 저도 모르게 몸에 배어 있던 폼이나 톤을 없애느라 시간도 오래 걸렸고 고생도 했다. ‘슈츠’에서는 천재고 말발도 좋은 친구이고 한번 들으면 다 이해하고 기억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권남우’는 정말 순수한 인물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인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걸 연기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은 미처 몰랐었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생하셨나?

A. 첫 촬영을 무려 27 테이크나 갔다. 나름 잘 해야지 생각했고 준비도 해 갔는데 감독님께서 나에게 자꾸 편하게 앉아 보라고 하시더라. 편하게 앉아 있는데 자꾸 편하게 앉으라고 하셔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감이 잘 안 왔다. 모든 스탭들이 다 나를 쳐다보고 있고,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다 해봤는데도 계속 테이크를 가니까 감독님이 의심스럽다가 나중에는 ‘내가 문제네. 내가 죄인이네. 내가 괜히 영화를 하겠다고 했네’ 라는 생각에 슬슬 멘붕이 오더라. 그때 순간 문소리 선배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제 마음을 다 읽고 계신듯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고 계시더라. 왜 다시 하는지 모르겠고, 촬영을 다른 날 하자고 해야 하는 건가 싶어 물어 봤더니 “첫 촬영이니까 다 그런 거야. 조명, 의상, 카메라 다 맞춰야 하고 모두가 톤을 맞춰가는 작업인 거야”라는 말로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시더라. 그 말이 정말 위로가 되었고 이후에 감독님께서 “완전 오케이!”라고 하셨는데 사실 저는 왜 오케이 난 건지도 몰랐다. 그런 과정이 기존 역할에서 남아 있었던 흔적을 지우는 작업 같더라. 첫 촬영을 그렇게 호되게 하면서 감독님이 원하는 톤에 맞춰서 인지 그 다음부터는 수월했다.

Q. 감독님이 원하는 톤은 어떤 것이었나?
A. 나름대로 준비를 했었는데 준비가 능사가 아니었다. 감독님께서는 준비하는 걸 원치도 않으셨다.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기를 바라셨다. 연기에 약간이라도 의미가 부여된다고 느껴지면 ‘남우’의 진심에 때가 탄다고 생각하셔서 공부도 하지 말고 캐릭터 연구도 하지 말고 무작정 현장에 와서 하라고 하시더라. 감독님의 그런 요구에 처음에는 동공지진이 장난 아니었다. 제가 불안해 하니까 “저만 믿어요”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영화를 보고 나니까 뭘 원하셨던 건지 알겠더라. 촬영 하면서 준비를 안 해본 게 처음이었는데 캐릭터나 연기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이었다. 상대방의 대사나 연기를 보고 내가 어떻게 해야지 계산해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리액션이 되던데, 그런 경험은 감독님께서 처음으로 깨워주셨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Q. 문소리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A. 워낙 카리스마 있는 역할도 많이 하셔서 긴장했었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털털하시고 유쾌하신 분이셔서 반전이었다. 따뜻하신 분이고 특히 첫 촬영때 구원의 손길은 잊을 수가 없게 감동이었다. 그리고 약간 독심술이 있으신 것 같더라. 제가 혼자 막 고민하고 있으면 딱 그 문제를 언급하시며 고민하지 말라고도 하시고, 주변 사람들을 다 챙기시는 분이더라.


Q. 영화에서의 모습은 평범한 듯 남달랐다. 그런 면에서 독특해 보였다.
A. ‘남우’는 나서는 아이도 아니고 마냥 우유부단한 아이도 아니었다. 그 지점이 저는 좋았다. 요즘 젊은 세대 같았다. 요즘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그러면서도 아니라는 말도 이쁘게 하지 않나. 모르면 모르겠다고 정확하게 이야기 하고, 알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더라.

Q. 실제 박형식과 ‘권남우’는 성격의 어떤 면이 닮았나?
A. 둘 다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다. 실제의 저는 호기심이 지나쳐서 오히려 단점이기도 하다. 어릴 때 좀 유별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궁금한 것도 많고 창의력도 어마어마했다. 평범하지는 않다. 지금까지도 그 성향은 이어져서 취두부 먹다가 토하기도 하고, 마카오에서 번지점프 하다가 죽을 뻔도 했다. ‘권남우’는 납득이 되지 않으면 쉽게 타협하지 않는데 저는 남의 말 잘 듣고 타협도 잘 하는 스타일이다. 어릴 때는 엄마가 뭐만 하면 싫다고 반항하는 ‘노맨’ 이어서 끝까지 고집 부리는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타협하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


Q. 어릴 때 이야기를 들으면 ‘진짜사나이’에서의 아기병사 모습은 컨셉이었나 싶다.

A. 그걸 컨셉으로 하는 건 진짜 천재나 가능한 일이다. 컨셉을 생각할 겨를도 없는 현장이었고 너무 힘들었다. 그때 보여진 저의 모습이 ‘권남우’와 어울려서 캐스팅 했다고 감독님께서 이야기 하시더라. 그때 이미지를 기대하셨나 본데 미팅에서 제가 캐릭터에 대해 나름 연구한 걸 이야기 하니까 당황하시더라.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어볼 줄 알았는데 아니라며 진심으로 서운해 하셨던 것 같다.

Q. 정말 좋은 작품으로 영화에 데뷔도 했는데 곧 입대다. 소감은 어떤가?
A. 저는 집돌이라 집에만 있고 누가 뭐 하자고 하면 마지못해 따라가는 편인데 희한하게 날짜가 잡히니까 사람들이 보고 싶더라.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제가 먼저 연락해서 밥 먹자고 하고 보고 싶다고 하는 걸 보면서 내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싶더라. 군인이 되면 뭔가 나만의, 나다운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나 가수가 아닌 군인 박형식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Q. ‘진짜사나이’에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입대를 하게 되면 선임들이 박형식에게 거는 기대가 높을 것 같다.
A. 아무래도 한번 해 봤으니 더 잘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 실제로 몸이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어떻게 했는지 기억할 겨를도 없이 지나갔고 특히나 교관들의 발음을 알아 듣기 힘들어서 힘들었던 기억 밖에 없다. 뭘 대표로 시키면 어떡하지 걱정된다. 다들 기대감을 갖고 쳐다보고 있으면 그 와중에 멋지게 해내고는 싶을 텐데…….

Q. 이미 제대한 임시완에게서 조언은 들었나?
A. 어제도 만났는데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고 집에 돌아와도 기분이 좋다. 나서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 저희끼리 뭐 대단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연기 이야기 같은 것도 거의 안 하고 또래 남자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적어도 인생 한번 살면서 저런 집에서 살아봐야 하지 않아? 저런 차 한번 타봐야 하지 않아?”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데 희한하게도 그게 열심히 일하게 되는 목표가 되더라.

Q.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하게 된 건가? 가수로 화려한 무대에서 활동했던 시간이 길었는데 참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A. 우여곡절이 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선생님이 있었다. 워낙 기본기가 없는 사람에게 테크닉을 알려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저도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그냥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연기를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님이 그렇게 말고 다른 느낌이 없냐고 하실 때 얼굴이 빨개지고 현장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그때 적어도 감독이 원하는 게 뭔지, 이대사를 왜 하는 건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건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에는 혼자서 대본을 보면서 공부를 했고, 감독님이 다른 걸 요구할 때 “저는 이런 감정이긴 한데”라며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소통이 되니까 창피함이 해소가 되더라. 칭찬도 조금씩 듣고, 독학으로 했던 것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게 아니라는 자신감이 드니까 이후에도 혼자서 했는데 점점 배역이나 작품의 스케일이 커지면서는 그냥 멋모르고 덤빌 시기는 지난 것 같더라. 기본적으로 스스로 공부는 하되 테크닉을 알려줄 멘토가 필요해서 연기 선생님을 만났고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 웬만하면 혼자 하려고 한다. 스스로의 한계도 체험해 보고 싶고, 내가 끝까지 안 해봤는데 손 내미는 버릇을 들이면 소신도 없어질 거 같고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다 못 느낄 것 같더라. 그래서 정말 모르겠다 싶을 때만 연락 드려서 상의를 드린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번 영화까지 왔는데 ‘배심원’에서는 진짜로 감독님께 많은 걸 배웠다.

Q.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는가?
A.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이돌 활동을 했던 건 제 인생이고 당연한 것이며 부정하면 지금까지 살아온 7년도 허무하고 후회될 것 같다. 그때 활동 하면서 너무 행복했었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수를 하다가 온 사람이기 때문에 연기를 하던 사람보다 몇 배로 연기를 해야 어울릴 수 있겠다 싶더라. 내가 보여주고 증명해야 하는 거지 내가 듣기 싫다고 할 위치는 아닌 것 같다.

Q. 영화를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어떤 영화에 관심이 있나?
A. SF도 굉장히 좋아한다. 거미줄 타고 날아 다닐 수도 있고 잘 맞는 것도 자신 있다. 뱀파이어도 좋아한다. ‘트와이라이트’도 좋아했고 그런 류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느와르 장르도 욕심난다. 어둠의 자식처럼 안 생기고 생글생글 한데 알고 보면 행동 대장인 반전 있는 캐릭터도 재미 있을 것 같다. 혼자서 영화 보면서 정말 상상을 많이 한다. 청춘물도 너무 하고 싶다. 영화 ‘스물’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 얼마나 촬영하면서 재미있었을까 싶고 저의 고등학생 때 추억도 생각나고 그렇더라. ‘노트북’이나 ‘라라랜드’ ‘피아니스트’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 다 해보고 싶고 궁금하다. 그런 걸 찍으면 어떤 느낌일지. 제대 후에 뭘 할지는 아직 계획이 없지만 좋은 작품이라면 장르 가리지 않고 하게 될 것 같다.

Q. 정말 욕심도 많고 상상력도 풍부하다. 이런 장르들이 쏟아져 나올 줄은 몰랐다. 건강하게 복무하고, 제대 후에 이런 작품들을 해 내는 박형식을 빨리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15일에 개봉할 영화 ‘배심원들’에 대해 한번 더 이야기 해 달라.
A. 배심원 제도라는 것을 통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의 의미와 법의 의미에 대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다.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모여서 뭔가를 이루고 자신의 경험과 의견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면서도 따뜻하고 유쾌하다.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매니지먼트 UAA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