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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예쁜 집 말고 내가 살수 있는 집을 알려줘 '구해줘! 홈즈'

기사입력2019-05-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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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후배에게 집은 잘 구해지고 있냐고 물었더니 "열심히 X방 하고 있어요"라는 답을 들었다. 그렇다. 요즘은 부동산 앱을 통해 직접 가지 않아도 집 안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이 편해졌다. 예전에는 먼저 살 동네를 정한 뒤 주말에 시간을 내서 그 동네 부동산을 방문하고. 매물이 있는지 없는지 그 자리에서 알아 본 뒤 부동산 사장님이 "지금 집을 보러 가도 되나요?"라는 통화로 허락을 받고서야 함께 매물로 나온 집을 구경갈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세상 좋아졌다.

하지만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는 집의 정보 만으로 집을 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앱을 통해 기본적인 정보는 확인하지만 실제 계약을 하기 전에는 누구나 직접 찾아가서 진짜 전철역에서 몇분 거리인지, 수압은 괜찮은지, 환기나 채광은 괜찮은지 등을 확인해 본다.

그래서 사실, 집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싼 무수히 많은 집들 가운데 내 상황에 딱 맞는 내가 살 집 하나가 없다는 건 정말 속상하다. '나만 이렇게 속상한가?' 싶었던 내게 MBC '구해줘! 홈즈'는 정말 반가운 방송이었다. 나 처럼 빠듯한 돈으로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위로가 되었고, 내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다양한 옵션이 있는 집들이 있다는 것에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구해줘! 홈즈'는 주목할만한 프로그램이 되었고, 매주 일요일 밤을 기다리게 하는 방송이 되었다.


3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렸던 '구해줘 홈즈' 간담회에서 두 명의 PD들은 입을 모야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을 "집 찾기에 있어서 진정성 있는 두 MC의 경험과 노하우"를 꼽았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17살 부터 18년간 자취 생활을 하며 자신이 살 집을 구해왔던 박나래와 20살 부터 서울, 경기, 부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20회가 넘는 이사를 다니며 살 집을 찾아온 김숙은 시청자의 눈 높이에서 현실적인 집찾기에 딱 알맞는 전문가들이었다.

박나래는 "여러 집을 소개하면서 가격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살았을 때 느낄 불편함, 민낯 까지도 방송에서 공개한다"라고 하며 단순히 보기에만 좋은집, 예쁜집을 찾아 다닌 게 아님을 강조했다.

"집을 하도 많이 보고 다녀서 집의 벽지가 실크인지지, 합지인지 강화마루인지 대리석인지 다 두들겨 보면 안다. 아직도 집 보러 다닐 때 라이터를 들고 창문에 대서 이중창인지, 삼중창인지 알아본다. 타일로 줄눈까지 챙기며 내가 살 집 보러 다니듯 꼼꼼하게 살핀다"는 김숙의 말만 보아도 이들이 얼마나 의뢰인의 집을 성심껏 살펴 보는지를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윤화 PD는 "환상적인 집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이 아닌 현실적 집 찾기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이 '저 동네는 이정도 돈으로 저런 집을 구할 수 있구나’를 현실적으로 알 수 있게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라며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밝혔었다. 시청자의 니즈도 바로 그것이었다. '이정도 돈이면 어느 동네, 어떤 집에서 살 수 있을까?' 내 발품을 팔지 않고 조금 편하게, 출연자들의 미묘한 표정의 변화나 내뱉는 말들 속에 집의 어떤 장단점이 숨어있고 강조되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집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

한때는 예쁜 집에 현혹된 적이 있었다. 방송과 잡지에서 앞다투어 예쁜 전원주택들을 소개하고, 그림 같은 외관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소개하면 '나는 언제쯤 저렇게 꾸며보고 살까?'라는 환상에 빠져 내가 살고 있는 월넛 인테리어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샹들리에를 검색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땅콩 하우스 같이 작은 평수에 현실적인 건축비로 가성비 높은 설계를 한 집들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림 속의 넓은 땅과 큰 저택은 아무리 꿈꿔도 내 것이 될 수 없으니, 조금 더 현실성 있는 땅콩하우스로 관심이 옮겨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있는, 선택받은 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꿈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땅은 커녕 내 옷가지와 책장, 침대에 욕심내서 밥상을 대신할 작은 식탁하나 놓을 수 있는 방 한칸 구하기도 이렇게 어려운 현실 아닌가. 현타가 온 시청자들에게 '바로 이거야!'라고 환호를 지를 만큼 반가운 프로그램이 바로 '구해줘! 홈즈'다. 그래서 나는 이번주에도 '구해줘! 홈즈'를 본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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