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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라미란 "제가 좀 독보적이죠?" 유머로 무장한 돈독한 자기애

기사입력2019-05-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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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주연 영화로 촬영한 ‘걸캅스’를 들고 온 배우 라미란을 만났다. 최근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 출연, 매지너와 비즈니스 관계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가족 같이 챙기는 모습으로 더욱 호감을 쌓은 배우 라미란이었다. ‘넣어둬~ 넣어둬~’ 할 때의 ‘막돼먹은 영애씨’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응답하라 1988’에서는 정봉과 정환의 엄마로 속 깊은 여자대장부의 모습으로 가슴 찡한 감동을 주었던 걸 생각하면 이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가늠할 수 있다. 코미디부터 정극까지 폭 넓은 연기를 선보이며 올해만 해도 ‘내 안의 그놈’ ‘주말사용 설명서’ ‘막돼먹은 영애씨’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바쁜 행보를 보였던 라미란은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마치 토크쇼 프로그램을 보는 듯 웃음을 빵빵 터트리며 소박한 자기애를 드러냈다.


Q. 최근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하신 모습 잘 봤다. 연기도 잘 하시는 분인데 이렇게 예능도 잘 하시다니!
A. 에이~ 어짜피 다음주가 되면 다 잊혀질 거다. 우리 매니저가 동네 꼬마들이 알아봐서 힘들다고 하더라. 그래서 분장하고 다니라고 했다.

Q. 생애 첫 주연작이다. 소감은 어떠신가?
A. 해탈했다. 대본을 처음 받을 때부터 내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찍으면서 한번 덜어내고 찍고 나서 한번 더 덜어내고 오픈할 때가 되니까 다 비워내 버려서 많이 편하다. 책임감도 느껴지고, 상업영화다 보니 흥행도 신경이 쓰이고, ‘내가 티켓파워가 있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Q. 영화 보신 소감은 어떠신가? 잘 만들어 진 것 같은가?
A. 저는 뭐 완전히 객관성을 잃었다. 부족한 것만 보이고, 모든 작품에서 항상 만족은 없고 아쉬움만 남더라. 하지만 찍을 때 보다는 훨씬 잘나온 거 같다. 저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로코는 힘들지 않겠나. 첫 주연 영화를 찍는다면 예술 영화 같은 깊이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액션 오락물을 하게 되었다. 이 나이에 갑자기 액션을 하자니 부담스러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액션이고 제 입장에서 해석이 되는 캐릭터여서 하게 되었고, 그런 면에서 관객들에게도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더라.


Q. 소망해 왔던 예술 작품은 아닌데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원래 예약이 되어 있던 작품이어서 무조건 해야 했다. 제작자와 약속이 되어 있던건데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할 때 저를 주인공으로 작품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셨었고, 4년 정도 준비했던 작품이다. 재작년부터 대본을 봤는데 의외로 액션 장르 여서 놀래긴 했다. 저는 작품을 고를 때 기준은 오로지 하나, 책이 잘 넘어가느냐 였다. 이 책은 한숨에 후르륵 읽어버렸다. 대단한 건 없는데 슥슥 읽혀지더라. 허무맹랑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고, 대중들이 기대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는 이야기 였다. 40대 여배우가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도전이기도 하고. 여자들이 나오는 버디물이어서 좋았다. 저를, 이 영화를 계기로 이런 영화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Q. 액션 연습도 많이 하셨던 것 같더라. 맞는 장면이 많던데 괜찮으셨나?
A. 오우~ 연습 정말 심하게 했었다. 복싱도 배우고 레슬링도 배우고, 영화에 나오는 합도 연습했다. 촬영 할 때는 액션 장면을 끊어서 하기 때문에 괜찮은데 연습할 때는 쉬지 않고 7~8명 제압하는 걸 쭉 해야 해서 숨이 턱까지 차더라. 맞는 리액션도 잘 해야 하는데 촬영 하면서 감정이 올라오니까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더라. (웃음) 액션 연기를 하기 전에는 겁을 많이 먹었다. 진짜 때리는 줄 알고, 다치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고 저 정도 맞으면 사망각인데 어떻게 하냐며 겁냈었는데 서로 약속이 된 상황에서 연기로 합을 맞춰서 해 보니 묘한 쾌감이 있고 재미있더라. 내가 몸이 좀 따라줬다면 더 그럴싸하게 해냈을 텐데 싶어서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영화에서 백드롭을 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인데, 대본에도 그렇게 써 있다. 아름답게 곡선을 그리며 휘는 백드롭이라고. 실제로는 위험이 많이 따라서 잘 쓰지 않는 액션이라고 하는데 많은 준비를 하고 촬영을 했고 그 장면이 잘 나온 것 같더라. 제가 군대 예능도 하고 아이돌 예능을 하면서 댄스하는 걸 보시고 제가 몸을 잘 쓴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마치 군인처럼 잘 할 수 있겠지 싶어서 시키신 것 같은데, 정신은 할 수 있었지만 몸은 힘들었다.


Q. 영화에서 다루는 범죄의 내용이 지금의 현실과 너무 비슷하더라.

A. 디지털 성범죄 관련해서 작년부터 유독 뉴스에 많이 나왔었다. 영화 크랭크업 하고 나서 후반작업을 할 때 뉴스에서 이런 몰카범죄 등의 보도들이 나오던데 ‘완전 우리 영화 이야긴데?’라고 이야길 했었다. 감독님이 글을 쓰실 때도 그런 범죄를 참고했기 때문에 똑같을 수 밖에 없는데 클럽에서의 해피벌룬 등의 이야기가 영화에서도 나와서 현실과 싱크로가 높은 내용이다. 많은 대중들이 이런 범죄에 대해 인식하게 되기엔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Q. 영화 속 상황이 어찌보면 관료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유리 천장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 게 아닌가 싶더라.
A. 저는 배우 생활을 아이도 다 낳고 늦게 시작한 것이어서 미리 각오도 하고 다 감내하며 했었다. 그런 걸 생각할 입장도 아니게 신인이었고 운 좋게 좋은 분들과 작업을 하면서 나름 잘 커왔다고 생각한다. 외모에 대한 유리 천장이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웃음) 그것도 뭐 선입견이지 않겠나. 선입견에서 오는 답답함은 있었는데 제 성격상 그런 건 빨리 잊고 긍정적으로 살았다.


Q.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최수영과 이성경의 젊은 배우들과 연기 했는데 어땠나?
A. 이성경과 저는 극 중에서 시누이와 올케 관계고,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장면이 더 있었는데 편집되면서 그냥 밋밋하게 그려진 거 같다. 서로 으르렁대다가 공조를 하면서 내면에 가졌던 감정들이 드러나는 건데 자세히 보여지지 않고 바쁘게 달려간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최수영의 첫 인상은 ‘소녀시대’의 지지지지~였다. 쎈 연기를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디테일하게 안경 올리는 손짓이나 여러가지 제스처 등을 세심하게 준비 해 왔더라. 순발력도 있고 재치도 있는 친구였다. 그 전에 연기하는 걸 많이 봤는데 다소곳하고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많이 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의 연기가 훨씬 편해 보이더라.
윤상현은 독보적인 배우였다. 하는 짓은 정말 얄미운데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잘 표현해서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자체였다. 표창 받고 있을 때 꽃을 들고 올 때가 윤상현과 첫 촬영이었는데 마치 재혼하는 기분이 들면서 재미있었다.
우리 영화에 깜짝 출연으로 하정우, 성동일도 등장하는데 하정우는 제작자 카드, 성동일은 제 카드다. 성동일 선배님은 저에게 진 빚도 없는데 출연을 해 주셨다.

Q. 라미란이라는 배우는 정말 생활 밀착형 연기를 잘 하는 배우 같다. 어떤 역할도 ‘원래 라미란은 저런 사람일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찰떡같이 소화를 해 낸다. 그게 정극 뿐 아니라 코미디도 마찬가지고 예능 프로그램도 원래 예능인이었는데 연기도 하는 사람처럼 잘 하더라. 어떻게 이런걸 다 해낼 수 있는 건가?
A. 그런 걸 독보적이라고 하죠? (웃음) 누군가는 가성비나 가심비가 좋은 거 라고도 하는데 ‘응답하라 1988’ 찍을 때 성동일 선배가 그러더라. “당신은 그냥 드라마를 해야 한다. 정극을 해야 한다”고. 원래 연극을 20대부터 시작했고 아이 낳고 ‘친절한 금자씨’로 영화부터 시작했는데, 드라마에서는 좀 코믹한 모습을 많이 보여져서 인지 제가 나오면 많이들 웃으시더라. 제가 어디 출연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첫 반응은 ‘재미있을 듯’이다. 방송이 나간 뒤의 반응은 ‘연기가 좋았다, 많이 울었다’의 반응들이 많더라. 생활 밀착형 연기라고들 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현장에서 연기를 안 하려고 노력한다. 이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거야 라고 생각하고, 연기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최면을 건다. 그래서 오히려 나에게 뭘 어떻게 해 주세요 라고 주문을 해 오면 당황하는 편이다.
예능과 드라마를 병행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알려진 사람이 되어 버렸다. 저는 알게 모르게 있는 듯 없는 듯 오래 연기 하는 게 꿈인데 생각보다 너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금도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Q. ‘친절한 금자씨’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첫 영화 데뷔작 치고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니!
A. 연극을 하면서 TV쪽 연기는 아예 생각도 못했고 영화는 하고 싶더라. 그래서 프로필을 돌렸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프로필 돌린걸 거의 잊고 있을 즈음에 ‘친절한 금자씨’ 오디션이 있었다. 제가 아는 모든 배우들이 이미 그 영화의 오디션을 봤고 저는 거의 마지막에 캐스팅이 되었다. 적당히 살찐 사람을 찾던 중에 제가 아이 낳고 1년이 덜 되어 부기가 남아 있을 때라 운 좋게 캐스팅이 되었고, 생각지도 않게 후다닥 영화를 하게 되었다. 이후에 박찬욱 감독을 가끔 뵈면 징징거리는데 안 불러 주실 것 같더라. 감독님 작품의 결과 제가 조금 멀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상업적인 쪽이거나 가벼운 코미디 쪽으로 오지 않았나 싶다. 혹시나 감독님과 연이 닿으신다면 꼭 전해 달라. 제가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고. (웃음)

Q. 연예계에서 라미란이 롤모델이라는 여배우들이 제법 있다.
A. 그 동안 제가 하는 일에만 집중하며 살았었는데 어느 순간 후배들이 롤모델이라고 하더라. 연극하는 후배들이나 늦게 방송을 시작한 후배, 나이가 많아지는 배우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더 조심스러워지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후배들이나 동료들이 더 잘될 수 있게 당장 나부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Q.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
A. ‘소원’이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지금 생각해도 짠한 작품이다. 또 내가 배우를 하길 정말 잘했다 싶은 작품은 ‘히말라야’다. 내가 평생 언제 자진해서 네팔을 가고 산을 타겠나. 영화가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온전히 나였다면 경험해보지 못할 일을 경험하게 해 준 영화다.

Q. 이번 영화 ‘걸캅스’의 시즌 2를 기대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A. 저 혼자 바라고 기획하는 중이다. 넌지시 감독에게 이야기를 던져 봤는데 영화의 추이를 봐야겠다고 하시더라. 저는 인기가 없어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거대한 싸움이나 음모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많이 접하지만 소소 하다고 생각하는 범죄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시키는 사건들로만 시즌 15까지 이 영화를 끌고 가도 좋을 것 같다. ‘걸캅스’는 사람에 관한 영화다. 이제 막 시작한 열정 넘치는 초짜 형사와 퇴출 직전의 중고 형사가 서로의 세계에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시리즈화 하면서 그들의 성장과 영화의 성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이번 영화 이후 올해의 계획은 어떠신가?
A. 영화 한편은 계약서 작성 전이고, 후반기에는 ‘블랙독’이라는 드라마를 할 예정이다. 이 두 작품을 하면 올해가 끝날 것 같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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