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人스타] 이제는 눈, 코, 입 만으로도 연기를 하는 류준열

기사입력2019-03-15 08:00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올 한해도 진짜 소처럼 일하는 류준열, 이제는 소준열이라 불러도 될만한 스케줄과 커리어를 갖고 있는 배우다. 류준열의 활동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외모가 개연성인 부류의 배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기력 만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것도 아닌, 참 묘하게 빠져들게 하고 ‘멋짐’이나 ‘잘생김’도 연기로 해 내고 마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다. ‘양게’ 같은 한없이 가볍고 양아치 같은 인물에도 제격이면서 ‘락’ 같이 속을 알 수 없는 깊고 고독한 인물에도 제격이고, 이제는 ‘조일현’ 같은 옆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을 것 같은 일반 직장에도 제격인, 이렇게 폭 넓은 제격을 가진 배우를 봤나! 20일에 개봉할 영화 ‘돈’에 대해 류준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영화 ‘돈’에서의 류준열도 매력적이더라. 이번 영화에 대한 만족감이 클 것 같다.

A. 아쉬운 부분은 있다. 배우로서 자기 작품을 보면서 만족할 수 없는 느낌이다. 다행히 어제 최초 시사 통해 반응 찾아봤는데 즐겁게 보셨다는 반응, 돈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든다는 반응, 호흡이 빨라서 좋았다는 반응이 있어서 좋더라.

Q. 주식 브로커 역할이었다. 특정 직업과 관련된 역할을 연기하게 되면 사전에 그 직업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던데 류준열의 주식 공부는 어떠했나?
A.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돈 영화인줄 알았다. 그런데 읽으면서 보니 주식 영화더라.주식에 대해 공부도 하고 주식거래도 직접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조금 해 봤는데, 와~ 만원도 제 돈이다 보니 잃느냐 안 잃느냐를 신경 쓰게 되더라. 영화 속에서 모니터를 들여다 보며 눈이 뻘개지는 장면은 실제 경험담이다. 주식 거래를 처음 하면서 그래프를 보고 있자니 초단위로 오르고 내리는 게 보여서 신경이 계속 쓰이고 핸드폰을 계속 보게 되더라. 실제 사무실도 가봤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 오고 상상했던 분위기와 달리 차분하고 조용하더라. 현실이 오히려 가짜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더 돈에 목청 높이는 모습으로 보여졌다. 극 중에 나오는 몇 가지 금융지식들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공부도 했었고, 영화적인 표현과 관련해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다행히 아직 주식용어가 어려워서 영화가 어렵다는 리뷰는 보지 못했다.

Q.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시나리오를 봤는데 페이지들이 후르륵 넘어가더라. 재미있게 보다 보니 이런 함정도 있고 이런 인물도 만나면서 캐릭터가 변하는 것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인물인데다가 나나 내 또래들이 흔히 갖는 돈에 대한 고민, 막연한 성공에 대한 꿈에 공감했다. ‘성공해야 한다’ ‘대박 났다’ ‘쪽박 찼다’ ‘벌써 차를 샀다’ ‘집을 샀다’ 등의 말이 내 또래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이 아닌가? 내가 연기한 일현이라는 인물은 ‘부자가 되고 싶었다’라고 말하는데 ‘부자’의 기준도 굉장히 폭 넓지 않나? 어떤 때는 작게 뭐만 생겨도 부자가 된 것 같고 어떤 때는 아무리 해도 부자가 되려면 멀은 것 같고. 막연하게 부자가 되고 싶어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부자의 기준을 스스로 다시 정리를 하게 되는 인물이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 가족도 보이고 친구들도 보이게 되는 그런 과정이 시나리오 안에서 표현되었고 그런 부분이 공감이 되었다.



Q. 처음에는 부자가 되고 싶은 막연한 꿈을 가졌던 신입사원에서부터 산전수전 겪은 뒤의 일현까지 변화되는 류준열의 표정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은 언제 찍은 건가? 언제부터 이런 멋진 연기가 가능했던 건가? (웃음)

A. 감사하다. 촬영은 2017년에 했고 ‘침묵’ 끝나고 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 이후에 ‘독전’ ‘뺑반’을찍었다. 연기를 배울 때 인물의 변화 폭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인물의 성패가 달렸다고 배웠어서 이렇게 주변 상황, 주변 인물에 의해 변화하는 인물을 해보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 인물은 평범한 회사원이어서 특별한 액션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읽으면서 ‘총성 없는 전쟁, 액션 없는 액션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인물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눈빛이 중요했다. 눈을 어떻게 하면 신입사원의 눈을 가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돈독에 오른 일현의 눈을 가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엔딩에서 원래 일현의 눈빛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찍었다. 제작진이 시간 순서대로 찍을 수 있게 환경을 많이 배려해 주셨고 일현의 감정을 제작진이 더 고민해서 스케줄을 조정해 주셔서 잘 표현될 수 있었다. 중간에 한 장면 정도 다시 신입사원때의 상황을 찍었어야 했는데 헤어스타일에는 변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입사원의 표정이 안 돌아오더라. 그 장면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 상황이기도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Q. 유지태와의 호흡은 어땠나?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정말 팽팽했었는데…
A. 학교에서 공부할 때 유지태의 영화를 켜놓고 수업한적이 있었다. 그랬던 분인데 같이 연기를 하다니,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다. 이런 인연이 있나 싶더라. 유지태는 본인의 마스터피스가 있는 배우다. 그 자체로 감동을 많이 받았다.

Q. 조우진과의 앙숙 케미도 재미있었다.
A. 조우진의 경우 씬 안에서 찰떡 같은 호흡이었다. 서로 응원을 하게 되고 서로 막 칭찬을 해 주면서 찰떡같이 같이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어서 많이 뿌듯했다. 서로 만나면 ‘다음 씬에서 어떻게 준비할거야?’를 물어보며 준비를 했고 이야기도 많이 해서 연기하는 즐거움이 있는 순간을 조우진이 많이 만들어 줬다. 최근 '전투'도 같이 찍었는데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촬영을 했다.

Q. 영화 속에서 신입사원으로 실수하는 장면들이 굉장히 웃겼다. 특히 고객의 주문을 못 알아 듣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멘붕이 왔다. 방금 뭐라고 한 거지? 같이 헷갈려 했다. 배우 류준열도 그런 서툰 신입 시절이 있었나?
A. 늘 실수투성이다. 그래서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기 때문에 고민도 많지만 지금도 연기 외의 많은 부분에서 실수 한 게 없나 신경 쓰느라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래서 아직도 신인인 것 같고 그래서 선배님들이 많이 이뻐 해 주시고 용서해 주시고 알려 주시는 것 같다.
그 장면에 대해서는 정말 기가 막힌 대사였다. 일부러 대사를 얼버무리는 것도 참 어려운데 워낙어마무시한 배우였기에 절묘하게 표현을 해 주셨다. 목소리만 들어도 다 알면 재미가 없으니 또 그걸 잘 모르게 처리도 해 주셨더라. 덕분에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Q. 어마무시한 배우 누구의 목소리 였나? 워낙 짧고 벼락같이 후려치는 대사라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A. 어? 정말 못 알아 채셨나? 황정민 선배의 목소리였다.

Q. 오~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류준열 배우도 멋졌지만 다른 핫한 배우들도 많이 출연했고 그들의 역할이 참 적재 적소에서 빛났던 영화다. 스탭과의 호흡도 좋았던 게 느껴진다.
A. 이번 작품은 참 사람들이 좋았다. 배우도 그렇고 영화를 만드는 감독, 스탭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게 많았다. 유달리 스탭과의 관계가 좋았었고 어려운 상황에서 으샤으샤 하면서 만든 장면이 있어서 덕분에 중간중간 울컥하기도 하더라. 영화의 흥행, 개인적 영광 등 작품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목표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찍고 그 순간을 즐기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 인생에서 더 크게 남는 것 같더라.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다음 좋은 시간을 기약하고, 그러다 다시 만나는 재미로 지내다 보면 배우로도 꽤 오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Q. 손흥민 선수 에피소드는 안 물어 볼 수 없다. 두 사람의 친분이 알려져 있기에 더욱 그 장면이 인상적이더라. 원래 시나리오에도 토드넘이 있었나?
A. 토트넘은 원래 시나리오에 있었다. 내기를 하는 상황까지는 묘사되어 있지 않았는데 해외 카페에서 축구를 보고 배팅하는 장면이 모두 있었다. 물론 연기할 때는 빈 화면이었고, 어떤 장면이 나올지는 몰랐는데 거기에 손흥민 선수의 모습이 나올 줄은 몰랐다. 저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야구 경기가 축구 경기로 바뀐 건 아니었다.

Q. 팬들에게 이 영화를 소개하자면?
A. 이 시대의 청년이고 또 돈으로 고민하는 분이라면 시간 내서 봐야 할 영화라 생각한다. 철학적 의미를 준다기 보다 오락 영화 보며 2시간을 쉬면서 나를 한번 돌아보게 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돈을 쓰고, 돈을 벌고, 돈을 원하고, 돈 때문에 지치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 한번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될 것 같다. 또 영화를 보시면서 저의 얼굴도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그 동안 안으로 삭히고 보이지 않는 연기를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표면에서 확실히 다른 모습도 보이는 연기다. 저의 눈빛을 잘 봐주시면 좋겠다. 눈, 코, 입 얼굴의 느낌들을 다양하게 강약을 줘가며 섬세하게 뭔가 만들려고 노력했다. 꼼꼼히 보시면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쇼박스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