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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人스타] 한석규 “연기를 하며 인생을 다시 배운다”

한국영화홈페이지 2019-03-13 08:00
[人스타] 한석규 “연기를 하며 인생을 다시 배운다”
영화 ‘프리즌’과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이후 3년만의 영화 ‘우상’으로 돌아온 한석규를 만났다. 90년대 영화 ‘닥터봉’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등 한창때와 비교해도 단지 나이면 조금 들었을 뿐 외모에서 큰 변화는 없는 한석규였다. 반백이 넘은 나이지만 어떻게 저렇게 자기 관리를 잘 했을까 싶은, 그리고 참 한결 같은 연기를 펼치는 존경스러운 배우 한석규와 함께 20일 개봉하는 영화 '우상'에 대해 이야기 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 보다 인생에 대한,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많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통해 한석규의 스크린 뒤의 모습과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오히려 더 뜻깊은 시간이었다.


Q. 영화 ‘우상’의 언론시사회에서 “비겁한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했었는데 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A. 음… 그 이야기를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한 부자가 있었다. 그 부자는 자기가 가진 재산을 투자해서 거둬들여서 마르지 않는 재산을 창고에 가득 담으려 하였다. 그리고 그날 밤 죽었다" 나는 크리스찬은 아닌데, 이 이야기는 예수가 했던 이야기고,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숨이 쉬어지더라. 쉬운 이야기인데 정곡을 찌르는 말이자 좋은 비유가 아닌가. 출발이 벌써 ‘부자’였다. ‘한 사람’도 아니고 ‘부자’가 마르지 않는 재산을 갖고 싶었고, 그런 생각을 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그날 밤 죽었다는 뒤통수를 후려치는 이야기다. ‘명회’를 통해서 그런 걸 그리고 싶었다. “죽을 위기에 놓이게 된 명회는 살아남기 위해 어떤 짓이든 했고 살아 남았지만 그러나 그날 밤 죽었다”라는 걸로 요약하고 싶다.
또 기회가 된다면 그 반대로 살아남기 위해 용감한 무언가를 해보는 인물도 해보고 싶다. 그렇게된다면 “한 남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죽고 싶었다. 그런데 죽기를 작정하니 용감해졌고, 죽고 나니 영원히 살게 되었다”가 되겠네요?

Q. ‘우상’ 속 구명회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 주는 멋진 말 같다. 한편으로는 왜 그 이야기를 꺼내셨는지 속내가 더 궁금해 진다.
A. 이상하게 부자 이야기가 계속 머리 속에서 맴맴 돈다. 예수가 부자 이야기를 통해 하고자 했던이야기가 뭐였을까 생각 하다 보면 저절로 나에게 까지 이야기가 확대되고 ‘나는 연기, 영화를 통해 뭘 원하는 거였을까?’ 그런걸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

Q. 생각의 답은 찾으셨나? 연기를 통해 뭘 원하고 계신 건지?
A. 현재까지의 답은 ‘초심’이다. 연기를 하고 싶어했던 그때, 80년 당시 고등학생 시절 뭔가를 보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 때문에 연기를 시작했고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걸 보여 줘야지’라는 마음에 연기를 했었는데 지금은 제가 느끼고 싶어서 하는 것 같다. 연기하는 순간, 일을 하면서 그때 16살 소년이 느꼈던 예술적 체험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연기를 왜 하냐는 것에 대한 답은 나왔는데, 그걸 통해서 무얼 하고 싶은가는 계속 생각하는 중이다. 연기를 꾸준히 하고는 있다.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까…

Q. 연기 경력이 33년이신데 연기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는 게 낯설다.
A. ‘연기가 어떻게 좋아질까? 좋아지는 방법이 뭘까?’를 많이 생각해 봤다.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건 내 직업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건 누구나 하는 것이겠지만 연기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나를 보여주는 일이구나 싶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진솔하게 다 보여주는 것이 좋은 연기 인 것 같다. 젊었을 때는 필터를 치고 보여주기도 하는데 지금은 가능하다면 필터 없이, 모든 가림막을 걷어내고 전부를 다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재료인 내가 좋아져야겠다 싶더라.
연기는 대부분이 리액션에 관한 일들이다. 예전에는 액션이라고 생각했다. 20대나 연기를 배울 때는 능동적으로 이걸 어떻게 하나를 생각했었다. 예전에는 내가 뭘 한다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내가 할 때와 내 순서만 중요하고 그때만 기다렸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연기 하는 걸 보고, 듣고, 반응을 하면서 보니 연기가 조금 좋아지더라. 조금? 조금이라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많이 좋아지더라.
좀 더 폭 넓혀서 생각을 해 보니 살아가는 것도 반응하는 일구나 싶고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한 것이구나 싶더라. 구명회는 영화에서 내내 스스로 능동적으로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사실은 그게 다 반응이었고 바보 같은 반응을 하고 있었다. 바보 같은 선택, 바보 같은 리액션, 비겁하고 교활한 반응을 하는 인물이다. 그런 반응을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그게 바로 영화의 주제인 것 같다. 구명회는 왜 솔직하지 못했을까?


Q. 영화 ‘우상’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캐릭터 때문인지 전체적인 메시지 때문인지?

A. 캐릭터 보다는 이야기의 테마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주제를 이야기하는 스토리가 별로면 캐릭터도 잘 살지 못하더라. 어쩌다보니 영화는 24년을 했고, 이번이 24번째 영화다. 영화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었고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인물을 연기했다. 한 작품 안에서의 변신의 폭이나 운신의 폭이 넓은 캐릭터 보다는 가능하면 작품 내에서 진폭이 넓은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 기쁘다. 구명회는 진폭이 꽤 있는 인물이다.

Q. 새로운 한국 영화를 하고 싶다고 인터뷰 하셨더라. 한석규 배우가 생각하는 새로운 한국 영화는 어떤 것이며 영화 ‘우상’에서 발견한 한국영화의 새로운 점은 무엇이었나?
A. 제가 묻고 싶더라. 이 영화가 새롭게 느껴졌는지 궁금하더라. 스토리를 쫓아가는 건 조금 어렵긴 했을 것 같은데 영화가 끝났을 때 ‘뭘 이야기 하려고 이랬는가?’는 알 것 같지 않은가? 모네의 그림을 당시 사람들이 봤을 때 아마도 깜짝 놀랐을 것 같다. 그 전까지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졌던 세상인데 인상파들의 그림에는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게 무슨 그림이야’라고 생각되기도 했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인상파의 그림도 화풍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화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해되지 않나? ‘우상’은 인상이 중요한 영화다. 영화의 엔딩이 절대로 리얼할 수 없는 엔딩 아니냐. 충무공의 동상이 훼손되고, 구명회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연설하고 청중은 환호하고, 거기에 유중식의 "몹쓸 병에 걸렸는데 아프지 않으니까"라는 마지막 대사가 깔린다.

Q. 마지막 장면에서의 연기 정말 인상적이었다. 외국어를 하신 건가? 애드립이셨나?
A. 마지막 연설 장면의 연기는 특정 언어가 아니다. 조심스러운 표현이기는 한데, 히틀러를 생각하며 연기 했다. 예전에 봤던 다큐 중에 히틀러가 연설하는 모습과 무대 연출장면에서 강력한 인상을 받았다. 우상이라는 이미지를 강력하게 전해주는 무대 연출과 조명이었고 제 기억상 top 3 안에 드는 강력한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다. 대사는 전부 애드립이었는데 이수진 감독은 후시 녹음 때 개 짖는 소리를 한번 해 달라고 하더라. 너무 이미지가 과한 것 같았는데 이수진 감독은 한번 들어보고 싶었나 보더라.

Q. 이번 영화 ‘우상’에서 정말 연기 꽤나 한다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셨다. 설경구, 천우희 배우는 어땠나?
A. 호흡이 좋았다. 지금 현재의 저는 어떻게 하면 리액션을 잘 할까를 고민하고 있는 중인데 설경구, 천우희는 나에게 주는 액셔니 좋았다. 그래서 리액션도 잘 할 수 있었다. 나이만 좀 어릴 뿐 고민은 비슷한 배우들이다. 조선시대 같았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나와 뜻이 통하는 선비들은 다 친구로 지내지 않았나. 그러니 설경구, 천우희 모두 내게 친구, 동료라 할 수 있다. 누가 봐도 꽤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구나 싶은 배우들이다.

Q. ‘우상’이 어려운 영화라는 평도 있었다. 관객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알려주신다면?
A. 관객들이 세 인물 중 한 인물이라도 집중해서 영화를 보면 다 알 수 있는 영화다. 사투리와 캐릭터 특성이 담긴 발음 때문에 어렵다고도 하시는데 한 인물만 쫙 쫓아가다 보면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생각해 봄 직한 주제의 영화고, 새로움으로 남을 영화가 될 것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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