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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민남편

[TV톡] 김구라에 이어 권오중까지 "TV는 갱년기를 싣고"

궁민남편홈페이지 2019-02-25 18:00
[TV톡] 김구라에 이어 권오중까지 "TV는 갱년기를 싣고"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성인병 중 하나가 '갱년기'다. 예전에는 '공황장애'가 예능인들 사이에 흔한 소재로 여러 이야기 끝에 "너두 약먹어?" "공황이야?"라는 말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었지만 요즘은 '공황장애'라는 특정 직업군에게만 흔한 질병보다는 대한민국 성인 누구나라면 대상이 되는 '갱년기'가 대두되며 중년 성인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화두가 되고 있다.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은 그 동안 드라마를 통해 많이 보여져 왔다. 가정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몇십년을 살다가 문득 돌아보니 여성으로의 기능도 상실하고, 존재감도 잃어버리게 되고, 심지어 갱년기 증상까지 겹쳐 약간은 히스테릭한 모습을 가지게 된 엄마의 모습이 방송을 통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여성 갱년기 증상의 이미지였던 반면 상대적으로 남성들의 갱년기 증상은 보여지지 않았었다. 남자는 여자보다 강한 존재라는 유교적인 사상이 배경이 되어서 일까? 은퇴이후 살림을 하는 남자들의 모습 조차도 파격적으로 보여지던 게 불과 몇년 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남성들도 여성들과 동일하게 일정 연령이 되면 갱년기 증상을 앓게 되며 '갱년기'를 통해 인생의 긴 여정 중간에 한번씩 주변의 위로와 사랑을 충전하고 자신을 보살필 필요가 있는 존재라는 것이 TV를 통해 공식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갱년기'의 TV 진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김구라가 '라디오스타'를 통해 "요즘 갱년기"라는 말을 자주 하면서 더불어 "눈물이 많아졌다" "의욕이 없다"등 구체적인 증상들을 이야기 하면서 남성 갱년기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핀 것이다. 그냥 지나가는 말 처럼 쓰던 '갱년기'라는 단어를 중년을 대표하는 연예인이 방송을 통해 떳떳하게 '갱년기'를 언급하니, 어쩐지 비밀스러운 사적인 고민이 아니라 터놓고 이야기 해도 되는 모두의 고민처럼 인식이 바꿔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갱년기'를 공론화 시킨 김구라는 급기야 '갱년기로 인한 단기 요양'을 이유로 '라디오스타'를 비롯, '복면가왕' 외에도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잠시 불참하며 '갱년기'라는 증상이 심할 경우는 잠시 자신의 업을 쉴 정도로 생활에 영향을 주는 병이라는 생각을 대중적으로 알렸다.

이후 여러 방송에서 '갱년기'를 소재가 다뤄지기도 했지만 어제 방송된 '궁민남편'에서는 권오중의 갱년기 극복을 위한 파티까지 열렸다. 남들은 공감하지 못할 작은 단서에도 울컥하며 눈물이 자주 나고, 본인도 놀랄 정도로 돌발적으로 욱할때가 있어서 갱년기 검사를 받으러 갔었다는 권오중을 위해 '궁민남편' 멤버들은 권오중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잘 하고 있다'는 위로와 격려를 해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심리치료까지 동원해 권오중의 마음을 다독이던 와중 뜻하지 않게 심리치료를 주도하던 교수까지 '갱밍아웃'을 하며 눈물을 쏟아내는 웃픈 상황까지 연출되었다. 중년 남성들의 뜻밖의 눈물 파티를 보며 깔깔거리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 짠하기도 했던 어제의 방송이었다.


방송 이후 권오중에 대한 시청자들의 응원이 쏟아지게 된 데에는 그의 특수한 가정사가 포함된 영향도 컸지만 그 방송을 보고 중년들의 마음이 움직인 건 그의 가정사에 대한 동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힘들고 지칠만한 상황은 중년이라면 누구에게나 다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남자라는 이유로, 가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했고, 또 그렇게 제때 표현되지 못해 가슴에 켜켜이 쌓이기만 하는 감정들은 맥락 없는 눈물이나 욱하는 감정으로 불쑥 불쑥 생활 속에 들어나 당황했던 중년들도 많았다. 그런 중년의 흔한 마음 앓이를 '갱년기'라는 타이틀을 핑계삼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당당히 위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갱년기' 소재의 대중화는 큰 공감을 불러왔다.

'갱년기'거나 '공황장애'거나, 키워드가 무엇이건 간에 우리 주변의 구성원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고 이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참 감사했던 기획이었다.


iMBC 김경희 | 화면캡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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