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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김성훈 감독 "가장 무섭고 냉정한 관객은 한국 관객이다"

기사입력2019-02-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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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이 공개 되고, 리뷰도 쏟아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씩 열거하는 매체도 있고, 방송이나 영화처럼 시청률, 또는 관객수가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해 넷플릭스를 탓하는 매체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우리나라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닌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의 독창적인 크리처를 알리고,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을 하게 만든 주인공인 김성훈 감독을 만났다.


Q. 넷플릭스는 작품하시기 이전에도 이용을 했던 플랫폼인가?

A. ‘하우스 오브 카드’나 ‘기묘한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워킹 대드’ 같은 작품도 넷플릭스를 통해 봤었다. 브라질의 SF인 ‘3%’를 보면서도 깜짝 놀랬다. 이렇게 고 퀄리티라니!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은 ‘끝까지 간다’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공개됐더라. (웃음) 오랜만에 봤는데 재미있더라. 제가 ‘킹덤’을 할 때 ‘끝까지 간다’에 나왔던 이선균은 ‘나의 아저씨’를 찍고 있었다. 이선균에게 “분량이 너무 많아서 드라마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막 진짜 엄청 웃더라. 겨우 6부작 같고 힘들다고 하면 안 된다고. 드라마와 영화는 호흡이 다르다. 드라마는 긴 호흡으로 밀도는 조금 낮게, 영화는 짧은 호흡이지만 밀도는 높게 가다 보니 마치 안 쓰던 근육을 쓰는 것처럼 부담스럽고 과부하가 와서 지금 여기저기가 아프다.

Q. 넷플릭스와의 작업도 처음이시고 드라마도 처음이시다. 둘 중의 어떤 것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신 건가?
A. 어느 하나 때문이라 단정 짓기는 애매하다. 둘 모두가 저에게 신선했다. 시리즈 물이라는 것도신선했지만 거기에 제약이 따랐다면 또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또 엄청난 아이템을 만난다면 다른 플랫폼을 선택할 수 도 있겠지만 드라마에 대한 새로움, 그 속에는 당연히 김은희라는 작가가 있었다. 김은희 작가는 저의 오래된 친구이자, 좋아하는 형의 아내이자, 저에게 맛있는걸 사주시는 분이자, 정말 믿음이 가는 작가다. 그리고 창작의 자유가 무한하다는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매체가 궁금했다.

Q. 역시 ‘사극’도 처음이시고, ‘좀비물’도 처음이셨다.
A. 사극과 좀비도 첫 선택이었다. 저는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킹덤’에는 겁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래서 그들이 어떤 때 긴장하고 어떤 걸 두려워하는지를 잘 알 수 있었고 그런걸 잘 활용할 수 있었다. 저 문을 열면 안 되는데 두려워도 꼭 열게 되지 않나? 일단 하고 봐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궁금한 건 해봐야 했고, 너무 궁금해서 해 봤는데 정말 힘들구나 라는 걸 느꼈다. 그런데 힘들어도 쾌감은 있다. 작품의 결과를 떠나서, 지금까지 함께 해온 스탭, 배우들과의 여정도 재미있었고, 험난해서 더 단단해 진 것 같다. 쑥쓰럽지만 결과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좋아 해 주시는 분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많아서 뿌듯하기도 하다.


Q. 세트 촬영보다 야외 촬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A. 사극 특성상 현대문물이 없는 곳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건 곧 온기가 없다는 뜻이다. 텐트나 천막을 치지 않은 한 춥고, 현장에 따뜻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가까이에 없다. 그러다보니 추위가 가져오는 고통이 이렇게 크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는 더위가 더 싫었었다. 하지만 수 십년 동안 가졌었던 생각이 바뀌더라. 더위는 힘들지만 추위는 아프다. 주지훈은 너무 추우니까 발가락을 끊어 내 버리고 싶다고 하더라. 3부에서 사또가 대청마루 밑에 숨어 있는 장면을 찍던 날이 지난 몇 십년 사이 가장 추웠다는 날이었다. 그날 넷플릭스 본사에서 2명의 직원이 현장을 왔다가 생에 첫 강추위를 맛보고 끝까지 현장에서 못 버티고 중간에 사색이 되어 들어갔다.

Q. 눈길에 사고도 나셨다고 들었다.
A. 황매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와중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봅슬레이처럼 내려오게 되더라. 짧은 순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 ‘이제 좀 살만한데… 여기서?’라는 생각도 들었고, 차는 완파 되었는데 사람은 멀쩡했다. 그 짧은 순간이 정말 무서웠다. 눈길에 운전 과신은 앞으로 절대 하지 말자고 다짐했고 이제 하늘에 눈이 보이면 차를 안 타게 되더라.


Q. 회당 얼마의 제작비가 들었느냐에 관심들이 많더라. 보통의 드라마 제작비와 비교 했을 때 어떤 수준인가?

A. 저희도 정확한 숫자는 모른다. 그냥 처음에 넷플릭스가 제안한 금액보다는 제작비가 상승됐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 모든 작품들이 최초의 금액보다 얼마건 더 필요로 하게 되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다들 겪는데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하는 첫 작품이고, 저는 드라마가 처음이고, 김은희 작가도 이런 시리즈는 처음이고, 제작사 또한 드라마만 하던 고이라 다들 몰랐던 게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애초에는 한국 드라마를 기준으로 제작비를 책정했으나 저는 어떤 매체, 어떤 기기를 통해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영상을 펼치고 싶었다. 영화 퀄리티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 했고 화상회의와 실제 스킨십 등을 통해 결국 애초 금액의 70~80% 상승된 수준으로 제작비를 썼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더 공을 들였고, 그만큼 제작비가 더 들어간 것인가?
A. 완성도 높이고 미술적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세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 뿐 아니라 아이디어와노력도 필요하다. 세트에서 촬영을 한다면 세트를 꼼꼼하게 다 채워야 하고, 그만큼 미술, 소품에 공을 들여야 하겠지만 ‘킹덤’의 경우 아름다운 곳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조금 멀고 이동시간이 걸리더라도 누가 봐도 배경적으로 아름다움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수고를 당연히 했다. 2부에 등장하는 ‘언골’이 포항 구석에 있는 곳인데 거길 가려면 차를 타고 산 입구까지 가서, 장비를 내려 짊어지고 등반을 해야 했다. 서사와 동떨어진 아름다움이 아니라 스토리에 어울리는 시리도록 예쁜, 하지만 그 속에는 뭔가 숨어 있을 것 같은 곳을 찾아 다니려 했다. 극에 꼭 어울리는 스산한 분위기, 뭔가 나올 것 같은 장소가 이야기를 창조해 내는데 꼭 필요했다. 1부에 나온 창덕궁 후원의 경우도 그렇다. 문화유산이어서 촬영 허가도 어려웠고, 조금이라도 생채기를 내면 안 되고, 그래서 일의 효율은 떨어졌지만 후원의 연못에 시신을 감춰야 해서 촬영을 진행했다. 시신의 은닉 조차도 엄격한 품격 속에서 이뤄진다는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싶었다. 수면 위에는 엄청난 아름다움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아래는 엄청난 추악함을 숨기고 있었다는, 가장 아름다움과 가장 추악한 걸 대비시켜 보여주는 장소들을 찾는 데 고심을 많이 했다.


Q. 드라마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드라마의 경우 작가의 대본이 더 중심이 되고 영화의 경우현장에서 감독의 디렉션이 더 중심이 되는 것 같다. 이번 작업 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하셨나?
A. 작가님께서 애초에 제가 작업했던 스타일대로 하라고 하셨다. 저도 물론 대본 속에 드라마 작가의 세계관과 철학이 담겨 있는 거라 훼손할 수는 없었다. 작품 초반에 시대에 대한 해석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기본적인 생각들이 일치하면 그 바탕 위에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찾아 나가고, 영상의 표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Q. 그 부분에 대해선 김은희 작가도 강조를 하셨다. 감독님이 타이틀 영상을 만드신 걸 보고 작품의 기획의도와 서사를 정확하게 파악하시고 만들었다고 박수 치셨다고 하시더라.
A. (웃음) 타이틀이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외부에 맡길까도 고민했는데 드라마 한 편의 제작비가 들더라. 그래서 내부에서 제작을 했다. 미드나 외국의 시리즈 물을 보면 타이틀이 있는데 이 타이틀에는 배우의 이름, 만드는 사람의 이름도 들어가고, 배우 이미지를 주로 쓰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이미지를 넣는 게 좋을까를 고민하다가 타이틀뿐 아니라 서사로의 기능도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부를 보다 보면 1부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서사처럼 보여지게 하자는 게 의도였다. 저건 뭐지? 향이 나오고, 염을 하는 가 싶다가 어떤 식물이 나오고, 침이 나오고 다시 숨을 들이 마시는 그림이 나온다. 죽은 왕에게 생사초 침을 놓아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전사를 보여지게 하였고 1부의 타이틀에는 화면을 받쳐주는 서사적인 음악도 썼다. 그런데 2부부터는 서사의 기능이 끝나기 때문에 같은 영상을 쓰되 멜로디가 강한, 타이틀의 기능을 하는 음악을 썼다. 2부부터 타이틀을 생략하고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혹시 관심이 있으시면 타이틀을 유심히 봐달라. 의미 있는 ‘킹덤’의 시청 요령이라 할 수 있다.

Q. 글로벌하게 공개되는 작품이다. 가장 걱정을 했던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A. 가장 무서운 관객은 한국 관객이다. 가장 서사를 냉정하게 본다. 가짜 같으면 대번에 안 본다. 한국 관객은 이야기에 빈틈이 드러날 때 가장 냉정하다. 눈높이가 높기에 한국의 드라마, 영상이 발전할 수 있는 것 같고 그래서 한국 작품은 서사가 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외국의 시선, 외국의 눈높이도 걱정은 되었지만 예를 들어 외국인이 쉐프가 외국에서 한국인을 타겟으로 된장찌개를 끓인들 과연 우리의 입맛에 쏙 맞겠나? 그냥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는 넷플릭스의 피드백을 들었고 이해가 안 되면 빼는 게 아니라 어떻게 설득 시킬까를 고민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서사보다 궁궐과 관하의 구분이었다. 우리에게는 궁궐과 관하가 한 눈에 구분이 되는데 외국인들은 구분이 안 된다더라. 그래서 자막을 슬쩍 넣었다. 사대부 문화에 대해서는 의외로 ‘저기는 저렇구나~’하고 받아들이기는 하더라.


Q. 요즘 영화 감독들이 드라마로 진출을 많이 하신다.

A. 영화를 했던 분들은 2시간에 담지 못하는 서사가 분명히 있다. 좀 더 길게 하고 싶은 걸 풀 수 있는 게 드라마고, 드라마에서는 영화에서 보여줬던 표현법에 대한 욕구, 새로운 방식에 대한 욕구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둘이 합치면 더 다양한 생태계가 나오지 않겠냐. 만드는 입장에서나 보는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늘어나니까 더 다양한 창작물들이 더 나오지 않겠나. 계속 이렇게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김성규 배우가 화제다. ‘킹덤’에서 영신을 연기했었다.
A. 아, 김성규 배우는 ‘터널’을 함께 했었는데 그가 나온 장면이 통 편집 됐었다. 정말 연기를 잘 했던 친구였는데, ‘범죄도시’에서 양태로 나왔던 장면의 가편집본을 모니터링 차원에서 봤는데 어마어마하더라. 그래서 미팅을 했다. 이 친구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 같아서 현장에서 양해를 구한 뒤 5분간 시간을 주고 대사를 줬는데 지금의 영신의 모습을 보여주더라.. 몸도 정말 잘 쓰는 배우고 정말 좋은 배우다. 배두나와 첫 촬영을 하는데 ‘터널’때 단역이었던 김성규가 배두나와 연기하는 데 얼마나 떨렸겠나. 그런데 촬영하고 모니터 할 때 배두나가 와서는 ‘저 배우 도대체 누구예요?’라고 묻더라. 눈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진솔하게 빠져들게 만든다며. 능력 있는 친구가 제 옆에 있었던 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Q. 아직까지 ‘킹덤’을 못 본 분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소개하자면?
A. 탄탄한 서사와 액션적인 쾌감, 스릴, 서스펜스적인 감각까지 장르적인 재미가 있다. 청불이니까 남녀노소 모두는 아니지만 법적으로 보실 수 있는 분들께는 쾌감을 드리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우리나라 방방곳곳의 킹덤 촬영지들을 찾아 보는 것도 추천 드린다. 저도 한국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나 싶은 곳들이 많더라. 여러분도 아마 깜짝 놀라실 거다.

iMBC 김경희 | 사진 이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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