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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재기발랄한 웃음 가득한 영화로 돌아온 이병헌 감독

기사입력2019-0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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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으로 돌아온 이병헌 감독을 만났다. 매 장면마다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영화를 만든 감독이면서 이렇게까지 점잖고 조용해도 되나 싶게 샤이한 이병헌 감독이었지만 그래도 답변 속에는 꾹꾹 눌러 담아 응축된 그 간의 고민과 소신이 가득 담겨 있었다.


Q. ‘극한직업’ 관객 입장에서는 너무 재미있게 봤다. 감독 입장에서는 어떤가?

A. 전작에 비하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준비할 때부터 의도가 순수했고 영화 평가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오직 웃기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달렸었다. 만드는 사람이건 보는 사람이건 편하게많이 웃고 행복한 기운을 느끼자는 명확한 의도가 있었기에 반응도 좋은 것 같다. 보신 분들이 작정했다고들 하시던데 정말 작정했다. 웃기기 위해서라면 불필요한 씬이 추가되지 않는 선에서 이래도 되나 싶게 채워 갔다. 등장인물 누가 되었건 한번 이라도 등장하면 반드시 웃기고 빠져야 한다는 자세였다.

Q. 배우들이 감독님에 대해 ‘이제는 충무로 대표 미남 감독이 아니라 나무늘보다’라고 할 정도로 현장에서 말씀이 많지 않으시다고 하더라. 이렇게 말 맛을 살리는 영화 감독님 치고는 너무 조용조용하신 거 아닌가?
A. (희미하게 웃으며) 평소에 말은 좀 없는 편이다.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효과적으로만 쓰려고 하는 편이다. 전달하는 부분은 정확히 하고 그 외의 부분은 계속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좀 더 좋은 작품이 나오고, 사고도 막을 수 있더라. 영화 ‘스물’때 현장 편집본이 2시간 40분이 나왔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50분을 덜어내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돈도 아까웠고 내가 찍은 그림이 잘려나가는 걸 보면서 제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저걸 왜 계산 못했을까? 시나리오 때부터 계산을 했으면 됐을 텐데 싶어서 ‘바람바람바람’때 부터는 시나리오에서부터 철저하게 계산을 했고, 현장에서는 그걸 지키려고 곤두서 있는 편이다. 제가 계산을 정확하게 해야 나중에 버려지지 않더라. 오늘 촬영은 몇 시에 끝낼까 부터 오늘 찍을 분량을 다 찍었는지 현장 편집본을 보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러니 말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 정도다. 현장 편집본을 두 시간으로 끊고 거의 안 버리고 보여드리려고 한다.

Q. 리액션도 약하신 가 보더라. 배우들이 현장에서 감독님을 웃기려고 그렇게 많은 노력을 했다던데, 어떤 장면에서 기대 이상으로 웃기셨나?
A. 제가 리액션도 별로 없는 성격인데, 다 웃겼다. 류승룡이 워낙 애드립도 잘 하고, 다른 배우들도 예기치 않게 합의하지 않은 애드립도 많이 해서 저는 거의 모든 장면이 다 재미있었다. 카메라 밖에서는 이하늬가 붙임성도 있고 성격도 좋았다. 장난도 잘 치는데 내가 그걸 잘 못 받아줬다. 나는 계속 생각해야 하는데 자꾸 이하늬가 장난을 쳐서 나중에는 리액션도 좀 크게 해주고, 이하늬가 오면 나의 시간을 갖는 건 힘들겠다 싶어서 생각하는 걸 포기 했다.


Q. 이하늬와 진선규는 의외의 조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신선한 조합이었는데 캐스팅 당시 이런 호흡을 예상 하셨나?
A. 고반장으로 류승룡을 결정했을 때 안정적으로 이 연기를 할거라는 걸 믿었기에 마형사, 장형사는 시선한 조합이길 원했다. 류승룡이 극 전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주기 때문에 신선한 조합을 시도하는 것이 모험 같지 않았다. 진선규는 ‘범죄도시’의 위성락만 아니면 뭘 해도 다 신선할 것 같았다. 이하늬도 그래서 캐스팅 했고, 결과적으로 굉장히 만족한다.

Q. 진선규 배우가 무명 시절에 막 ‘스물’을 개봉한 감독님과 만나서 오랜 시간 대화를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때 인연으로 진선규를 캐스팅 한 건가?
A. 그때 굉장히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너무 진솔하고 따뜻한 분이셨다. ‘스물’을 막 개봉 했을 때라 한참 치열함이 남아 있을 때여서 독기도 있었는데 그렇게 선하고 따뜻한 사람을 만난 게 참 기억에 남았다. 우리 꼭 빠른 시일 안에 같이 하자 고는 했었지만 배우로 캐스팅 할 때 그때의 만남이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같이 일하는 시간이 빨리 와서 서로 감격하고 벅차했다.

Q. 주연들도 연기가 나무랄 데 없었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신하균과 오정세 때문에도 엄청 웃었다. 특히 신하균이 연기한 이무배는 정말 독특했다.
A. 이무배 라는 악당에 대해 신하균과 이야기 하면서 전형성에서 너무 떨어지지는 말자고 했다. 조금 다른 설정 하나만 추가하면 굉장히 버라이어티한 코미디 안에서 새로울 수 있을 거라 생각 했고 그걸 신하균이 잘 만들어 줬다. 이무배의 말투가 독특했는데, 한없이 가벼웠다가 한 순간에 묵직해 지는 부분이 있는 인물이다. 그렇게 감정의 기복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캐릭터의 연기를 누가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당연히 베테랑 연기자가 필요했고, 신하균과 전작을 같이 해서 잘 해줄 거라는 계산이 있어서 섭외를 했는데 역시나 잘 해 주셨다. 그리고 시나리오 때부터 오정세 역할은 계산이 되어 있었다. 따로 놓고 봤을 때 좀 재밌다는 정도 였는데 실제로 신하균과 오정세가 붙으면서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풍성해졌다. 둘이 붙으니까 엄청난 시너지가 나더라.


Q. 개인적으로 오정세의 스타일링이 정말 웃겼다. 신하균과 너무 대조적이더라. 혹시 직접 스타일링 가이드를 하신 건가?

A. 제가 인터넷 쇼핑을 좋아하는데 레트로적인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문득 그런 스타일이 생각 나더라. 이무배는 양조위가 생각나는 댄디하고 말끔한 더블 슈트가 대표적인 이미지라면 테드창은 피자집 체인점의 사장 같은 느낌도 나게 스타일리쉬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무배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그렇게 만들어 진 스타일이다.


Q. 혹시 영화를 만들면서 참고했던 작품은 있으신가?
A. 참고한 영화는 전혀 없다. 영화인이 아니라 예능인의 자세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 에만 집중했다. 대신 오마주는 있었다. 홍콩 느와르 같은 톤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음악도 그렇고 이무배의 스타일도 참고를 했다.

Q. 감독님의 작품들은 말 맛이 살아 있는 영화로 많이 평가된다. 혹시 대사를 재미있게 쓰시려고 참고하는 누군가의 말투가 있으신가?
A. 평소에 하거나 듣는 말 중에 재미있는 건 메모하고 사용하는데 누구를 참고하는 건 크게 없다. 말 맛이라는 게 평소에 갖고 있는 걸 편하게 쓰고 휘두르는 게 아니라 수정을 반복하면 어떻게든 조금씩 재미있어지더라. 촬영본의 대사가 처음부터 나온 건 아니다. 수정하면 무조건 좋아지는 것 같아서 어떤 작품이건 각색하는 시간을 많이 벌려고 하는 편이다.

Q. 초반에 영화에 대한 평가에 강박이 있으셨던 것처럼 말씀하셨다.
A. ‘바람바람바람’까지는 영화 평가에 대해 강박이 좀 있었다. 영화에 대한 과욕도 있었다. 그런데제가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정말 즐거운 작업이 안 되는 거 같더라. ‘내가 마음 먹으면 이런 강박이 내려놔 질 수 있나?’ 싶어서 내려봤더니 내려놔지더라. 그리고 평가도 더 좋더라. 즐겁게 작업하고, 그런 기운이 전달되길 바랬다. 이전까지의 작품에서는 인물들이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 되어서 제가 꽉 잡고 놓지 않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듣고 많이 물어봤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 혼자 판단하지 않고 일단 준비해 온 연기를 봤고, 편집실에서도 스탭들의 말을 정말 잘 들었다. 완성본은 거의 편집기사 버전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내 생각과 다른 건 스탭들과 거수로 결정하기도 했다.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고 밀고 갈 때에 비해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지만 이번부터 작업 스타일을 이렇게 바꿔봤다.

Q. 전작들과 이번 작품이 어떻게 다른 건가?
A. 영화마다 다른데 ‘스물’도 그렇고 ‘바람바람바람’ ‘힘내세요 병헌씨’도 그렇고 저는 정통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이고 내면의 찌질하고 불편한 걸 끄집어 내는 영화였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마냥 웃기면 안 된다는 전제가 있었다. 하지만 ‘극한직업’은 완전히 결이 다른 영화여서 무조건 웃겨도 되는 영화다. 근데 참 의외인 게 제 영화에 대해 B급 정서라고들 평 하시던데 개인적으로는 A급인 걸 하고 있다. 저에겐 A급인게 대중적으로는 B급인가 보더라.

Q. 이번 영화에서 가장 애정 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A. 특별히 공을 들인 씬이기도 하고 볼 때 마다 마음이 쓰이는 건 초반의 추격씬이다. 너무 더운 날 찍어서 배우 스탭이 모두 고생했다. 한번 달리면 30분 이상 쉬어야 해서 꼭 필요한 컷만 찍을 수 있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씬에 어울리지 않게 제한된 상황에서 촬영을 했어야 했다. 추격을 시작하고 차가 부딪히는데 까지 꼬박 4일을 찍었다. 굉장히 많은 컷으로 편집, 조합해서 만들어 내는데 꼭 필요한 것만 생각해서 찍으려니 조마조마했다. 배우, 스탭들 모두 너무 더운데 오래 서 있다 보니 힘들 까봐 걱정도 했었고, 당시에는 포도당이 이렇게 귀한 거였나 싶더라.

Q. 각색도 많이 하셨고, 연출도 하셨다. 각색하고 연출했던 작품 모두 다 통틀어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
A. ‘바람바람바람’이 가장 좋다. 가장 불편한 소재였기에 모험이었고 도전이었다. 제가 할 일도 많았고 통제해야 하는 것도 많았던 작품이었다. 그만큼 많이 신경 쓰고 공들였기에 의미 있는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흥행에 따른 연민이 있다는 게 아니라 작업을 마치고도 ‘이 작품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Q. JTBC에서 ‘멜로가 체질’이라는 작품을 하실 거라 들었다. 웹드라마를 쓰셨던 건 봤는데 방송의 드라마는 또 다른 작업일 것 같다.
A. 아직 현장을 못 나가봐서 실제로 얼마나 힘들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배우면서 할 것 같다. 영화도 배우면서 했어서 큰 부담은 없다. 대본 작업부터 하고 있는데 막상 작업을 해 보니 길긴 하더라. 준비를 많이 해야겠고 집중하려고 애쓰고 있다. 대본도 쓰고 연출도 해야 해서 약간 바쁘다.

Q. 혹시 다음 영화 작품으로 염두에 둔 장르가 있으신가? 코미디쪽에서 반응이 좋았으니 또 코미디를 하실 건가?
A. 준비중인 건 있는데, 무조건 웃기고 보자는 코미디는 아닐 것 같다. 휴먼에 중심을 둔 작품을하고 싶고, 신파류가 될 수도 있다.

Q.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예매를 놓고 고민하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건 이 영화를 하게 된 의도다.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고, 많이 웃었으면 좋겠고, 그만큼 행복한 기운을 가져갔으면 좋겠고, 한 해의 시작에서 기분 좋은 출발점을 가져가는데 우리 영화가 도움되었으면 좋겠다. 마냥 웃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수사극. 류승룡·이하늬·진선규·이동휘·공명이 출연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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