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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임성한 작가, '암세포도 생명' 대사 다시 꺼낸 이유는… – 독점 인터뷰

기사입력2019-0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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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MBC 일일 드라마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절필을 선언한 임성한 작가를 만났다. 그 동안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던 팬이기도 했거니와 ‘흔한 사내 조직개편’때문에 ‘압구정 백야’ 드라마의 홈페이지를 운영했던 인연도 있었던 터라 [암세포도 생명 임성한의 건강 365일]이라는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 내어 연락을 드렸었다. 언론매체 인터뷰는 일절 안 하시겠다고 했었지만 드라마를 같이 했던 ‘동지’의 마음으로 작가님과 결국은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 몇 마디를 나눌 수 있었다.
책을 낸 지 얼마 안되어서인지 임성한 작가는 자연스럽게 먹는 음식 이야기, 건강 이야기부터 건네었다. 임성한 작가는 보통보다 훨씬 마른 체구이지만 꼿꼿했고, 말랐다고 해서 힘이 없는 스타일은 아니셨다. 이야기 화제거리도 다양했고, 궁금한 것도 많았고, 기억력도 좋았으며, 활력 넘치는 이야기꾼이었다. 사소한 상황에도 작가다운 관찰력과 표현이 넘쳐났고, 질문에 대한 대답은 거침없이 시원시원했다. 정치, 사회, 환경, 연예계 이슈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했었으나 드라마와 관련된 내용만 정리하였다.


Q. 작가님 책을 읽었는데 책에서 ‘압구정 백야’때 대본 읽으면서 느꼈던 작가님 특유의 어투가 느껴져서 반가웠다. 모든 병을 다 다루신 건 아니고 일단 가장 많이 경험해 본 질병 중심으로 쓰신 것 같더라.

A. 다른 병도 더 많았는데 책의 양이 넘쳐서 할 수 업이 중간에서 끊은 거다.
Q. 넘쳐서 못 쓴 내용을 포함해서 다음 책을 쓰실 건가?
A. 써야죠! 언제 다 쓸지 모르겠지만.
Q. 제목은 왜 이걸로 정하셨나?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제목은 너무 강렬하지 않나?
A. (웃음) 하도 그게, 너무 회자 되지 않았나. 내가 쓴 책은 건강 이야기고, 그 말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해명도 할 겸, 워낙 유명한 말이었으니까 사람들이 바로 알 수 있게끔 그 대사를 제목으로 했다. 좀 더 우아한 제목을 했어야 했을까? 그런데 우아한 제목들은 다른 책들도 많고, 나와 맞물려서 회자된 최근의 논란거리니까 제목으로 쓰고 싶었다.
Q. 제목을 보니 용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A. 부정적으로 그려진걸 끄집어 내서 제목으로 삼아서? 난 내가 대본에서 썼던 말들이 부정적으로 회자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에 얼마나 더 크고 심각한 문제가 많은가? 그런 것에 비하면……
Q. 당시 대본 쓰실 때 이 말이 이렇게 회자가 될 거라 생각했나?
A. 요만한 거라도 쓰면 나는 욕먹기 바쁘기 때문에 이것도 분명 논란이 될 거다 알고 있었다. 그걸 듣기 싫어서 안 쓰는 건 겁쟁이 아니냐? 논란이 겁나서 필요한 말도 못 쓸 정도로 소심하지 않다. 내 성격이 대심하지도 않지만 소심하지도 않다.


Q. 대부분의 드라마 작가들은 작품을 하더라도 현장의 스텝들까지만 챙기고 공식 홈페이지의 운영자까지는 챙기지 않았다. 하지만 임작가님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들어갈 때 마다 공식 홈페이지 운영자까지 내 식구처럼 챙기시더라.

A. 내 프로그램을 위해 노고를 쏟는 분들인데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Q. 다른 작가들도 다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은 있을 텐데 작가님처럼 직접적으로 모든 스텝을 챙기지는 않았다. 매회 방송이 끝나고 나면 댓 글도 일일이 보셨었고, 그에 따라서 예고 영상의 썸네일은 어떻게 써 달라는 작가님의 세세한 가이드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A. 아무래도 여자다 보니까, 남자들에 비해 좀 섬세한 건 있지 않을까? 내 작품은 댓 글도 많이 달리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많이 반영하며 작품을 만들다 보니 홈페이지 운영자도 당연히 한 팀으로 움직인다 생각했다. 댓 글들은 내가 신이 아닌 이상 실수가 있고 놓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내가 의도 했던 대로 시청자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더라. 그런 걸 다 체크해서 다음 대본에 반영 한다. 그래서 사실 작품을 하면서 너무 바빴다. 날마다 새로운 대본도 쓰면서 어제 방송의 피드백도 확인해야 해서. 그래서 (드라마 작업을 하지 않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있었던 게 얼마만인지…… 내가 책을 낸다고 할 때 주변에서 다들 말렸다. 출판업계가 얼마나 힘들고 책 내는 과정이 얼마나 빠듯한지 아냐며. 하지만 난 드라마 쓰는 것만 아니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했을 정도다. 그 정도로 드라마 쓰는 게 힘들었다. 보조작가 없이 혼자서 취재도 하면서 일일 극을 쓴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드라마 쓸 때 몸으로 때우기만 하는 일이라면 문제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드라마 대본을 쓴다는 건 날밤을 샌다고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니다.


Q. 그 동안 작가님의 필모들을 보면 언제 취재하고 구상하셨나 싶게 계속해서 작품을 연속으로 하셨다. 그 많은 이야기들은 어디서 어떻게 나왔나?

A. 한가지 이야기를 하면 그 다음 이야기는 벌써 머리 속에 가득 차 있다. 이 드라마를 쓸 때 그 다음 소재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벌써 생겨나 있다. 다른 작가들은 한 작품을 하고 나면 그 작품에서 못 헤어난다고들 하는데 나는 다음 이야기를 쓰고 싶은 생각에 쉽게 전 작품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잘 나가던 성악가가 겹사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보고 또 보고’의 소재가 나오게 된 거다.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Q. 스토리를 구상하려면 단순히 상상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나? 사람도 만나고 취재를 해도 뭘 할까 말까에 대한 확신이 안 들 것 같은데……
A. 소재가 결정되면 그 다음에는 완전히 머리로 구상을 한다. 구상을 하고 나면 인물들의 직업들이 나오는데, 취재는 직업이 나오고 난 다음에 한다. 직접 취재를 하면 내 머리 속의 구상과 직업에서 나올 에피소드들에 살을 붙여 나가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Q. 거의 스토리텔링의 천재이신 거 아닌가?
A. 천재라니, 다 노력으로 하는 거다. 드라마만 온통 생각한다. 다른 모든 건 하지 않고. 생각보다 취재는 쉽지 않고, 취재를 하고 나면 드라마는 거의 다 쓴 거나 마찬가지다. 직업 취재 중에 어떤 에피소드를 동원해야겠다는 것과 어떻게 끌고 가야겠다는 게 대부분 나온다. 나도 취재에 잘 응하지 않듯이 사람들도 잘 안 해주려고 한다. 그런 분들을 설득하고, 소중한 시간을 빼내서 원하는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른 작가들은 직접 취재 하지 않고 보조작가들에게 맡기기도 하는데 나는 내가 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이라 내가 다 했다.
Q. 작가님 작품에는 평범하지 않은 직업들이 나온다. ‘왕꽃 선녀님’ 때는 총리도 나왔었다. 일일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직업이었다.
A. '왕꽃 선녀님'때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내가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하고 중단했었는데 원래는 이후에 정치 쪽으로 넘어가서 대통령까지도 이어지는 스토리였다. 그래서 처음에 직업을 총리직부터 깔아 둔 거였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왕꽃 선녀님’ 후반부는 내가 이어서 써볼까도 생각한다. 뒷부분이 내가 의도하지 않은 대로 흘러가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미안하더라.
Q. 드마라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캐스팅도 직접 관여하시는 것 같더라. ‘압구정 백야’때도 여 배우의 결정이 늦게 된 걸로 알고 있다.
A. 내가 봐야 배역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아니까 직접 본다. 갈수록 예쁜 배우들이 없어진다. 남자 배우들은 갈수록 인물이 고와지고 예뻐지는데 반면 여자배우들은 성형을 한 배우들이 많아지더라. 내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캐릭터가 세고 연기도 잘 해줘야 하는데 예쁜 배우들은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 박하나가 느낌이 맞아서 다행이었다. 연기도 잘 해줬다. 65회때 은하(이보희)에게 기 하나 죽지 않고 매맞는 모진 연기를 다 해줬다. 그런 연기는 아무나 못한다. 고맙지 뭐......



Q. 남자 배우들의 경우는 임작가님의 작품에 캐스팅 될 때 마다 ‘임성한의 남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기사가 나왔었다. 남자 배우들을 캐스팅 할 때 좀 더 각별하셨나?
A. (웃음) 나는 특별한 생각 없었는데 기자들이 그렇게 붙인 거다.
Q. 작가님의 대본은 정말 재미있었던 게 중간에 개그적인 이야기도 들어있더라. 50대 남편이 아내에게 ‘어디 가냐?’고 물었다가 혼났다고 하니까 70대 남편은 아내에게 아침에 눈 떴다고 혼났다는 것 같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대본 보면서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난다.
A. 시청자를 지루하게 하면 안 되니까. 피곤한 현실을 잊어보고자 TV앞에 쉬러 온 시청자들인데 그때 지루하면 안되지 않냐. 내가 갖은 머리를 다 쥐어 짜내서 에피소드를 집어 넣는다. 그런데 그런 우스개 소리가 또 우리의 현실 일부를 반영하기도 한다.

Q. 작가님의 작품에서 가장 큰 특징은 가족 관계의 설정이었다. 독특한 가족 관계 설정은 어떤 이유에서 하시게 된 건가?

A. 다 고만고만한 드라마들은 너무 재미가 없지 않나. 뭔가 새로운 게 있어야 했고,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에 집중했다. 남이 다루지 않은 소재를 찾으려고 했다.
Q. 작품을 하시면서 힘들지 않으셨나? 왜 내가 이런 소재를 해서 사람들이 아우성인가에 대해 아쉽거나 서운하지는 않으셨는지?
A. 호 불호가 갈리고 여론이 많다는 건 관심을 받는다는 거니까 힘들어도 긍정적인 면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겹사돈도 그렇고 세상에 실제로 있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내가 드라마를 하고 나서 겹사돈이 생긴 건 아니지 않나. 내가 그런 소재를 쓰는 것도 내 자유, 내가 쓴 드라마에 대해 욕하는 시청자나 기자도 그들의 자유다. 내가 하고 싶어서 쓴 건데 ‘내가 이렇게 썼으니 이렇게 생각하시오!’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해줘야지.
Q.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말들이 많다. 어떤 시청자들은 작가님이 쓴 대사 하나하나, 소재가 미치는 영향은 왜 모른척하고 흥행에만 신경 쓰셨냐는 이야기도 한다.
A. 내 드라마나 대사의 영향으로 세상이 바뀐 게 뭐가 있나? 아무것도 없다. 내 드라마 여파로 바뀐 거라면 오직 하나 ‘인어 아가씨’때 검은 콩을 갈아 먹었더니 실제로 검은콩 음료가 출시된 거 밖에 없는 것 같다. 내 기억에는 그렇다.
세상에 얼마나 큰 일이 많나. ‘최순실 사건’ 같은 게 큰 일이지 드라마의 에피소드가 뭐 그리 큰 일이냐. 기자들이나 안티들이 나를 욕한들 그게 뭐가 큰일이냐. 사실은 환경문제나 인간이 살아가는 문제가 더 심각하고 큰일 아닌가? 바다 코끼리가 코에 플라스틱 빨대를 꽂고 발견되는 게 가슴 아픈 일이고 눈물 흘릴 일 아니냐? 드라마 가지고 그렇게 생각할 바에는 환경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Q. 작가님이 썼던 10개의 작품 사이에는 특별한 연결고리가 있나? 10개의 작품을 하신 뒤 절필을 선언하셔서 뭔가 의미나 메시지가 있는 건지 궁금했다.
A. 그런 건 없다. 각 작품마다 작은 모티브에서 큰 서사가 나오더라. 큰 카테고리나 연결고리 같은 건 없고 그때그때 이 소재, 저 소재를 모티브로 잡아서 큰 서사로 키웠을 뿐이다. 눈덩이로 눈사람 굴려 가듯이 딱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Q. ‘우리 임 작가님은 뭔가 큰 그림이 있을 거야’라고 기대했었는데 아니라고 하시니 약간 기대 밖이다.
A. 우리 인생 사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계획 하에서 거창하게 굴러가는 게 아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다. 나는 그저 사람 사는 거에 관심이 있고 사람들 이야기가 재미가 있을 뿐이다. 계속 머리 속에서 이야기 거리를 굴리며 살 뿐이다. 지금도 나는 영화 시나리오를 쓸 거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계속 그런 생각이 들고 있는데 어느 순간 딱 쓰자는 마음이 들면 다시 세상과 셔터를 내리고 앉아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겠죠.
Q. 어떤 장르에 끌리시나?
A. 모든 장르요. 일일 드라마는 제약이 있어서 많은 표현들을 못 했었다. 그러니 영화라고 한다면 못할 게 없지 않겠나.
Q. 작가님은 드라마를 왜 쓰셨나?
A. 우리 어머님만 보더라도, 4남매 뒷바라지 하면서 힘드셨는데 매일 저녁 먹고 일과를 끝낸 뒤 TV앞에서 드라마 보실 때면 그렇게 즐겁게 보시더라. 내 드라마뿐 아니라 다른 드라마들도 즐겁게 보시는데, 그 시간만이라도 세상 복잡 다난한걸 잊고 빠져들 수 있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가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의 소중한 시간에 채널 돌리며 ‘볼게 없고, 봐도 재미가 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으려고. 드라마 쓸 때는 이런 게 목적이었다.
드라마를 하고 나니 나부터도 그렇고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 건강 문제가 심각한데 내가 일일이 말하기 힘들어서 이번에 책을 낸 거다. 사람들이 정말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삶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데 신경쓰기 때문에 제대로 된 노력을 해서 다들 안 아프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지금의 바램이다.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동물, 생태계, 자연환경까지 항시 생각하는 사람들이 되길 바란다. 간절하게!
Q. 절필선언은 하셨지만 팬 심으로 임성한 작가님 드라마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A. 드라마 대본은 내 에너지를 갈아 넣어서 썼었다. 다시 드라마를 하고 싶지는 않다.




iMBC 김경희 | 사진 및 영상 출처 iMBC, 포스터 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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