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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하정우 "한 번도 강요하지 않으셨던 부모님께 감사"

기사입력2019-01-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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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할 때 마다 더 궁금해지는 배우가 있다. 아주 사소한 일상도 그와 이야기 하면 특별한 이야기 거리가 되고, 그런 사소한 일상에 철학을 담아내는 사람이다. 그냥 흘려 보내는 나의 시간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배우이자 이야기꾼 하정우를 만났다.


Q. 혹시 오늘 아침에도 걸어 오셨나?

A. 오늘 아침은 가볍게 조금 걸었다. 일어나서 지금까지 5,400보를 걸었다. 요즘 내가 즐겨 찾는 한강 새벽반 코스는 동작대교 위에 있는 북 카페다. 다리 위에 있는 카페 중에서는 최고다. 아침 7시에 문을 열고, 저녁에는 술도 파는 곳이다.

Q. 영화 홍보에 밤 늦게까지 바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침에도 걸을 시간이 되나? 몹시 추울 텐데?
A. 꽁꽁 싸매고 걷는다. 아침에 일찍 더 챙겨서 나가려는 게, 개봉 앞두면 더 싱숭생숭하니까. ‘무슨 이야기를 할까?’ ‘어떤 이야기를 할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지 생각하며 두세 시간 걷다가 들어오면 정리가 된다. 이번에 선보인 영화 ‘PMC: 더 벙커’는 장점만 많은 영화도 아니고 단점도 뚜렷한 영화여서 걸으면서 생각을 해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예매율 추이를 지켜보고 앉아 있는 건 못할 짓이어서 차라리 걷는다.

Q. 그렇게 작품을 많이 하고, 성적도 좋은 배우가 작품 홍보를 할 때 마다 예매율을 신경 쓰는 걸 보면 신기하다. 어떤 배우들은 흥행은 배우의 능력 밖의 일이라 신경 쓰지 않는다고도 하던데.
A. 저는 안 그렇다. 편수가 쌓이고 경력이 쌓여도 새 작품, 새 인물, 새 캐릭터로 하는 작품이니까다시 1부터 시작하는 느낌이다.


Q. 방금 전에 영화의 단점이 뚜렷하다고 이야기 했는데 어떤 부분이 단점이라 생각하시나?
A. 이번 영화의 단점은 쉴 틈을 주지 않고 여백을 주지 않는 것 같다. 모든 걸 다 꽉꽉 눌러 담아서 어지럽다는 평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드라마 작품으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스토리인데 너무 빠르고 밀도 있게 꽉 담겨 있다 보니 진짜 읽어야 할 라인을 못 읽고 부정적인 후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Q. 10대와 20대들에게서는 열광적인 반응이 있더라. 주변에서는 2018년에 본 영화 중 최고라는 평도 있었다. 그들에게 요즘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인기이고 이 영화가 마치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A. 최근 뉴욕대 영화학과에서 영화 연출 지망생보다 게임 연출 지망생이 늘어난다는 이야길 하더라. 10대~20대 친구들의 그런 기호에 맞는 영화나 장르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지점에서 ‘PMC: 더 벙커’는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좋은 장르로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 된다. 게임을 하면서 개연성을 따지지는 않는다. 감독님도 ‘배그’ 마니아인데, 순간적으로 자극하고 반응하는 걸 극대화 하기 위해 서사들을 생략하고 상황에 갑작스럽게 놓이게 되는 우연의 코드를 넣은 것 같다. 순간의 타격감. VR에 초점을 맞추신다면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Q. 김병우 감독과는 ‘더 테러 라이브’를 함께 하셨고, 그 이후 5년간 제작에 같이 참여하시면서 이 영화를 만드셨다. 어지간히 호흡이 맞지 않고서는 이렇게 길게 인연을 이어가기 힘들 텐데, 김병우 감독과 호흡이 잘 맞는다는 건 언제 느끼셨나?
A. ‘더 테러 라이브’를 찍을 때 느꼈다. 막바지 촬영을 할 때쯤 김병우 감독과 합이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발력이 빠른 감독이다. 촬영 진행 방식이 기존처럼 한 컷 한 컷 진행 되는 게 아니라 제 연기를 보고 난 뒤 1회차만에 어떻게 하며 좋을지를 파악하고 한 덩어리를 통으로 찍었다. 그런 방식은 처음이었는데 저도 더 집중하게 되고, 그런 방식이 같이 만들어 가고, 같이 호흡 한다는 에너지를 준거 같다. 그런 촬영 방식이나, 촬영장에서의 감독의 태도, 준비기간을 통해 본인이 얼마나 촘촘히 준비가 된 상태에서 현장에 왔다는 건지를 알게 되었고, 놀라왔다. 농담처럼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고 했지만 점점 신뢰가 쌓였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바로 같이 제작사도 만들고, 어떤 소재로 만들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Q. 여러모로 특별한 영화였다. 외국인 배우도 굉장히 많이 등장했고, 초반의 대사들이 대부분 영화였고…
A. 우리나라 뿐 아니라 글로벌적으로 통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도전했다는 게 높이 살만하다. 제작진과 감독, 배우의 합이 없었다면 이런 식으로 외국배우를 캐스팅해서 작업 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다. 한 단계를 뛰어 넘어서 성취했다는 것 자체가 좋았고, 다음 도전에는 더 자신감도 생기고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Q. 외국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A.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룰이나 에티켓은 만국공통어여서 일을 진행하는 건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하루 하루 머무는 게 다 예산이었기에 정확한 스케줄을 지키려고 스탭들이 많이 애썼다. 다들 유명한 배우들이고 미국 상업영화에서 연기파 배우들로 알려져 있는 배우들이다. 그들은 일하러 올 때 가족들을 다 동행해서 오더라. 그래서 쉬는 날이나 촬영이 끝나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현장에 출퇴근 하는 분위기였다. 한국처럼 촬영 끝나고 으쌰으쌰하며 회식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Q. 상대 배우와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연기가 아니라 모니터나 무전으로 소통하는 연기가 많았다. 어떤 점이 힘들던가?
A. 얼굴을 보고 연기하면 내 대사나 표정에 대해 상대방의 리액션을 보며 연기하는 재미가 있는데, 이번의 경우 리액션을 받을 데가 없고, 스탠드나 대리석 조각 등 사소한 환경적인 요소에 의지해 연기해야 해서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에너지 소비가 심해지더라. 그래서 오래 찍을 수가 없었다. 테이크도 오래 가지 않고 5~10분 정도로 짧게 짧게 찍었다. 하지만 초반의 스위트룸에서의 촬영은 정말 오래 찍었었다. 대사량도 많았고, 중요한 서사가 생겨나는 분량이라 제가 혼자 세트 공간에서 리허설을 하고, 촬영팀과 리허설도 하고, 그 다음에 외국 배우가 와서 또 하루종일 리허설을 하고 그 후에서야 촬영을 했다. 5회차까지의 분량을 처음에 많이 준비해서 찍었었다.


Q.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의외로 하정우 배우의 액션 분량이 적은 것에 대해 아쉬워 할 것 같다.

A. 저는 이 영화를 액션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인물이 배신을 당해서 고립되고 그걸 탈출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이 인물은 시시각각 다른 얼굴을 하면서 갈등하고 혼란스러워 하는데, 그게 가장 인간답고 솔직하면서 불편한 민낯이 아닐까 생각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생존했고, 그 상황에서 또 어떻게 처신할지를 관객들이 궁금해 하는 영화다.

Q. 매 작품마다 쉽지 않은 도전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매번 성공한다. 작품을 고르는 특별한 안목이나 비결이 있는 건가?
A. 음…. 지금까지는 흥행을 했지만, 우려가 분명히 있었던 영화들이었다. ‘추격자’때도 파격적이라고들 했다. ‘이게 상업영화야?’라며 우려를 많이 하셨다. ‘신과함께’도 극과 극의 평을 받으며 시작했지만 작품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제가 무슨 점쟁이라 잘될 영화를 맞춰가며 하는 건 아닌데, 다만 만드는 사람이 누군지만 봐도 관객들이 그 마음을 읽어 줄거라 믿었고 그 믿음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거 같다. ‘신과함께’의 김용화 감독도 ‘미스터고’의 과정을 거쳐서 이 작품에 대한 명확한 게 섰던 분이다. ‘PMC: 더 벙커’의 김병우 감독도 마찬가지다. ‘더 테러 라이브’때 1인극이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다들 이야기 했지만 감독님이 몇 년 간 어떻게 준비했는지를 보고 깜짝 놀랬다. 지루한 걸 싫어하고 똑 같은 걸 싫어해서 새로운 이야기에 눈이 가긴 하지만 저는 좋은 시나리오 보다 과연 이걸 담아낼 수 있는 사람들인가가 더 중요하다. 시나리오가 후져도 사람이 너무 좋으면 같이 힘을 합쳐서 업그레이드 시킬 수가 있는데, 아무리 시나리오가 뛰어나도 제작진의 마인드가 별루면 더 성장할 가능성이 낮게 된다.

Q. 영화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최근 결혼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
A.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지금 드는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 제가 부모님께 감사한 건 한번도 강요를 받지 않았다는 거다. 공부도 제 스스로 했다. 고 3때도 제가 집에만 오면 엄마가 빨리 들어가 자라고 하셔서 반항심리로 오히려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잤다. 저는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걸 찾을 때까지 밖에서 뛰어 놀고 자연과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걸 동참해 주는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 아버지와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시간을 많이 보냈고 엄마와도 친구처럼 지내는데 저도 자식들과 그렇게 지내고 싶다.

Q. 아버지 이야기를 하셔서 하는 말인데, 정말 멋지시더라. 패션 감각도 뛰어나시고 유머도 있으시고, 배려심도 깊으시고… ‘꽃할배’에서 참 인상적이었다.
A. 저도 ‘꽃할배’는 거의 다 본방사수 했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많이 놀랬다. 아버지가 주변을 배려하고 섬세하신 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여행의 단면이지만 아버지의 일대기를 본 느낌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었고,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Q. 마지막으로 배우 하정우가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건 무엇인가?
A. 배우로서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건 ‘영화에 대한 애정’이다. 사랑이 있어야 모든 게 움직이는거 아니겠나. 열정이 식어버리면 아무리 건강하고 활동을 하더라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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