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人스타] 윤계상 "'범죄도시' 이전에는 항상 벼랑끝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기사입력2018-12-28 08:00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범죄도시'의 장첸을 벗고 젠틀하고 고집스럽게 한글을 지키고자하는 지식인의 모습으로 돌아온 윤계상을 만났다. 영화 '말모이'에서 말을 모아 나라를 지키려는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을 맡아 어쩌면 신중하고 진지한 윤계상의 실제 모습을 담아낸 것 같은 연기를 펼쳐보인 윤계상이었다.


Q. '장첸'으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한해였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장첸의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였나?

A. 장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건 없었다. 영화가 갖고 있는 이야기가 좋아서 하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제가 몰랐던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다. 이걸 영화화 해서 저 처럼 사실을 잘 몰랐던 분들이 보시길 바랬다. 유해진 형님과 다시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이유도 있다.

Q. 영화의 내용이 굉장히 감동적이기도 하고, 뭉클한게 있더라. 연기하면서도 그런 느낌이 있었을 것 같다.
A. 실제로 그랬다. 특히 조선어학회 표준어 공천회 장면을 촬영 할때 각 지역의 선생님들과 극장 안으로 들어갈떄 많이 울컥하고 온 몸에 전율이 일더라. 얼굴에까지 닭살이 돋았었는데 화면에도 잡혔던거 같다. 그떄 굉장히 마음이 움직이더라.

Q. 이 영화를 찍고 나서 한글 사용에 있어서 뭔가 달라진 부분이 있나?
A. 광화문을 걷다가 한글 간판을 봤는데 너무 좋더라. 저절로 그런 마음이 심어진 느낌이다. 촬영 현장이나 콘서트 현장에서 정말 일본어를 많이 쓰더라. 그런게 들리기 시작하고. 너무 생각 없이 외래어에 젖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실생활에 너무 외래어가 섞여있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다.


Q.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어떤 장면이었나?
A. 류정환이 조선 어학회에서 혼자 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 순간 만큼은 정말 진짜이고 싶었는데 만족스럽지 않더라. 체력과 감정은 점점 떨어져서 테이크를 정말 많이 갔다. 몇번째 테이크가 영화에 쓰여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Q. 언론시사회때 류정환의 인물을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고 했었는데 어떤 의미였나?
A. 류정환이 갖고 있는 의지나 신념을 영화 촬영하는 동안 계속 갖고 있는게 힘들었다. 사전을 만들자고 한 게 류정환인데 그 과정에서 계속 회원들이 잡혀가고 원고도 빼앗기는 데다가 아버지가 친일파인 상황까지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가는 게 힘들더라. 감독님은 류정환이라는 인물이 딱딱하게 굳어 있고 벼랑끝에 있는 사람처럼 절실함이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랬던 사람이 판수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Q. 실제로도 벼랑끝에 있다는 느낌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A. '범죄도시' 전에는 매번 벼랑끝에 몰려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제가 연기를 하는 것 만으로도 버거웠다. 연기적으로 잘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커서 혼자 생각에만 집중했었는데 '범죄도시' 이후에 배우로서 가는 방법을 좀 안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은 주변에 절실하게 도움을 요청한다. 잘 모르겠다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많이 물어본다. 예전에는 혼자서 끙끙 앓았다면 요즘은 소통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제가 배우로서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면 지금은 영화 전반적으로 밸런스를 잘 맞추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게 예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작품이 잘되면 배우는 자연스럽게 잘 되는거 같다. 예전에는 제가 연기를 너무 못해서 부끄럽기도 했는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끼리의 좋은 호흡과 즐거운 마음들이 모여서 흥행보다는 더 뜻깊은 시간을 보낸 느낌이 든다. 뜻깊은 시간이 많을수록 행복한 사람이라는게 지금 가장 중요한 느낌이다. 한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렇게 시간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Q. 유해진 배우와도 소통을 많이 했나?
A. 유해진 선배는 적나라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편이시고 굉장히 소통을 많이 하시는 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감정이나 느낌을 알게되더라. 유해진 선배는 한 씬을 가지고 굉장히 여러 버전으로 찍는걸 좋아하시더라. 유해진의 경우는 그 버전마다 다 좋아서 뭐가 좋고 나쁜지 구분이 잘 안된다. 어떤 감정을 표현할 때도 상대방의 반응을 받아서 올릴지, 바로 올릴지 등을 다양하게 준비하시는데 같이 연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이나 표현을 소통하는 방법이 찾아지게 되더라.

Q. 이번 영화에서는 좀 체격이 커진 것 같다. 살을 찌우신건가?
A. 살은 자연스럽게 쪘다. 촬영때 마다 항상 뒷풀이가 있어서, 그 전에는 제가 술을 잘 못해서 항상 촬영이 끝나면 일찍 가는 사람이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술이 좀 좋아지더라. '범죄도시'때부터 회식은 많이 참여했다. 회식에 참여하면서부터 배우로서 좀 마음을 열게 되고, 많이 나를 오픈시키게 된 것 같다.


Q. 작년과 올해 윤계상에게 참 좋은 한해였던 것 같다. '범죄도시'도 잘 되었고, god도 재결합하고. 개인적으로 참 소회가 많을 것 같은데?
A. 전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활동을 하고 있다. god 할 때는 멤버들에게 도움을 받고 영화 할 때는 동료 배우와 감독님께 도움을 받고... 제가 선택해서 이렇게 됐따고 하기는 어렵다. 제가 종교가 있는데 이건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마음을 품었던 자신이 부끄러웠고, 다시 멤버들과 재결합 하면서는 소중함을 느꼈다. 혼자만 잘 살고자 하는 의지때문에 안 보였던 걸 다시 본 느낌이다.


Q. '범죄도시'가 잘 되었다는 걸 많이 실감 했었나?

A. 그 세계에 있으면 그게 얼마나 잘 되는지를 잘 모른다. 그냥 좀 시나리오가 좀 많이 들어오고, 다들 주변에서는 '혼자야?'라고 놀리고, 엄마 아빠는 좀 좋아하시는 정도였다. 그게 정말 얼마나 잘 된건지는 모르겠더라. '말모이' 영화를 시잘할때 까지 텀이 길지는 않았었다.

Q.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신다고 했는데 어떤 장르쪽으로 많이 들어오나?
A. 예전에는 착하고 순수한 역할이 많았다면 지금은 좀 더 다양하게 들어온다. 장르가 국한되지도 않고, 착한역 부터 악역까지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졌다. 호러물도 들어왔다.

Q. 요즘은 '같이 걸을까'라는 예능도 하시더라.
A. god멤버들과 같이 하는 예능인데, 첫날에 30km를 걸었는데 너무 아파서 충격을 받았다. 너무 다 놀랬다. 멤버들 모두 우리가 너무 이상한 짓을 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다음날 또 걷게 되더라.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내 고민도 하고, 나머지는 멤버들의 고민도 돌아가며 하다하다가 잊고 있던 기억도 떠올리게 되던데 그런 시간들이 계속되면서 정말 이상하게 해탈의 경지까지 올라가게 되더라. 발은 감각이 없어지고,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러면서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고 나중에 산티아고 성당 앞에서는 '내 생의 마지막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하게 되더라. 인생의 여정에서 이런 저런 일을 겪었지만 결국은 따뜻한 어느 곳에 머무르게 되는 여정이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나니까 현실의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더라. 멤버들 다들 울고 그랬다.

Q. '말모이'에 대해 관객들에게 소개하자면?
A. 영화라는 게 잠시 현실을 잊고 영화속 세상에 빠져들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이 영화는 한국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1월 9일 개봉한다. 내년의 첫 영화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컬쳐웍스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