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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마약왕’으로 청불 영화 2연속 흥행으로 ‘하늘의 별 따기’를 노리는 '욕망 덩어리' 우민호 감독

기사입력2018-12-2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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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내부자들’로 7백만 관객의 사랑을 받고,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관객까지 합하면 900만의 관객을 동원한 우민호 감독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마약왕’으로 돌아왔다. 권력층들의 은밀한 거래와 동시에 통쾌한 심판을 곁들여 ‘청불 영화’ 임에도 불구하고 빅 히트를 했던 ‘내부자들’을 기억하는 관객들은 우민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만으로도 제 2의 통괘함을 느끼고자 극장을 찾을 텐데 ‘마약왕’은 ‘내부자들’과는 또 다른 결의 영화였다. 그렇기에 직접 감독이 이야기 할 게 있다는데, 과연 우민호 감독이 ‘사전설명’을 하고자 했던 건 어떤 것일까? 사회고발의 영화를 찍은 감독인 만큼 날카롭고 예민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실제로 만난 우민호 감독은 유머감각 넘치는 호기심 많은 인물이었다. 곳곳에 빵 터지는 웃음이 함께 했던 그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Q. 오랫동안 준비했던 영화를 공개하는 심정은 어떤가?

A. 설레고 긴장도 된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특히 궁금하다. 이 영화는 기존의 상업영화와 다른 결을 갖고 있다. 소재 자체도 그렇고 한 인물의 서사를 다룬다는 점, 그것도 착한 사람이 아닌 나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상업영화의 선택이었다. 모두가 다 좋아할 기획의 영화는 아닌걸 알고 출발했다. 그래서 더욱 이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무척 궁금하다.

Q. 며칠 전 부산에서 1,900억원어치의 코카인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더라. 영화와 때맞춰 이런 뉴스가 나오다니…
A. 저도 깜짝 놀랬다. 1,900억원이라니… 그런데 주인은 나타나지 않겠죠?

Q. 설마 벌써 다음 작품을 구상하시는 건가? (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내부자들’을 여러 번 봤다. 그러면서 감독님의 차기작에 대해 기대감도 높아졌는데 이런 기대감은 저 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많이 갖고 있을 것 같다. 작품을 하시는데 전작의 흥행이 부담되지는 않으셨나?
A.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계속 부담을 안고 찍을 수 없으니까 좀 다른 내용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부자들’과 비슷한 영화를 다음 작품으로 할 생각이 없었다. 때마침 ‘마약왕’이라는 소재가 왔고, 청불 영화 후 또 청불 영화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청불 영화를 만드는 건 힘들다. 흥행 부담감도 크고. 감독이 감수해야 하는 지점이 많아서 싫었는데 ‘마약왕’이 너무 매력적인 소재였고 실존했던 실화여서 더 크게 다가왔고, 그래서 그 실화를 배경으로 마지막 30분은 다큐 찍듯이 찍었다.


Q. 왜 하필 ‘마약왕’이었나? 소재적으로 어떤 게 매력이었나?
A. 실제 사건을 보고 너무 충격이 있었다. 실제 사건의 사진을 보고 그걸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섬주섬 옆에 놓여 있던 판넬을 꺼내 들고 ‘수사반장’이 사건 브리핑을 하는 듯한 목소리 톤으로) 이것이 바로 당시 사건의 사진이다. 이 사진과 똑 같이 ‘마약왕’의 집도 그대로 지었다. 영화의 후반 총격전이 영화적 상상이지 않냐고들 하시는데 진짜 있었던 일이다. 처음에 경찰 8명이 무장도 하지 않고 들어갔다가 엽총을 쏘니까 놀래서 특공대 35명이 와서 대치하는 상황이다. 당시 70억원 상당의 마약이 지하에서 발견되었다. 어떻게 70년대 유신정권 하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Q. 저 사진 속의 인물을 보고 주인공으로 송강호를 떠올린 건가?

A. 저 사진을 보고 송강호를 떠올렸 다기 보다는 이런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배우를 떠올렸을 때 송강호 말고는 없었다. 10년의 이야기를 얼굴로 담을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할 때 송강호 뿐이라 생각했고, 송강호에게 책을 드리자 선뜻 같이 하자고 하셨다. 어렵겠지만 재미있겠다 생각하셨다. 연기 하면서 송강호는 무척 외로우셨을 것이다. 마약에 취한 강력한 연기는 누가 도움 줄 수 있는게 아니다.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는 감독인 저도 모르는 거고, 누가 도움을 줄 수 없는 거라 무척 외로우셨을 텐데 저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겨내시고 전에 볼 수 없었던 연기를 해 내시는 걸 보고 ‘이래서 송강호로구나!’는 생각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제가 연기에 대해 이야기 안 하길 잘한 게 이두삼 자체가 혼자 고독하게 남는 괴물같은 인물이었기에 송강호가 현장에서 느낀 외로움이 연기에 더 도움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Q. ‘마약왕’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떤 부분이었나?
A. 10년의 서사를 어떻게 2시간으로 담아낼 것인가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인물의 10년의 서사 중에 어떤 건 담고 어떤 건 버릴 건지… 이 인물이 자잘하게 밀수를 하는 소시민에서부터 히로뽕에 손을 대고 마약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그 와중에 스스로를 수출 애국주의자라고 믿게 되는 과정까지의 변화무쌍함을 쫓아가는 게 쉽지 않았다. 이 영화는 어떤 한 톤으로 지켜보고 흘러가는 게 아니라 헛된 욕망을 맹렬히 쫓다가 스스로 자멸해 가는 인물이다. 성에 갇혀서 미쳐가는 리어왕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별장에서의 장면은 리어왕 연극 같은 느낌으로 롱테이크로 찍기도 했다.

Q. ‘마약왕’의 러닝타임은 만족 하시나? 혹시 ‘내부자들’처럼 감독판이 또 나올 계획이 있나?
A. 찍기는 많이 찍었는데 139분의 러닝타임은 만족한다. 늘이고 싶다는 생각보다 줄일 수 있다면 더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송강호의 압도적인 뽕연기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길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 입장에서는 다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건 감독판이 안 나올 거 같다. ‘내부자들’ 때는 쉬고 있을 때라 편집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남산의 부장들’을 한참 촬영하고 있는 중이라 시간이 안 될 것 같다.


Q. 아, 영화 촬영을 하는 도중에 전 영화의 홍보까지 하시는 구나… 이런 경우는 흔치 않았다. 배우들도 아니고 감독님이 이렇게 부지런히 일을 하시나?
A. 어제도 새벽까지 촬영하다가 왔다. 사실 영화 감독으로는 흔치 않게 바쁜 일정이다. 남기남 감독님 정도의 수준이랄까? (웃음)


Q. 조우진 배우가 ‘내부자들’에서 이슈가 되면서 이제는 대세 배우가 되었다. 이번 ‘마약왕’에서도 조우진 베우와 작업을 하셨더라.

A. 조우진은 ‘내부자들’에서 떴다. 그 이후 지금까지 자기의 커리어를 확보해서 잘 나가고 있는 배우다. 그래서 특별한 애정이 있다. 조우진을 보면 흐뭇하다. ‘내부자들’때 연출부가 오디션을 본 영상을 보고 이 배우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서 다시 오디션을 봤다. 조상무 역할을 제안했을 때 주변의 반대는 심했다. 그 역할이 쎈 역할인데 알려진 배우를 쓰면 좋겠다는 게 주변의 의견이었고 저는 반대였다. 이름 없는 배우를 써야 진짜 같을 것 같아서 반대가 심했지만 조우진을 캐스팅했다. 이후 조우진이 작품을 많이 하는데 작품마다 다 다르게 연기를 하더라. 그래서 참 좋더라. 에너지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배우와 함께 안 할 이유는 없었다.

Q. ‘마약왕’에서 여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A. 김소진, 배두나는 워낙 같이 하고 싶었던 배우이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다. 그들이 열연한 만큼 충분히 담았는지는 의심이 든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지점이긴 하다. 제가 주로 남자들 영화를 하는데 ‘남산의 부장들’도 남자들만 나오는데 조금씩 여자 캐릭터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마약왕’에서 좀 부족했던 건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더 채워져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소진은 ‘남산의 부장들’에도 같이 작업하는데 또 달라서 재미있다.

Q. ‘내부자들’에서는 유행어가 나왔다. ‘마약왕’에도 유행어가 나올 거라 예상하시나?
A. 흠…. 글쎄다. ‘이 나라는 내가 다 먹여 살렸다’라는 말은 제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 세대에게서 참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유행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대사가 제일 많이 생각이 난다.

Q. 영화에 비주얼 만큼 음악도 인상적이더라.

A. 음악은 신경 많이 썼다. 10~11곡 정도 나온다. 이두삼의 10년 인생의 변화에 따라 음악도 같이 가줘야 했다. 음악 선정에 고심을 했다. 이두삼이 성장하는 느낌에 따라 음악을 바꿔줬고 파멸해 갈 때의 음악도 효과적으로 사용될 필요가 있었다. 김정미의 ‘바람’이 ‘마약왕’을 아우르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70년대를 대표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후반부의 파멸의 과정을 알리는 슈베르트의 ‘마왕’도 고심해서 직접 선정한 곡이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려서 그 장면에 딱 맞는 곡이었다.

Q. 이번 영화도 반응이 좋다. 벌써 100만 관객이 들었더라. ‘마약왕’도 흥행을 예상하시나? 전작이900만이었으니까 이번에는 천만 관객을 기대해 볼만 하지 않나?
A. 청불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건 기대 안하고 있다. ‘내부자들’이 900만을 기록한 건 기이한 현상이고 기적같은 일이다. 청불이 흥행하는 건 하늘의 별의 별을 따는 일이다. 이번 영화의 목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게 목표다. 관객에게 새로운 영화의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다. 싫어하실 수도 있겠지만 좋아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이번 영화는 관객들끼리 서로 이야기하고 논의할 영화라 생각한다. 두번째 볼 때 느낌이 달라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내부자들’는 직선적이고 직설적인데 ‘마약왕’은 곳곳에 은유와 상징을 숨겨 놨다. 관객들이 그걸 찾아보시면 보는 재미가 솔솔한 영화일 것 같다.

Q. 관객들에게 N차 관람을 독려하기 위한 작전이신가?
A. (웃음) ‘마약왕’은 ‘내부자들’과 다른 의미라 실망할 수도 있는데… 저도 계속 ‘내부자들’ 같은 영화만 할 수 없지 않나? ‘내부자들’의 팬이라면 누군가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고, 엔딩이 사이다처럼 시원한 영화도 아니라서 ‘내부자들’을 생각하고 ‘마약왕’을 보러 오신다면 실망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직접 말씀을 드리는 거다. 그런 영화가 아니라는 것. 파국과 파멸로 가는 영화이고 그 과정을 어떻게 재미있게 보느냐가 관전 포인트라는 걸 알고 보시면 좋겠다. 이 영화는 엔딩이 통쾌한 영화가 아니다. ‘이두삼’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스스로 자멸해 가는 과정과 송광호의 뽕연기를 어떻게 봐 주실지도 궁금한데, 마지막 엔딩 장면은 은유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내부자들’은 말로 속 시원하게 표현을 했지만 ‘마약왕’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이두삼의 웃는 얼굴로 끝냈다. 의미적으로 생각해 보면 ‘내부자들’과 비슷한 결말이지만 단지 ‘마약왕’은 주인공이 나쁜 놈인 거고 ‘내부자들’은 착한 놈이라는 게 다를 뿐이다.

Q. ‘내부자들’의 시원한 사회 고발이 너무나 통쾌했다. 혹시 그런 작품이 크게 성공했던 것이 감독의 다른 작품에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
A.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고 아직도 성에 안 찬다. 빨리 성에 찼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른 분야도 해 볼 텐데...

Q. ‘내부자들’ ‘마약왕’에 이어서 ‘남산의 부장들’까지 이어서 보자면 고발적인 느낌이라는 큰 공통점은 있는 것 같다.
A. 공통적으로 고발적인 느낌도 있지만, 나는 욕망을 쫓아 가는 인간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헛된 욕망을 쫓는 것에.. ‘남산의 부장들’까지만 하고 욕망은 그만 쫓는 걸로 해야겠다.

Q. 아, 그럼 지금까지 우민호 감독의 영화는 ‘욕망 3부작’으로 정리해도 되는 건가?
A. ‘욕망 3부작’? 하하하. 그렇다면 나는 욕망 덩어리인가 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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