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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여배우들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 김혜수

기사입력2018-11-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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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김혜수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거나 당면한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소신 있는 배우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끊임없는 변신과 도전으로 연기적으로도 모범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개념 있는 배우로의 모습이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배우 김혜수를 만났다.


Q. 영화 ‘국가부도의 날’ 정말 잘 봤다. 많이 울컥하게 하는 영화더라. 영화 보신 소감은 어떠셨나?

A. 저도 기자분들과 같이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다. 다리 위에 서 있던 한 가장의 모습을 촬영 할 때 모니터를 통해 그 분 뒷모습을 볼 때 너무 마음이 아팠었다. 그런데 영화로 그 장면을 보니까 또 한번 울컥 하면서 또 눈물이 나더라. 또 갑수가 함께 일했던 친구를 면화 할 때 “우리 처가 식구들 어떡하냐, 내 새끼들 어떡하냐”고 할 때 정말 많이 공감했다.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 대목이 가장들에게 가장 마음 아픈 순간일 것 같다. 또 한서현이 자기 소임을 다 하지 못하고 차 안에서 우는 장면에서도 눈물이 나더라. 저는 이 세 장면에서 눈물 흘리며 영화를 봤다.

Q. 한서현이 차에서 울었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A. 한서현이 자기의 본분을 다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느라 가족들의 면면을 돌볼 여유는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약자들이 영문도 모르고 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는데 정작 내 피붙이는 보호하지 못한 걸 직면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말 복잡한 감정이었을 것 같다. 아무것도 해 내지 못한 것 에 대한 자괴감, 무력감, 분노와 비통함 등이 모두 담긴 감정이 아니었을까?

Q. 한서현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인물이라 생각했나?
A. 영웅적인 인물이라거나, 어마어마한 여성의 표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자기 본분을 다 하고 자기 역할을 끝까지 하려 했던 사람을 대표했다. 그런 사람의 진심을 어떤 식으로 담아내고 들어내야 할까를 많이 고민하며 연기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그 속에서도 더 보수적인 금융조직에서 당당하게 실력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이었다. 명확하게 하고 있는 일의 실체를 파악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위기의 상황에서도 실무자로 현장에 참여 했던 인물이다.



Q. 뱅상 카셀과의 연기는 어땠나? 개인적으로 팬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A. 캐스팅에 대해 참여한 배우들은 다 궁금해 했을거다. 우리 국민들의 향후 미래의 키를 쥐고 있는 무시무시한 인물인 총재 역할은 참 중요했다. 그런데 극비리에 결정됐다고 해서 깜짝 놀랬다. 실제로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하고 싶다고 답을 보내오셨다고 하더라. 어릴때부터 굉장히 좋아했던 배우였고 작품으로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팬으로서 막 설레고 떨리는 것도 있었는데 하필 그분과 같이 연기하는 장면이 정말 중요한 장면이었고, 저나 그 분이나 서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대사를 해야 하는 장면이었다. 뱅상 카셀이 처음 세트에 딱 들어올 때는 ‘와~!’ 했는데 그러고 나서는 바로 실전이었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배려하는 분위기였지만 속으로는 모두가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 하나, 호흡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모니터를 정말 가까이서 꼼꼼히 봤다. 어찌보면 총재라는 역할이 전형적이고 안전한 역할일 수 있는데 예상과 많이 달랐다. 권위가 없음에도 압박감이 있었다. 그의 말투나 톤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긴장과 설렘이 있는 3일간의 촬영이었다. 실제 영화를 보니까 또 다른 느낌이더라. 전혀 우리의 연기와 이질감 없이 영화에 녹아 있더라. 정말 갖춰진 배우라는 건 어떤 건가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Q. 이 영화를 통해 IMF에 대해 새삼스럽게 느낀 바가 있다면?
A. 인물의 구성이나 시대적 상황을 응축시킨 건 영화적 상상력으로 한 것이지만 몇 가지 중요한팩트는 있었다. 협상 내용이 허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IMF를 지나왔지만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걸 모르고 있었는지 놀라왔다. 그때의 협상 내용이 실제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층뿐 아니라 사회에 진입하려는 아이들까지 굉장히 많은 걸 변화시킨 분기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Q.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에 참여 하기로 결정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A.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이 영화는 꼭 만들어지면 좋겠다. 정말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심지어 재미있어서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고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고통에서 아직도 인생이 힘든 분들도 계신데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고 힘든 분들이 많으실 거다. 정말 잘 만들어서 그때 왜 그랬는지 이유를 좀 알았으면 했다. 내가 잘 못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닌데 왜 그랬는지는 이유를 알아야 상처가 치유 되거나 대상이 없던 분노도 가라앉을 것 아닌가. 원인도 모른 채 산다는 건 너무 억울한 것 같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영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제작진에게 정말 잘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끝까지 제작진들이 놓치지 않았다는 걸 알아서 그 부분이 고마웠다.
저도 이 작품 준비하는 동안은 한시현 같은 태도로 임했다. 준비하고 따져보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현장에 나가기 전까지 검증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한시연의 진심이 전달되려면 대사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대사 부담은 최소화 하려고 열심히 준비했다. 처음 시나리오 봤는데 생경한 단어의 조합이 난무하더라. 제작진에게 용어가 너무 어려우니 좀 쉽게 풀이해 달라고도 해 봤는데 그걸 봐도 돌아서면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경제 관련 상식이 전무한 수준이 들어도 알 수 있게 당시의 경제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분을 찾아 달라고 했고, 저의 눈높이에 맞게 선생님이 강의를 해 주셨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영어 대사의 경우 어떤 단어는 발음 자체가 안되더라. 너무 생경한 단어는 관객들에게도 어렵고 불편할 수 있기에 같은 경제 용어 속에서도 비슷한 단어를 선택하려 했고 감독님과 전문가를 통해서 많이 바꿔가면서 했다. 별 수 없었다. 계속 암기하고 복기하고 대사하고, 혼자도 해 보고 누군가와 주고 받고도 해 보고 녹음도 해 보고 최대한 한시현이라는 경제 전문가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처럼 되게 준비를 했다.


Q.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IMF의 협상 내용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어찌보면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 경제 공부도 하셨다고 했는데 정말로 IMF말고 다른 대안이 있었던 상황이었을까?

A. 분명히 IMF로 가지 않으면서 충격을 최소화 하는 방법도 있었고, 영화 속에서 말하는 방법이 아니어도 다른 방법은 있었다. 그런데 그런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게 한거다. 설령 IMF행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들을 조금 더 조정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Q. 영화가 끝난 뒤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더라. 등장한 인물들의 20년 뒤가 보이면서 그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었는지를 보여주는데, 그게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라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영화의 메시지를 어디에 초점을 두는 게 좋을까?
A. 보시는 분 마다 다를 것 같다. 영화의 마무리를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 생각하는 분도 계실 거고, ‘현실적인 답은 뭐야?’라는 분도 계실 거다. 뭐든 보이고 들리는 것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막혀있으면 생각하고 판단할 폭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결국 위기는 반복되고 인생은 선택이지만 우리의 판단 선택에 전재된 삶의 태도에 대해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도 경제 상황이 안 좋다고들 하는데 97년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은 원인이 다르다. 뼈아픈 시기를 복기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이나 메시지가 있으실 텐데 어떻게든 현재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영화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김혜수가 열열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어제(28일) 개봉하여 첫날 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11월 개봉 한국영화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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